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어찌 믿나... 산신님에게 기댈밖에"

8일 마산 만날공원, 불황 쫓는 제2회 '무학산 산신대제'

등록 2009.02.05 20:41수정 2009.02.0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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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무학산 산신대제 오는 8일(일) 오전 11시, 경남 마산 만날공원 민속마당에서 열리는 제2회 '무학산 산신대제'가 열린다
제2회 무학산 산신대제오는 8일(일) 오전 11시, 경남 마산 만날공원 민속마당에서 열리는 제2회 '무학산 산신대제'가 열린다 이종찬
"<국조보감>(國朝寶鑑)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덕적산(德積山)·백악(白岳)·송악(松岳)·목멱산(木覓山)의 산신에게 매년 봄·가을에 내시(內侍) 및 무당과 여악(女樂)으로 제사하게 하였는데, 이를 기은(祈恩)이라 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사악신(四岳神)으로, 남은 지리산, 중은 삼각산(三角山), 서는 송악산(松岳山), 북은 비백산(鼻白山)을 정하여 제사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한 해가 새롭게 열리는 1월에 좋은 날을 가려 뽑아 천지신명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앞에 술과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무병장수를 비는 산신제를 정성껏 지내왔다. 산신제를 지내야만 그 해 내내 마을사람들에게 사고가 나지 않고 재수 좋은 일이 잔뜩 생길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습도 외국에서 다른 종교가 들어와 뿌리내리고, 과학기술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신제 혹은 산신대제란 이름을 내걸고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 부쩍 늘어났다. 긴 불황 앞에서도 좌충우돌만 거듭하는 이 정부는 믿을 수 없으니, 산신님에게라도 기대보겠다는 뜻에서다.

오는 8일(일) 경남 마산 만날광장에서 열리는 '무학산 산신대제'도 그러하다. 오랜 경기침체에 오죽 어렵고 힘들었으면 시장과 시의회 의장까지 나서 '2009 기축년 국가 경제난 극복과 마산시 발전 및 시민 안녕 기원 무굿'이란 이름을 내건 산신대제가 무사히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비는 인사말까지 했겠는가. 

"하루 신명나게 놀다가 만복들 받아 가시옵소서"

"이번 산신대제는 우리 전통문화의 한 장르인 '무굿'이 국악, 무용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입니다. 모두의 뜻을 모아 대동단결하는 마음으로 화합해서 국가 경제난 극복과 마산시 발전과 시민의 안녕과 개개인의 안녕을 기원합시다. 이날 하루 신명나게 어울리고 즐겁게 노시다가 가시는 길에 만복들 받아 가시옵소서" -'초대의 말씀' 몇 토막

지난해 마산시 발전과 시민 안녕을 위해 처음 열렸던 산신대제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열린다. 오는 8일(일) 오전 11시, 경남 마산 만날공원 민속마당에서 열리는 제2회 '무학산 산신대제'가 그것. 이번 행사는 '(사)대한고유신앙계승종 천솔당'이 주최하고, 천솔무속보존회가 주관한다. 후원은 마산예총.


황철곤 마산시장은 인사말에서 "천솔무속보존회는 우리 고유 민속신앙의 발굴 보존 및 확대 전승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라며 "심각한 경제난국을 타개하고 마산시 6대 전략사업의 성공과 시민들 안녕을 위해 산신대제를 올리는 이들 모두에게 마산시를 꾸려나가고 있는 살림꾼으로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썼다.

노판식 마산시의회 의장은 "우리 고유의 무속신앙은 한민족의 민간신앙으로 외래 종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예언, 악귀퇴치, 의료행위 등으로 우리들 일상생활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행사가 각종 재난과 액운을 소멸시키고 가정과 사회의 평안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춤과 노래, 음악이 무굿과 함께 어우러져 액운을 쫓다 

이번에 열리는 무학산 산신대제는 모두 21가지 다채로운 마당이 마련되어 있다. 첫 문을 여는 마당은 춤패 뉘 무용단 대표 박은혜 춤꾼이 이끄는 '생명의 춤'이다. 이 춤은 우주와 삼라만상이 처음 태어나는 모습을 날렵하고도 아름다운 춤사위로 하나하나 그려내는 요즈음 보기 드문 창작춤이다.

