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보 101호는 어디에 있는 무엇일까
이종찬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은 모두 몇 개일까. 우리나라 국가지정문화유산과 시도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은 모두 더해 대체 몇 점이나 되는 것일까. 여행을 다니다 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 세월 때 묻은 문화유산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수십만 점 쯤 되는 줄 착각하기 쉽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월 28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국보는 309개, 보물은 1584개이다. 여기에 사적 및 명승(478),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 무형문화재, 중요 민속자료를 더하면 국가지정문화재는 모두 3189개(시도 지정문화재 6772개와 등록문화재 422개를 더하면 1만383개)이다.
국보 1호는 누구나 잘 알듯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29번지에 있는 '숭례문'이요, 국보 11호는 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97번지에 있는 '미륵사지석탑'이다. 그리고 국보 제111호는 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151 소수서원에 있는 고려 중기 문신 회헌 안향(1243∼1306) 선생 초상화(회헌 영정, 가로 29㎝ 세로 37㎝ 반신상)이다.
그렇다면 국보 101호는 어디에 있는 무엇일까. 국보 101호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 국립 고궁박물관 뜰에 있는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문화유산 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깊은 피멍이 들었듯이 이 승탑 또한 천년이란 긴 세월을 지켜오면서 수난을 꽤 많이 겪었다.
이 승탑(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101호 지정)은 처음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 산 70번지 법천사 터에 탑비와 함께 서 있었다. 그 뒤 일제 강점기 때인 1912년 일본인이 몰래 오사카로 빼돌린 것을 3년 뒤인 1915년에 돌려받으면서 지금 자리로 옮겼다. 그뿐이 아니다. 1950년 한국전쟁 때에도 이 승탑은 포탄에 맞아 곳곳이 부서져 1957년에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한 나라가 가진 힘이 약하거나 서로 다투게 되면 그 나라와 백성만 고통스럽고 치욕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 전통문화까지도 깡그리 도둑질 당하거나 불에 타는 등 엄청난 아픔을 겪게 되어 있다. 나그네가 우리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꼼꼼히 되짚어 보는 것도 이러한 치욕을 다시는 당하지 말자는 뜻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