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70) 개인적

'개인적으로 매진했다', '개인적으로 예방할', '개인적으로 다른' 다듬기

등록 2009.03.02 19:22수정 2009.03.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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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개인적으로 철학에 매진했다

 

.. 1911년에 또 한 차례 심장 이상으로 고생한 하이데거는 신학교를 자퇴한 뒤 수학을 공부하는 한편 개인적으로 철학에 매진했다 .. <분별없는 열정>(마크 릴라/서유경 옮김, 미토, 2002) 22쪽

 

"심장 이상(異狀)으로"는 "심장이 안 좋아"나 "심장이 나빠"로 다듬습니다. "신학교를 자퇴(自退)한 뒤"는 "신학교를 그만둔 뒤"로 손보고, '매진(邁進)했다'는 '힘을 기울였다'나 '힘을 쏟았다'로 손봅니다. '고생(苦生)한'은 '애먹은'으로 풀어냅니다.

 

 ┌ 개인적으로 철학에 매진했다

 │

 │→ 따로 철학에 힘썼다

 │→ 혼자서 철학을 파고들었다

 │→ 혼자서 철학 공부에 온힘을 기울였다

 │→ 혼자힘으로 부지런히 철학 공부를 했다

 └ …

 

남한테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혼자힘으로 애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부러 도움을 거스르며 혼자서 땀흘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한테 주어진' 힘으로만 일을 합니다. '자기한테 있는' 힘으로만 땀을 쏟습니다.

 

보기글에서는 '혼자서' 하거나 '홀로' 했다고 풀어 주어도 괜찮고, '조용히' 공부를 해 나갔다고 풀어 주어도 어울립니다.

 

ㄴ. 개인적으로 예방할 수 없는 병

 

.. 그러나 개인적으로 예방할 수 없는 질병에 대해서는 과학자와 언론 매체가 모두 이상할 정도로 과묵해지곤 한다 ..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데브라 데이비스/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2004) 22쪽

 

'예방(豫防)할'은 '막을'이나 '미리 막을'로 다듬어 줍니다. "이상(異狀)할 정도(程度)로"는 "이상할 만큼"이나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으로 손봅니다. '과묵(寡默)해지곤'은 '말이 없곤'이나 '조용하곤'이나 '입을 다물곤'으로 고쳐씁니다.

 

 ┌ 개인적으로 예방할 수 없는

 │

 │→ 혼자서 막을 수 없는

 │→ 한 사람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 …

 

"개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병이라면 어떤 병을 가리킬까요? 또 어떻게 병을 다스렸을까요? 잘 생각해 보면 "혼자 고칠 수 있는 병"과 "혼자서는 고칠 수 없는 병", "혼자 막을 수 있는 병"과 "혼자는 막을 수 없는 병"이 아니겠느냐 싶습니다. 병원에 가든 어떻게 하든, "사람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병이 있고, "사람힘으로 고쳐 볼 수 있는" 병이 있습니다. "우리 힘으로 이길 수 없는" 병과 "우리 힘으로 이길 수 있는" 병이 있으며, "우리로서는 손쓸 수 없는" 병과 "우리가 손써서 씻어낼" 병이 있습니다.

 

ㄷ. 개인적으로 다른 의견

 

..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다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환경 선언문>(니콜라 윌로 재단 환경감시위원회/김선미 옮김, 북갤럽, 2003) 12쪽

 

"구체적(具體的)인 사안(事案)"이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사안 하나하나"일는지, "뚜렷하게 잡은 사안"일는지, "막상 어느 일을 하려고 할 때 차근차근 할 몫"일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의견(意見)을 표명(表明)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말할 수 있다"나 "생각을 밝힐 수 있다"로 고쳐 줍니다.

 

 ┌ 개인적으로 다른 의견을 표명하다

 │

 │→ 저마다 다른 생각을 말하다

 │→ 누구나 다른 생각을 밝히다

 │→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다

 └ …

 

보기글을 통째로 고쳐 보겠습니다. "사안 하나하나를 놓고 저마다 자기 생각을 밝힐 수 있다."쯤으로.

 

퍽 틀에 박힌 말이고, 이른바 운동권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말로 글을 쓰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듣거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궁금한데, 한 마디 말을 하건 두 마디 글을 쓰건, 좀더 널리 알아듣거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추슬러 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뜻을 펼쳐 보인다고 하더라도, 찬찬히 곰삭이면서 헤아리기는 어려울 말보다, 조금 덜 좋은 뜻을 펼친다 하더라도, 손쉽고 싱그럽게 헤아리면서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말을 찾으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사안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

 ├ 일거리마다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눌 수 있다

 ├ 일거리 하나를 놓고 저마다 어떤 생각인지를 밝힐 수 있다

 └ …

 

쓰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골치가 아프지 않을 말을 살펴봅니다. 쓰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한테 즐거울 말을 헤아립니다. 쓰는 사람과 듣는 사람 다 함께 반갑고 수월하게 받아들이면서 나눌 만한 말을 살펴봅니다. 우리들 누구한테나 보람차고 뿌듯할 말을 북돋웁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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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19:22ⓒ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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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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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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