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44) 주체적

― ‘더 주체적이라 해야 하나’ 다듬기

등록 2008.12.28 17:24수정 2008.12.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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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이라 해야 하나

 

.. “솔직히 우리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얘네는 우리랑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더 주체적이라 해야 하나.” ..  《박남정-초딩, 자전거길을 만들다》(소나무,2008) 27쪽

 

 ‘솔직(率)히’는 ‘가만히 보면’이나 ‘생각해 보면’으로 다듬습니다. “그런 점(點)에서”는 “그런 대목에서”로 손보고, “다른 것 같아요”는 “다른 듯해요”로 손봅니다.

 

 ┌ 주체적이라 해야 하나

 │

 │→ 자기 스스로 한다고 해야 하나

 │→ 자기 길을 스스로 찾는다고 해야 하나

 │→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한다고 해야 하나

 └ …

 

 북녘에서는 ‘주체사상’이 있어서, 어떤 일이든 북녘땅에서 북녘사람 스스로 일구어 내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처럼 북녘 사회가 어수선하고 먹고살기 힘든 때에도 ‘주체’를 지킬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더군다나 우리들 남녘에서는 북녘 ‘주체사상’을 나쁘게만 여기고 있습니다. 생각과 사회 틀거리가 다른 대목은 서로 다르다고 받아들이면서, 잘하는 대목은 북돋우고 아쉬운 대목은 고치면 좋으련만, 서로서로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생채기가 깊어서 좀처럼 하나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 더 야무지다고 해야 하나

 ├ 더 생각이 깊다고 해야 하나

 ├ 더 몸과 마음이 튼튼하다고 해야 하나

 ├ 더 슬기롭다고 해야 하나

 ├ 더 씩씩하다고 해야 하나

 └ …

 

 저는 북녘땅을 밟아 보지 못해 북녘사람이 어찌 지내고 북녘 나라가 어떠한지 잘 모릅니다. 다만 ‘주체’라는 말을 쓰는 대목은 눈여겨봅니다. 비록 한자말 ‘主體’이기는 하나, 우리 말로 치면 ‘줏대 있게’ 살겠다는, ‘제힘으로’ 헤쳐나가겠다는, ‘스스로’ 길을 열겠다는 마음을 이렇게 나타내지 않았는가 헤아리곤 합니다.

 

 줏대 있게 살아가려는 사람한테는 단단한 마음과 튼튼한 몸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단단하게 여미어지지 않거나 몸이 튼튼하게 바로서지 않고서는 줏대를 지키기 어려워요.

 

 제힘으로 살아가려는 사람한테는 슬기로운 마음을 가꾸는 한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씩씩하게 세상을 부대끼겠노라 하는 다짐이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길을 열려는 사람한테는 깊이 생각하고 널리 돌아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생각도 넋도 몸가짐도 매무새도 오롯이 추스르면서 야무지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내 삶을 사니까 내 나름대로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내 길을 걸으니까 내 깜냥껏 다부지게 걸어갑니다. 내 사람을 만나니까 내 사랑을 듬뿍 실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내 믿음을 지키니까 내 비손을 내 마음그릇에 걸맞게 빌면서 몸을 다스립니다. 내 말을 하고 내 글을 쓰니까, 내 얼과 넋을 고이 보듬으면서 비틀리거나 어그러지지 않도록, 뒤틀리거나 어수룩하지 않도록, 챙기고 익히고 곱씹고 되짚습니다.

 

 ┌ 우리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잖아요 ← 비주체적

 └ 우리는 어른들이 시키지 않아도 하잖아요 ← 주체적

 

 말을 살리자면 삶을 살려야 합니다. 글을 살리자면 마음을 살려야 합니다. 말을 살리고픈 이라면 우리 세상을 살리는 데에 힘을 보탭니다. 글을 살리고픈 이라면 우리 터전을 아름다이 돌보는 데에 마음을 쏟습니다.

 

 말을 살리고 싶으니 내 둘레 이웃 삶을 함께 아우르면서 내 삶을 고이 돌봅니다. 글을 살리고 싶으니 뭇 목숨붙이가 제 터에서 제 뿌리를 내릴 수 있게끔 자연사랑을 펼쳐 나갑니다.

 

 말을 아끼는 마음이기에 밥 한 그릇 또한 아끼면서 땀흘리는 사람들 눈물방울을 곱씹습니다. 글을 껴안는 마음이기에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땅 한 번 내려다보면서 우리가 발디딘 땅과 이고 있는 하늘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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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8 17:24ⓒ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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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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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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