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걸들의 안방 극장 장악!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41] 모성애 진한 어머니에서 여성경제인으로 변신

등록 2009.03.03 09:11수정 2009.03.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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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얀 거짓말>과 <카인과 아벨>에서 모두 권력과 부의 욕심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해숙

<하얀 거짓말>과 <카인과 아벨>에서 모두 권력과 부의 욕심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해숙 ⓒ imbc, SBS

<하얀 거짓말>과 <카인과 아벨>에서 모두 권력과 부의 욕심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해숙 ⓒ imbc, SBS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 엄마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불러도 아깝지 않은, 늘 자식에게 희생을 하던 우리의 엄마라는 존재가 강력한 존재로서 가모장의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편부, 편모의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를 대변하듯.

 

물론 아버지의 자리를 메우며 생계전선에 나가서 싸우는 엄마의 모습은 많이 그려져 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식에게만큼은 늘 인자했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모성애를 보여주었다. 지금도 등장하고 있다.

 

가령 <사랑해 울지마>의 수자(김창숙)는 남편을 잃고 세 명의 자녀를 키워낸 억척스러운 엄마로 등장한다. 가정부 일을 하면서 집 안에서는 자상하고 인자한 우리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늘 그래왔듯 강철같은 모성애를 지닌.

 

단단하고 단단한 여걸의 등장!

 

하지만 지금 등장하는 그녀들은 여걸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극성스러운 엄마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녀들은 냉정함과 카리스마에 잘 나가는 CEO로 여성경제인의 모습이다.

 

제일 처음 그러한 모습으로 등장한 드라마는 의외로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에서의 신정옥(김해숙)이다. 아침드라마 하면 불륜과 출생의 비밀로 얽혀 그 안에서 눈물 샘 마를 날이 없는 엄마의 모습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신정옥의 캐릭터는 이전 아침드라마에서 절대 볼 수 없었던 캐릭터이다. 

 

특히 여공에서 백화점 회장이 된 그녀는 칼 같은 판단력과 강인함으로 뭉쳤다.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형우(김태현)에게만 이성을 잃어버리지만 그 외에는 철두철미하다. 특히 바람이 난 남편의 두 번째 여자 즈애숙(김영란)과 손을 잡고 남편으로부터 백화점을 빼앗아 자신의 권력과 부를 챙긴 인물이다.

 

이와 비슷한 인물이 SBS <카인과 아벨>의 나혜주(김해숙)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작품의 여걸을 연기하는 인물이 동일인물 김해숙으로 자상한 어머니를 연기했던 그녀가 연기변신을 꾀했다.

 

나혜주란 인물은 신정옥처럼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위해 남편의 죽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원장인 남편은 뇌질환으로 의식불명이다. 병원 내 정치에 능한 나혜주는 뇌 의학센터 건립을 위해 병원 이사들을 상대로 모략을 펴고 있다.

 

그녀의 대사 속에서 그녀가 어떠한 인물인지를 가늠케 한다.

 

"뇌 의학센터를 띄우려면 그 정도 언론플레이는 당연한 거였어. (자기편을) 버리는 데도 순서가 있는 법이야. 이 친구는 아직 아냐."

 

그것도 자기 자식에게 이야기를 한 말이었다. 남편의 사고에도 뇌의학센터를 만들기 위한 그녀의 권력욕은 남편과 자식이 아닌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서 모습을 하고 있다. KBS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 어머니 강희수(이혜영)도 마찬가지이다. 계열 호텔 체인 최고경영자(CEO)에서 신화그룹 총수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대신해 경영자로서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KBS <미워도 다시 한 번>의 한명인(최명길)의 카리스마도 단연 압권이다. 그녀의 별명 '얼음공주'에서 알 수 있듯 그녀는 최고의 경영자로서 한 남자의 아내이기보다는 기업 경영인으로서의 욕심이 더 크다. 

 

미르백화점 회장으로 명진그룹 집안 막내딸로 부회장인 남편 이정훈(박상원)의 도움을 받아 그룹을 더욱 성장시켰으며 기업 경영이나 집안 문제에서 데릴사위 격인 남편을 좌지우지한다. 그 정도로 그녀에게 있어 일과 경영의 욕심은 채워지지 않은 허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단단한 돌덩어리 같은 여걸의 등장은 이전 엄마가 견뎌내던 인고의 세월 속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러한 세월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 땅 위에 이처럼 당당한 여걸이 있는 것이 아닐까.

 

a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리면서 여성 경제인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와 <미워도 다시 한번>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리면서 여성 경제인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와 <미워도 다시 한번> ⓒ KBS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리면서 여성 경제인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와 <미워도 다시 한번> ⓒ KBS

남편의 부재, 사회적인 변화 투영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그녀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남편의 부재'이다. 남편이 죽거나, 앓거나, 존재 자체가 가볍다. 즉, 가정 경제를 책임지던 남편의 존재가 없거나, 부재한 결과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일선에 나서게 된 여성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 들어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지는 사회적인 경향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남편이 없는 그녀들에게 '과부'라는 말을 적용시켜 가정부 일과 같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자식을 키우는 헌신적인 모습이 전부였던 것에서 지금은 사회적인 변화에 힘입어 당당한 경제 여성인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1990년 대 말부터 있어 왔다. <아줌마>라는 드라마에서 이미 아줌마의 권리를 주장했고, 2000년대를 넘어서 노처녀의 당당한 삶을 노래한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여성의 중성화 캐릭터가 돋보였던 <커피프린스 1호점> 등으로 여성들의 모습이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여기에 이처럼 여성들의 위치가 뚜렷하게 바뀌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부장적인 우리의 가족의 모습이 흔들리면서 남성의 위치가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IMF가 터지면서 명예퇴직을 당하는 아버지가 늘어났고, 그것은 '고개 숙인 남자'라는 사회적인 현상을 만들어 냈다.

 

그 후부터 드라마에서 남성의 모습은 힘을 잃고 혹은 남녀가 평등한 입장에서의 공동가족체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가정의 이혼이 급증하면서 편부, 편모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이 보편화가 되었다.

 

이런 사이 이제 어느덧 당당한 여성경제인의 모습이 표출되기 시작했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비뚤어진 욕망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여성경제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가지게 한다.

 

비록 지금은 남편의 부재로 경제에 전면에 나서며 자신의 권력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지만 훗날 머지않아 진정 자립적인 여성경제인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2009.03.03 09:11ⓒ 2009 OhmyNews
#여걸 #여성경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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