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성매매 재수 없으면 걸린다"

강희락 청장 발언 논란...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수사 실효성 의문"

등록 2009.04.02 10:26수정 2009.04.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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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희락 경찰청장

강희락 경찰청장 ⓒ 남소연

강희락 경찰청장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과 관련 "재수 없으면 걸린다", "나도 공보관 하면서 접대 많이 했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 총수가 성매매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이나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프레시안>과 <한겨레>에 따르면, 강 청장은 지난달 30일 '경찰 기강 확립, 비리 척결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성매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기자들에게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다, 여기서도 노총각 기자들 조심해야지 재수 없으면 걸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나도 공보관 하면서 접대 많이 했다"며 "공보관 끝나고 미국 연수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세게 한 번 사라고 해서 기자들 데리고 2차를 갔는데,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열쇠를 나눠주면서 '내가 참, 이 나이에 이런 거 하게 생겼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밝혔다고 한다.

강희락 경찰청장 "성매매 문제 난감, 재수 없으면 걸린다"

강 청장은 2001년 7월까지 경찰청 공보관을 지낸 뒤, 2003년 8월까지 워싱턴 주재관으로 근무했다.

간담회 자리에 배석한 김호윤 경찰청 대변인이 "요새는 그런 문제가 없다"며 발언을 제지하자 강 청장은 "아무튼 그런 거 좋아하는 노총각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문제"라며 말문을 닫았다고.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강 청장의 얘기는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기사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내고 "성매매는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생각을 가진 경찰 총수가 어떻게 청와대 행정관의 성 매매 사건과 장자연씨 리스트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보관 시절 언론사 기자들과의 잘못된 관행에 입각해 성매매 문제 참 난감하다고 푸념하는 강 청장은 경찰총수로서 그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수사엔 미온적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이나 장자연 리스트 관련한 경찰의 수사 태도는 그동안 많은 비난을 받았다.

장자연씨가 자살한 게 지난달 7일이고 성 접대 강요를 받았다는 문건 내용이 공개된 게 지난달 13일인데 경찰은 지금까지 전 매니저 유장호씨와 문건을 봤다는 일부 기자들만 조사한 게 전부다.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 아무개씨는 여전히 일본에 체류 중이고, 리스트에 올랐던 유력 인사들에 대한 조사는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 사건도 처음 언론에 공개됐을 때 경찰은 처음에 "안마시술소에서 적발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관할서인 마포서 직원들은 취재기자들에게 안마시술소의 위치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등 언론의 관심이 룸살롱 성 접대로 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어 수사 범위를 불구속 입건된 청와대 김아무개 행정관 한 사람의 성매매로만 한정하는 태도도 보였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1일에야 이번 사건과 관련 "윤리, 도덕적으로 가장 엄격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최근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참담함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향응제공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수사기관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지나고 언론에 의해 실체가 거의 드러나고 난 뒤에야 청와대는 뒷북 사과를 한 셈이다.
#강희락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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