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년 동안 말라간 '세계의 여왕' 로마제국

[서평]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1·2>

등록 2009.01.08 11:53수정 2009.01.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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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로마제국쇠망사

로마제국쇠망사 ⓒ 민음사

'달도 차면 기운다' 했든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었던 '로마제국'도 제국 정점이었던 서기 2세기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두 명의 안토니누스 황제 등 '5 현제 시대'를 지나면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제국의 정점이, 쇠망으로 가는 첫 길목이라는 아이러니를 다룬 에드워드 기번의 6권으로 된 <로마제국 쇠망사>는 '로마'를 다룬 어떤 책도 비교할 수 없는 역작이다.


그리스와 더불어 서구 문명의 원형이라는 칭송과 140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서서히 멸망해간 대제국의 역사를 기록해간 기번의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살펴보면 '실록'에 버금간다.

한 사람, 한 역사가가 1400년 위대한 제국 역사를 책 6권에 담는다는 것은 '오만'을 넘어 '허망'으로 비칠 수 있지만 아놀도 토인비가 기번을 표현한 말을 빌면 <로마제국쇠망사>가 역작임을 알 수 있다.

"기번의 정신은 모든 저명한 서구 역사가들 중에서 일찍이 유례가 없을 만큼 눈부시다. 기번은 역사를 탐구하고, 구성하고, 서술하면서 역사 분야뿐 아니라 그 어느 문학 장르의 작품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걸작을 만들어냈다" (아놀드 토인비)

<로마제국쇠망사>를 읽어가다보면 '제국'도 제국이 남긴 영화와 쇠망해가는 역사를 담을 수 있는 역사가를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영광임을 알 수 있다. 기번은 로마 제국이 쇠퇴해 가는 과정을 아주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 준비에서 마지막 권까지 20년간 기번이 쏟은 엄청난 노력은 읽는 이들이 소설을 읽는 것처럼 빠져들게 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캄캄했다. 심지어 책의 제목도, 이 책이 진정으로 다룰 영역, 서론의 범위, 각 장의 구분 그리고 이야기의 순서 등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지난 7년간의 노력을 내팽개치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꼈다."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눈여겨 볼 내용은 1권 15,16장에서 다른 '그리스도교' 부분을 '신학'아닌 '역사'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그리스도교 학자들은 15,16장에 대한 기번의 접근 방식에 대해 반발했지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역사가는 종교가 이 지상의 나약하고 타락한 인간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 유지되는 동안 불가피하게 연관되는 오류와 타락을 밝혀 내야만 한다."(542쪽)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런 접근은 '이슬람교'에 대한 기술 역시 역사가로서 이슬람교 등장과 그들이 문명 발전을 기여한 바를 공정하고 통찰력 있게 다루었다. <로마제국 쇠망사>가25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서구 문명이 이슬람 문명에 대하여 가진 편견을 보면 기번이 얼마나 앞서간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서기 2세기의 로마 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토와 가장 문명화된 인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던 로마 제국은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시작된 자유의 상실, 배우지 않는 지적 풍토, 콘스탄티누스 시대의 군사 기율 나태, 농업이 쇠퇴하는 것과 함께 어우러져 내리막길을 걸었다.

참 신기하다. 위대한 제국이 무너지는 이유가 자유의 상실과 학문 경시, 농업 쇠퇴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사뭇 크다. 선진한국을 추구하는 정권이 가는 길이 로마제국이 간 길과 거의 비슷하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이런 점에서 현재 역사다. 과거는 살아있으며, 현재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수 많은 역사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저기서 수집한 자료들을 짜깁기한 책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 20년간 1차와 2차 사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자료들을 섭렵한 기번의 <로마 쇠망사>는 역사를 가볍게 써내는 우리 시대 작가들이 반드시 본 받아야 하리라.

"역사를 아는 자 인생을 두배로 사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로마제국 쇠망사1·2〉에드워드 기번 지음·윤수인·김희용 옮김/민음사·1권 3만원, 2권 2만5000원


덧붙이는 글 <로마제국 쇠망사1·2〉에드워드 기번 지음·윤수인·김희용 옮김/민음사·1권 3만원, 2권 2만5000원

로마제국 쇠망사 1

에드워드 기번 지음, 김희용.윤수인 옮김,
민음사, 2008


#로마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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