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 소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소는 할아버지에게 손이며, 발이고, 인생의 반려자이다.
워낭소리
사료를 사다가 먹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아궁이를 기름보일러로 바꾸고서인 것 같다. 이제 코뚜레도 보기 힘들고, 전처럼 소등을 긁는 일도 적어졌다. 물론 소 꼴을 베는 일도 없어졌다. 그래도 소는 여전히 존재였다. 대학등록금이었고, 목돈이었다.
1년이 지난 겨울 늙은 소는 일어나지 못한다. 그해 겨울 할아버지 할머니 땔 나무를 잔뜩해놓고는 할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지난 겨울 이맘때 아버지는 간암말기 선고를 받고 투병중이었다. 소가 3마리가 있었다. 아버지가 아프자 소는 나와 형 몫이 되었다. 쟁기질을 하는 것도 소죽을 쑤는 것도 아니었지만, 매일 사료를 주고 소똥을 치우고, 아침 저녁 물을 데워 주어야 했다. 하루도 비울 수 없는 일정이다. 게다가 병으로 신경이 예민해진 아버지는 소울음 소리에 민감해 하셨다. 결국 소를 팔아 치우기로 했다. 2달도 더 못사시고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던 겨울, 그 전 가을걷이까지 일만하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결국 아프고 나서 소도 팔아버리고, 농사도 줄이기로 하고 나서 돌아가신 것이다.
요즘 TV를 보면 소가 자주 나온다. 광우병파동에 이어 한우마케팅이 한창이다. 이제 소는 먹을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영화 <워낭소리>는 우리농사와 소에 대해 그리고 흙을 일구며 자식들을 키워온 아버지들에게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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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일 뿐인 소, 쟁기질 하던 그 때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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