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출입국 사무소를 숨겨놓았지-국경 살짝넘기 2

찾기 힘든 에콰돌 출입국사무소

등록 2009.02.23 10:11수정 2009.02.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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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뚬베스에서 국경넘는 전용버스를 타고 먼저 판 아메리칸 도로 중간에 있는 출입국에서 도장을 찍었다. 모든 국경 사무소는 같이 붙어 있거나 떨어져 있다 해도 서로 일관성을 가진 도로에 위치해야 하는데 에콰돌은 아직까지 출입국이 자국의 제2도시-실제로는 가장 큰 도시-과야킬로 들어가는 곳에 숨어있다.

초행자가 작은 콤비나 마이크로(이곳에서는 미끄로라 함)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도 다시 택시를 대동해 부러 찾아가야만 하는 곳에 위치해 헷갈리기 십상이다.
a  20여미터 정도의 다리를 넘으면 새로운 나라로 들어선다.

20여미터 정도의 다리를 넘으면 새로운 나라로 들어선다. ⓒ 박우물


원래 있던 도시를 갑자기 잘라 구분한 것처럼 20여 미터정도의 다리만 넘으면 말이나 체계가 모두 달라진다. 그렇다고 언어나 종교마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시골에서 재래식 뒷간에 다녀오듯 석교를 사이에 두고 나라가 달라지는 에콰돌 소읍은 아마 Huaquillas(우아 끼야스)라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가까이 서로 있는 탓에 별다른 검사가 없다보니 이곳이 중국인들 밀입국통로로 - 거개는 한국여권 위조 - 이용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덕분에 한국인들이 엉뚱하게 양국관리들에게 오인받는 지역이다.

Ecuador(에콰돌)의 뜻이 적도를 의미하는 것처럼 바로 지척에 있는 페루와 달리 거짓말처럼 완연한 녹지대가 시작되고 무척 더운나라임을 실감케한다. 덕분에 풍부한 과일들이 지천에 널려있고 서로 자국에서 나온 농산물들을 교환이라도 하듯 국경다리를 넘는 손수레들 위에는 어김없이 농작물들이 실려있다.

물론 페루 남단 따끄나에서부터 어떤 국경이라 해도 칠레를 이렇게 오가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들다. 더욱이 농산물 반입에 대해서는 들고있는 간식용 과일마저 폐기처분하는 원칙주의자 칠레의 모습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정치적으로 지역구분을 하여도  사람들 마음을 가르지 않는 페루와 에콰돌의 변방지대가 더 정이 간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에서도 그렇게 낯설은 풍경이 아니지만 빨대를 꽂아 수액을 섭취하는 코코넛에서부터 너른 농장에서 소출된 각양의 바나나를 구워파는 길거리표 자연음식들을 수시로 만날 수 있다. 페루가 세상에서 가장 풍부한 종류의 감자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곳 에콰돌은 직접 까먹는 것에서부터 튀긴 거나 구운 것, 그리고 식당에서 음식접시를 받아보면 잘 삶은 것까지 바나나의 용도가 무척 다양하다. 다른 나라에 들어섰다는 것은 길가에 쭉 연하여 있는 과일 농장 행렬이 말하는 것 같다.  
a  쩌먹거나 구워먹는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바나나.

쩌먹거나 구워먹는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바나나. ⓒ 박우물


a 바나나 농장지대 길 양쪽에 단일 바나나 밭이 연이어 형성되어있다.

바나나 농장지대 길 양쪽에 단일 바나나 밭이 연이어 형성되어있다. ⓒ 박우물


페루북단과 에콰돌 무역항 Guayaquil(과야낄)을 잇는 Cifa(씨파)버스는 여행객들이나 업무상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회사일 것 같다. 의무적으로 기사가 승객들에게 이곳에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도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당연히 에스빠뇰로 말하기 때문에 못알아듣거나 간혹 이런 주지사항을 일러주지 않는 경우로 인한 당혹스런 전례가 주변 지인에게도 최근 있었다.

다른 사람들 따라 하면 되겠지만 굳이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는 현지인만  쳐다보다가는 낭패를 볼수 있으니 상식에 의거해서 요령껏 처신할 수밖에 없다.


출입국이라해서 거창하게 간판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다 한쪽에 날 찾아봐라는 식으로 숨겨놓았으니 더더욱 헷갈리는데 왜 남미를 관통하는 판아메리칸 고속도로쪽에 이전을 안하는지 지날 때마다 이해를 못하겠다. 다른 나라에는 들어볼 필요도 없이 에콰돌에서 페루로 들어가는 마까라 부근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출입국 관리 사무소가 나란히 위치하고 있고 콜롬비아 접경지대에도 역시 다리 하나 차이로 사무소가 존재하는 데 이리 숨겨놓으면 어쩌라는 것인지.

그런 위치 속성을 모르고 06년도 연말께 여기를 넘다가 택시기사들 농간에 넘어가 첫 단독여행부터 제대로 당한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a  Cifa버스는 주로 국경을 넘나드는 전문 회사이다.

