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궁전 쫄라캉 달라이라마가 기거하는 궁전인 쫄라캉으로 경계가 삼엄해 출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김대호
그는 독립이 이루어진다면 고향 암도로 돌아가 야크와 양을 치면서 버터와 치즈를 만들고 초원에서 아이들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치며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독립을 빼고 가장 큰 소망은 고향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보는 것이라고 했다. 분단 60년,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우리 현실과 너무나 흡사해서 가슴이 아팠다. 다음은 타페이씨와 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왜 많은 티베트인들이 목숨을 걸고 티베트를 탈출해 인도로 오는가?"내 나라 내 땅이 있는데 남의 나라 땅에 얹혀사는 게 뭐가 좋겠는가. 인도가 싫지만 달라이라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20대 중반에 목숨을 걸고 24일 동안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왔다. 많은 티베트인들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의 총에 맞아 죽기도 하고 히말라야의 추위 속에서 굶어 죽거나, 동사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동상에 걸려 발목을 잘라내야 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맥그로드간즈에서 보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있는 기미와 흉터는 히말라야를 넘는 과정에서 생긴 동상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를 넘은 이유는 더 이상 티베트에서는 티베트의 말과 문화를 배우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원은 파괴되고 학교교육, 문화, 심지어 종교까지 중국화되고 있으며 티베트 문화는 철저하게 말살되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인도 행을 선택한다.
다람살라와 다즐링,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 등에 25여만명의 티베트인들이 탈출해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들도 일본의 침략으로 우리처럼 망명정부를 세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탈출해 독립운동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고 우리의 독립운동을 지지하고 돕고 있다."
- 티베트 독립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가?"티베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목숨을 건 자유티베트운동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25만명에 이르는 망명 티베트인과 티베트를 유일하게 대표하는 티베트 망명정부와 7만여 명의 티베트 청년이 회원으로 가입해 세계에 70여개 지부를 두고 있는 티베트청년의회 활동,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국제티베트 독립운동, 200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조직된 국제티베트원조기구 등이 대표적인 단체들이다.
우리는 티베트의 종교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교육시설을 인도 곳곳에 지어 체계적으로 티베트 교육을 펼치고 있다. 세계 각국에 망명정부의 대사관 격인 지부를 건설해 정치, 언론, 문화, 출판 등에서 티베트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수많은 집회와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교육받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돌아가 티베트 내의 활동가들과 같이 결합해 지하에서 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육받은 청년 중 10% 정도만 남고 50% 정도가 돌아가고 40% 정도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 가고 있다. 그들이 불씨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티베트어와 영어, 중국어로 티베트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 티베트 내의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그 방송을 듣고 있다."
- 티베트청년회의 등 티베트독립운동 단체 내부에서 달라이라마의 평화적 방식에 의한 중도노선 즉 외교와 국방을 내주고 나머지 부분의 자치를 가지는 고도자치의 한계를 지적하고 적극적인 독립운동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티베트는 1959년(달라이라마가 티베트를 탈출하던 해) 당시부터 많은 사찰과 승려, 문화, 언어를 잃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우편 등 외국과 통할 수 있는 통로도 차단되고 50여 년을 사실상 계엄령 속에서 살아왔다. 공안을 통한 치밀한 감시와 탄압으로 티베트 내에서 독립운동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1959년 티베트 독립운동부터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기간까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감시와 통제, 구금과 투옥, 수많은 학살극이 그것을 증명한다.
중국은 매우 강한 나라다. 세계적인 군사강국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에겐 강한 무력이 없다. 따라서 무력적인 방법으로 독립이 힘들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의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것은 라싸에 이미 티베트가 없다는 현실론에서 출발한다. 이미 정책적으로 이주해온 한족이 50%를 넘었고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통한 중국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달라이라마는 매우 지적이고 사랑이 넘치시는 분으로 많은 지혜와 경험을 가지고 계시다. 그분은 항상 티베트에도 있었고 인도에도 있었다. 많은 나라를 가보았고 수많은 경험을 하셨기 때문에 티베트에 맞는 독립의 방식과 티베트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가장 정확히 알고 계신다. 그는 전쟁을 원하지 않고 모든 나라에 평화가 깃들기를 원하는 분이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그렇듯이 중국이 티베트의 언어와 종교, 문화, 역사를 존중하고 인정해 준다면 공존도 가능하다고 보시는 것 아닌가.
수많은 나라와 외국인들이 티베트의 불교와 달라이라마의 평화적인 독립운동을 지지한다. 그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노벨평화상까지 준 것이 아닌가. 오바마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중국정부의 압력과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라이라마를 만나 그분의 철학과 티베트 독립의 당위성을 경청했다. 이런 압력과 국제적인 여론의 힘이 중국에는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문명국인 이상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 반응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중국이 이를 거부한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달라이라마 사후를 걱정하는데 올해 74세이신 달라이라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나는 죽지 않아. 앞으로 20년은 더 살 거야. 그러니 아무 걱정 말아.' 나는 믿는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의 역사 속에서 끝없이 환생했고 단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다. 티베트 민족은 죽지 않는다. 따라서 달라이라마도 죽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결국 승리할 것이다."
"한국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결국 승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