▲[그림 3] '하천정비사업'의 본질하천을 직선으로 만들고 수로를 깊게 파고 콘크리트 둑을 만드는 사업을 말한다.
요즘은 세상이 간덩이가 부어서 14조원이라는 돈을 아무 것도 아닌 듯이 말하는데, 우리나라 지도를 바꾸는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 새만금에 세운 예산이 10여 년에 걸쳐서 1조2천억 원이다. 그러니 14조원을 4년 안에 강에다 쏟아 부으면 도대체 강을 얼마나 파헤치고 얼마나 콘크리트를 많이 쳐야 하는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며칠 전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4대 강 정비 사업'에 대해서 "전광석화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라면서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는데 이 말로 짐작을 하면 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진리도 모르나정부는 하천정비사업을 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내세우는데 물을 맑게 하겠다는 것, 홍수를 막겠다는 것,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주된 명분인 것 같다, 그런데 셋 다 방법이 근본적으로 틀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진리도 모르는 모양이다. 윗물을 맑혀야 아랫물이 맑아진다. 우리나라 강의 윗물은 거의 다 시골 마을의 도랑들이다. 마을의 도랑들은 지금 대개 쓰레기 태우고 버리는 곳으로 전락해 있다. 한번 홍수가 지난 후에 댐마다 가득가득 쌓이는 쓰레기들이 이를 여지없이 증명한다. 우리나라 10만 개 마을에 천만원씩만 돈을 써도 도랑들은 너끈하게 살리고 주민들은 행복해 한다. 그래야 1조원이다.
홍수도 본류가 넘쳐서 홍수피해 났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 봤다. 모두가 산사태며 계곡과 도랑이 넘친 것이며 물길을 바꾸거나 막았다가 터진 것이며 그런 것들이다. 이것도 다 산사태 안 나도록 공사하고 마을을 보호하도록 공사를 해야지 강 하류에 댐을 지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본도 우리처럼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는 나라이지만 홍수피해가 우리처럼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댐을 짓고 하천정비를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산사태 방지공사를 하는 등 예방에다가 대부분의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85% 이상의 예산을 홍수 예방에 쓰는 데 비하여 우리는 67%의 예산을 홍수 복구비에 쓴다. 즉, 홍수 방지도 본류의 하천정비가 아니라 상류의 마을에다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산사태 방지 사업도 벌이고 빗물저장시설도 만들어 마을에 물도 공급하고 홍수도 줄이고 해야 한다. 마을마다 지하에 빗물저장시설 만드는 것, 기술도 많이 발달했고 돈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일자리. 하천정비 일자리는 4년 후에 공사가 끝나면 다 없어지는 일자리이다. 우리나라처럼 공부 많이 한 사람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줘야지 고작 공사판 임시직 일자리가 무슨 일자리라고. 14조원이라는 예산이면 앞에 말한 사업에 다 뒤집어쓰고도 남아서 남는 돈은 재생 에너지 사업에 쓰면 된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 행복해 하고 물 맑게 하고 홍수 줄이고 물 공급하고 국가 장래대책 세우고 고급 일자리 만들고 다 할 수 있다.
오바마는 매년 150억 달러를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여 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 본 좀 받아라.
14.1조원을 기어이 건설업체에 주고자 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이명박 대통령은 운하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그것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12월 1일 문화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익명을 전제로 한 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이 말하기를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제1단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바닥을 파내고 물길이 만들어지면 2단계 물류 수송 단계가, 통일 이후에는 한반도 전체를 뱃길로 잇는 마지막 3단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발언이 한두 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운하를 반대한 사람들은 여러 형태로 고통을 당하고 있고 운하를 반대한 환경단체들도 심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또 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은 30개의 시민단체들을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운하를 반대한 큰 환경단체들이 여기에 다 들어 있다.
유럽의 섬나라와 반도나라들은 운하가 있어도 운하 물동량이 0%이다. 일본도 일찍이 운하를 팠는데 2차대전 이후에는 운하에 배가 한 척도 안 왔다고 한다. 지금 운하 르네상스 운동을 벌이는데 운하에 배를 오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노는 운하 변에 레스토랑 짓고 공원 만들고 보트 띄우고 해서 사람을 좀 불러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운하는 무슨 운하 타령인가. 참 한심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참 못됐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운하인가? 왜 거짓말을 자꾸 하는가? 국민들은 대통령이 하는 말, 정부가 하는 말을 믿지 못하고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토록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고 아무런 명분도 없는 이 공사에 왜 그토록 집착하는가? 그렇게 못된 꼼수를 부려서라도 14.1조원을 기어이 건설업체에 주고자 하는 그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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