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떼는 생을 위해 싸우고, 그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바다생물들 또한 생을 위해 싸운다. 하지만 항상 한편이 이긴다.김학현
▲ 물새떼는 생을 위해 싸우고, 그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바다생물들 또한 생을 위해 싸운다. 하지만 항상 한편이 이긴다.
ⓒ 김학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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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들과 파도의 아우성 소리에 묻힐 줄 알았던 그들의 싸움은 치열하기 그지없다. 인생도 그 이외의 생물도 진한 싸움 끝에야 삶이란 선물을 얻는 게 분명하다. 물새떼의 승리는 그들에게 쉼을 선물하고 떠난 치열한 전장에서 깃발을 꽂는다.
항상 생의 치열한 전쟁만 있는 건 아니다. 이미 삶이나 죽음이나 마찬가지인 것도 있다. 발딱 젖혀진 조가비 하나, 이미 생의 전쟁을 마쳤기에(그 전쟁에서 진 게 뻔하지만) 너무나 한가하다. 또 다른 희망을 본다. 또 다른 꿈을 꾼다.
조가비 안에서 무수한 모래알들이 조가비가 꾸는 꿈을 알려준다. 바닷물과 어울린 모래알들, 아마도 자신을 따라 죽음으로 갈 생물들에게 아침밥을 지어주려는 모양이다. 그렇게 홍안을 내밀며 떠오르는 해에 기대어 밥을 지을 모양이다. 죽었다고, 이젠 끝이라고, 감히 누가 조가비에게 그런 무지막지한 말을 하랴.
긴 줄 하나 끝없이 바다로 향하고, 파래가 붙어 그냥 생명 없는 줄만은 아니라고 가르친다. 이 끝에 무엇이 있을까? 부표가 덩그러니 지나는 배에게 길을 가리켜준다. 누구나 이렇게 길을 만들며 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그 길을 걸었다고 말한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모래 위에 찍힌 발자국이 힘겨운 인생사를 백사장 위에 쓴다. 누구나 발자국을 남기며 산다. 처음 가는 길 위에 남은 발자국이든, 이미 간 길 위에 남기는 발자국이든... 나도 살포시 그 곁에 발자국을 찍어본다.
이른 아침 대천해수욕장을 걸으며, 그것도 아주 느리게 걸으며, 바다가 남기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참 소중한 추억이다. 빈 조가비도 꿈을 꾸는 바다, 닻줄 하나에도 무수한 꿈을 실어 망망대해로 띄울 수 있는 바다, 빈 것만 같은 인생이라도 작은 꿈 하나 가진다고 나무랄 사람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당당뉴스,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4.07 20:5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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