Cifa버스는 주로 국경을 넘나드는 전문 회사이다. ⓒ 박우물


a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인 곳에서 출입국 업무가 이뤄진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인 곳에서 출입국 업무가 이뤄진다. ⓒ 박우물


페루쪽이나 에콰돌 모두 여행자여권이나 남미 5개국이 협정한 안디나카드를 든 라티노들이 많이 밀려 있던 것도 아닌데 출입국에서만 1시간씩 소요되어 2시간을 훌쩍 쏟아버렸다.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인지 관리들이나 기다리는 이용승객 모두 그러려니 하지만 사무소를 옮기고 조금만 체계를 바꾸면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앞에 있는 서양여행자들은 그 시간을 놓칠새라 쉴 새없이 재잘되는데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는 장소에 따라 자전거여행을 병행한다고 유럽 세뇨리따들에게 자랑중이다. 자전거여행이 남성들 전유물은 아니라고는 알았지만 그래도 그니가 대단하게 여겨진다. 세상이 좁다는 것은 비단 대한민국 땅덩어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서 이 여성-처음엔 한참 나이 든 기혼자로 여겼음-과는 나중 에콰돌 꾸엔까 한 숙소에서 조우하게 되었으니 그도 인연이라면 인연일 게다.

먼 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어찌어찌 정체하는 통에 이미 바깥은 황혼 어스름에 접어든다.
그나마 늦은 밤에 도착하지 않는 것을 감사해야 하나보다.
a  더운 적도 나라에도 어김없이 지구자전에 의해 점점 햇볕이 사그라진다.

더운 적도 나라에도 어김없이 지구자전에 의해 점점 햇볕이 사그라진다. ⓒ 박우물


과야낄 신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 2006년에 지나갈 때만 해도 낡은 시설이었는데 지금은 중남미 어느 도시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최신식 교통서비스 건물로 탈바꿈했다. 사실 내가 방문한 중남미 지역만 놓고볼때 지금 기준으로는 최고인 것 같다. 에콰돌 국경을 자주 넘었지만 이쪽으로는 거의 올 일이 없었고 더구나 도시를 부러 거쳐갈 일은 지양했던지라 이리 바뀌었을 거라 생각치 못했는데 개장한지 1년이 채 안된다고 한다.

또 다른 감동은 화장실 무료 사용이었다. 아니 화장실은 당연히 무료가 아닌가 라고 여길지 모르나 중남미 전체적으로 알헨티나외에는 거개 다 사용료를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 반신반의하며 서비스 시설을 이용하였다. 물론 알헨티나에서도 화장실 앞을 지켜서며 외국인에게는 의무사항이라며 악착같이 팁을 뜯어내는 지방도시도 있었지만.

택시 호객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출입자들까지 경비들이 입구에서 제한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이 도시에 변화의 바람들이 제대로 불어오는 것 같다. 택시승차장에서는 자기 순서를 기다리던 승객이 우리에게 양보를 하고 바가지 씌울까봐 가격협상까지 해주며 먼저 타고 가라 권한다. 사람이 붐비는 터미널에서 전혀 기대치 않았던 호의와 환경에 내가 정말 남미의 에콰돌에 와있는지 얼떨떨하다.   

a 과야낄 터미널 중남미 국가중 현재 최고 시설로 여겨진다.

과야낄 터미널 중남미 국가중 현재 최고 시설로 여겨진다. ⓒ 박우물


중심가 공원에서 내려달라 하고 10불에 둘이서 싼 호텔방 하나를 잡은 뒤 바로 저녁식사에 나섰다. 여행을 목적으로 한 이동 철칙은 한끼만큼은 제대로 먹자는 주의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페루처럼 닭요리집만 넘쳐나 물어물어 다른 유형의 식당을 찾아 주문을 하였다. 그나마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이런 육류가 아닐 까 싶어서다. 저녁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추가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 전반적으로 이곳 음식들 참 양이 많다. 특히 곡물이 가세된 음식은 더 그러해 아마도 남기는 것은 죄로 배웠던 나도 곁들이 잔반을 남겼을 것이다. 
a  육류와 같이 나온 콩류와 밥은 양이 부담스레 많다.

육류와 같이 나온 콩류와 밥은 양이 부담스레 많다. ⓒ 박우물


야간에 숙소 밖으로 나가 움직이는 것을 최대 자제하는데 남자 한 명이 더 옆에 있다는 게 이리 든든한 것인지 호텔 맞은 편 공원까지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내일 아침에 제대로 둘러봐야지 하면서 우리는 느긋하게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a  숙소 맞은 편에 위치한 공원은 주야간 사람들의 쉼터로 부족함 없다.

숙소 맞은 편에 위치한 공원은 주야간 사람들의 쉼터로 부족함 없다. ⓒ 박종호


문화의 레일 / 관계의 레일  Rail Art 박우물      http://cafe.daum.net/7080folksong

덧붙이는 글 | 오마이 뉴스와 본인이 속한 카페 블로그에 동시 글을 올리고 있음.


덧붙이는 글 오마이 뉴스와 본인이 속한 카페 블로그에 동시 글을 올리고 있음.
#에콰돌 #과야낄 #출입국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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