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중인 화양면 이목 구미마을 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음력2월 영등시에 바닷물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
심명남
"영등 영등 할마시야 한 바구리 만 캐어다오/ 두 바구리만 캐어주소 영등 영등 할마시야/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 갯물이 많이 나서/ 두 바구리 캐고 나면 바다 물이 들어오소.비나이다 비나이다 영등할마시 비나이다-한국구비문학대계에 수록된 내용 중에서
은빛 물결이 넘실대는 어촌의 풍경은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는 잠쉬 쉬었다 가는 낭만의 바다일지도 모른다.
어머님 품보다 더 잔잔한 노을빛 수평선과 저 멀리서 울려 퍼지는 뱃고동 소리는 왠지 무작정 멀리 저멀리 떠나고픈 충동을 자극한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에 폭 빠져도 보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고기떼들을 보노라면 모든 것이 내 것같다.
하지만 막상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부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곳은 그야말로 생사가 넘나드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다.
한 가족을 보듬어야 하는 어부들에게 있어서 그곳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존의 그늘인 셈이다. 이렇듯 바다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현격한 이중성을 가진 자연의 속물이다.
어촌에서는 음력 2월10~15일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질 때를 일컬어 '영등시'라고 한다. 음력 2월 영등시에는 바닷물이 열린다는 '모세의 기적' 이라 불리는 공룡섬 사도의 바다 건너기 체험행사가 유명하지만 이곳 이목에는 바지락 캐기가 한창이었다.
여수시 화양면 이목 구미 마을은 형세가 마치 요새 같아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하여 30여 년 전 원전후보지로 지정되었지만 계속적인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원전후보지에서 제외된 곳이다.
지금은 풀렸지만 몇 해 전까지 개발제한으로 동네 주민들은 십 수 년간 집수리도 맘대로 할 수 없는 물질문명의 소외도 받아 왔지만 그런 탓에 자연보존이 잘 되어 오염되지 않은 바다는 옛 모습 그대로다.
예로부터 화양면의 젖줄기인 가막만은 바닷물의 염도가 좋고 오염되지 않는 천연 갯벌이 형성되어 꼬막, 바지락, 게지 등 어패류의 주산지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