박은혜 대표는 이번 창작춤에 대해 "구약성서 창세기 1장에 보면 빛이 있고, 빛과 어둠이 나뉘어 낮과 밤 아침 저녁이 되고, 하늘 땅 바다 해 별을 비롯한 여러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며, "우주 삼라만상이 태어나는 모든 과정을 춤으로 다 그려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하나님(?)이 되어 열심히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생명의 춤'에 이어 열리는 마당은 신령에게 알리고 부정을 거둬달라는 '부정거리'와 초를 켜고 향을 올리는 '헌향'이다. 네 마당부터 여섯 마당까지는 노래와 춤 음악으로 신령이 내려오기를 비는 '신령님 청배',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바라는 창작무 '국태민안 기원무', 신령이 만신 몸을 통해 이야기하는 '초 감흥거리(만수받이)'다. 

일곱 마당부터 열 마당까지는 불법으로 복을 내려달라 말하고 신 말씀을 내리는 '불사거리', 춤꾼이 가사와 장삼을 입고 법고를 두드리며 액을 물리치고 태평을 기원하는 '승무',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만신이 물동이 위에 올라가 군중에게 신의 말씀을 내리는 '칠성거리', 노래와 춤 음악으로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산거리 도당거리'다.

열한 마당부터 열일곱 마당까지는 흥을 돋우는 '민요', 욕심 많고 놀기 좋아하는 대감의 재치와 덕담으로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대감거리', 떠도는 원귀를 불러 술과 음식으로 위로하고 극락으로 보내는 '영산거리', 영가들 살을 풀어내는 '살풀이춤', 미련을 버리고 떠나기를 바라는 '회심곡', 영가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천궁', 한 해 액을 거두게 하는 '검무'다.

춤패 뉘 무용단 첫 문을 여는 마당은 춤패 뉘 무용단 대표 박은혜 춤꾼이 이끄는 '생명의 춤'이다
춤패 뉘 무용단첫 문을 여는 마당은 춤패 뉘 무용단 대표 박은혜 춤꾼이 이끄는 '생명의 춤'이다 이종찬

불황 내쫓기에 종교와 이념, 무굿, 예술이 따로 없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띠는 볼거리는 끝자락에 마련되어 있는 '장군거리 작두거리'다. 이 마당에서는 만신이 시퍼렇게 날이 선 작두날 위를 걸어 다니며 모든 액을 거둬내고 재수를 내린다. 끝으로 잘 먹이고 잘 달래서 다시 돌려보내는 '뒤전거리'와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과 출연자들이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어우러지는 '산 사람 굿'이 펼쳐진다.
     
이번 산신대제 고문은 마산예총 사무국장 정연규가 맡았으며, 총감독 및 연출은 김현각, 음악감독은 국보예술단 대표 김만연, 안무 및 무용감독은 춤패 뉘 무용단 대표 박은혜, 무용은 박현정 조민경 김선영 남진화 임지원 이성령 이성민, 무대감독은 정삼준, 영상은 MBC시청자미디어센터 김종갑 이태웅이 맡았다.

음향은 메니아 음향, 주관 만신은 시흥 박만신과 대전 박만신, 타악기는 국보예술단 이상연 오미경 외 1명, 아쟁은 최영운, 피리는 김성겸, 대금 태평소는 김현일, 회심곡은 우리소리국악원 원장 백순옥, 민요는 예은국악예술단 원장 김영옥 외 단원 도순이 최연옥 유경숙 장순옥, 승무는 살풀이춤 우리춤 예술원 원장 이명옥, 사회는 우현.

당주 김현각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새해가 시작되는 정월달에 좋은 날을 기일하여 천지신명님과 마을 수호 신령님 전에 제단을 마련하여 나라의 부국강병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기원제를 올렸다"며 "종교와 이념을 떠나서 한민족이란 자긍심으로 따뜻한 마음을 보태주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오랜 불황을 후여~ 후여~ 사람 사는 세상 밖으로 내쫓고, 만인들에게 재수가 있기를 바라는 '무학산 산신대제'. 무굿, 음악, 춤, 노래가 한데 어우러져 액을 쫓고 무병장수를 빌기 위해 제를 올리는 사람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긴, 징그러운 불황 내쫓기에 종교와 이념이 무슨 소용 있으며, 예술 장르가 따로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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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 산신대제 #춤패 뉘 박은혜 #김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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