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인 강기희 기자.
김대홍
엎친 데 덮쳐, 해남에서 열린 '김남주문학제'와 '해남문학축전'에서 사회를 보고 돌아오던 지난 11월 11일, 화마가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작가의 가장 큰 자산인 5천여 권의 책과 노트북, 무엇보다도 세상에 내놓지 못한 소설 <김달삼> 관련 자료가 불타버렸다. 칠순 노모가 정선장터에서 산나물을 팔아서 모은 전 재산 700만원과 피곤한 몸을 누이고 아들과 마주 앉아 밥숟가락을 들던 삶의 보금자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불이 난 뒤 한 달여 동안 그는 방황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때, 개 먹이와 앞집 아이들에게 줄 과자를 사들고 서 있는 그의 모습 뒤로 휑하니 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시커멓게 타버려 화석처럼 굳어버린 책 더미 앞에서, '허허' 웃기만 했다.
"어머니가 무사하셔서 다행이다. 낑낑이(개)가 얼마나 놀랐던지 앞집 방안으로 뛰어들었다더라. 내가 지금 이래도,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소설 속 주인공이 돼보는 거지 뭐, 남들이 이런 경험 해보겠어?" 마치 남의 일을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화마가 집을 집어삼킨 정황을 설명하는 그에게서 삶을 대하는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영광인 걸, 뭐 글 더 많이 쓰란 얘기 아니겠어"
인간이 80여 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1년은 어찌 보면 짧은 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기희 기자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행사에 참여했고 글을 썼으며 <오마이뉴스>에 밀도 있는 기사들을 올렸다. 그의 이런 '다사다난'의 마침표는 아마도 <오마이뉴스>에서 받게 될 '2008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12월 중순, 책 냄새가 풍기던 가리왕산자락 대신 찬바람이 몰아치는 경포대에서 '2008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하게 된 그를 만났다.
정선 사람들은 그를 소설가이기 전에 <오마이뉴스> 기자로 기억한다. 그가 쓰는 기사는 사람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사회·정치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선의 먹을거리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정선읍내의 곤드레밥 식당과 구절리의 콧등치기 등은 강 기자의 소개 기사 덕에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명함이 필요 없는 기자. 정선 사람들은 그를 강 기자라 부른다.
"내가 그렇게 기사를 많이 썼던가? 그래 일이 많았으니 습관처럼 글을 썼겠지. 영광인 걸... 어떻게 감사해야 하나. 뭐 글 더 많이 쓰라는 얘기 아니겠나."세상 모든 일의 중심에 섰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