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작 도착호텔 앞의 동상
김준희
한참을 걷다보니 커다란 식당이 보인다. 다리도 좀 쉬어갈겸 배도 채울겸 그 식당에 들렀다. 양고기국이 먹고 싶어서 물어보았더니 없단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 짬뽕인 라그만을 주문했더니 그것도 안된단다.
"그럼 뭐 있어요?"지금은 꼬치구이하고 녹차밖에 없다고 한다. 아침부터 꼬치구이를 먹기는 좀 그런데. 뭔가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지만 모두 안된다니 할 수 없다. 그 집에서 꼬치구이로 배를 채우고 계속 걸었다. 그리고 오후 1시가 넘어서 지작에 도착했다.
지작은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작은 호텔이 보인다. 그 건물의 창에는 LG에어컨이 주욱 붙어있다. 하룻밤에 얼마냐고 물었더니 25,000숨(1숨은 한화 약 1원)이란다. 큰 도시인만큼 중심가에도 호텔이 있을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큰길로 나왔다. 도시는 크지만 길은 단순하다. 이 길을 따라서 내려가면 중심가가 나온다.
중심가에는 큰 건물들이 많다. 호텔도 있다. 러시아어 끼릴문자로 '우즈베키스탄'이라는 글자를 커다랗게 붙여놓은 호텔로 들어갔다. 이 호텔은 비교적 저렴해서 하룻밤에 18,000숨이다. 방의 침실은 크고 한쪽에는 거실도 있다. 그런데 화장실이 좀 낡아서 파이프와 세면대에 온통 녹 투성이다. 건물에 끼릴문자가 붙어있는 걸로 봐서 아마 이 호텔은 구소련시절에 지어진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낡은 것도 이해가 된다.
어쨋거나 이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또 그새 날이 흐려졌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것 같은 하늘이다.
"기지드반은 꼬치구이가 최고, 지작에 가면 꼭 삼사를 먹어봐!"전에 사막에서 만났던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삼사는 우리나라의 군만두 비슷한 음식이다. 기지드반에서는 꼬치구이를 먹어봤으니 이제 지작에서 삼사를 맛볼 차례다. 그래서 밖으로 나왔는데 문을 연 식당이 없다. 지금은 오후 4시인데 식당 문을 열기에는 이른 시간인가.
맛사지를 받으라는 호텔 아주머니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멀리까지 걸어가기도 좀 망설여진다. 중심가를 한바퀴 둘러본 나는 다시 호텔방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밖이 어두워지더니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에는 전기가 나갔다. 호텔만 정전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창밖을 보니 도시가 온통 새까맣다. 하늘에 깔린 먹구름 때문에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다. 인구 10만이 넘는 큰 도시에, 비가 내린다고 해서 정전이 되다니!
나는 침대로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여행중에 해볼만한 일이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보니 다시 전기가 들어왔지만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갑자기 내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방문을 열어보니까 아까 호텔 1층에서 나를 안내해주었던 아주머니다. 그녀는 날 보더니 두손으로 뭔가를 주무르는 시늉을 하며 말한다.
"맛사지?"당황스러운 웃음이 나온다. 지금 내 몸이 누군가한테 맛사지를 받을 만한 상태가 아니다. 까맣게 탄데다가 제대로 씻지를 못해서 땟국물이 줄줄 흐른다. 그런데 맛사지는 무슨 맛사지? 하긴 몸이 깨끗했다 하더라도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맛사지 필요없어요!"나는 아주머니를 돌려보내고 침대에 앉았다. 지작에서 맞이하는 심심한 밤이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