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라지스 마을왜 여인들이 모여있을까
김준희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이 집의 가족들은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내 옆에서 함께 잠들었던 할아버지는 어디로 나갔는지 보이지 않고, 어린 아이들도 밖으로 나간 것 같다. 집은 텅 비었다. 모두 어디 갔을까?
나도 일어나서 짐을 꾸리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 마을 한쪽에서 노랫소리 같은 것이 들려온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카메라를 들고 그쪽으로 가보았다. 마을의 성인남성들이 10여명 모여있다. 오늘은 월요일인데 함께 모여서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기도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때 어제 날 재워주었던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손짓발짓으로 물어보았더니, 할아버지는 한쪽에 있는 집을 가리키면서 두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한다.
도보여행하는 동안 '두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동작을 여러차례 보았다. 이 동작은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끝낼 때 사용한다. 원래는 무슬림들이 기도를 마치고 일어설 때 사용하는 동작이다.
그런데 기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동작을 많이 한다. 식사를 끝낼 때도 그렇고, TV에서 보던 축구경기가 끝날 때도 이런 동작을 한다. 할아버지의 표현에 의하면 무언가가 끝났다는 이야기다. 마을에 모여서 함께 기도하던 시간이 끝났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마을 한쪽의 집으로 향했다. 그집의 앞에는 여인들이 모여서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기도하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단체로 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집안으로 들어가서 방문을 열고 나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방에서도 여인들이 모여서 기도하며 울고있다. 그리고 방 안쪽에는 시신 한구가 누워있다. 맙소사, 이 집에서 상을 당했구나. 그래서 마을의 남녀들이 모두 모여서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시신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신은 염도 하지 않고 관에도 들어가지 않은채 단정한 옷차림으로 마치 잠든 듯이 누워있다.
아까 할아버지가 '끝났다'라는 동작을 했던 것은 바로 사람이 죽었다는 의미였다. 할아버지는 사진 찍어도 괜찮다면서 그 시신 옆에 앉는다. 나는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다. 상 당한 집에 와서 울고있는 여인들을 보면서 사진찍는 것이 결례가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보여행의 기록에 이 장면도 남겨두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나는 우선 망자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올리고, 사진을 몇장 찍고는 그 집을 나왔다. 이른 새벽부터 마을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마을에 안좋은 일이 생겼는데 낯선 이방인이 오래 머물어서 좋을건 하나도 없다. 할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할아버지가 내주는 녹차를 몇모금 마신 뒤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출발했다.
작은 마을을 떠나서 다시 지작 가는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