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여성위원들은 액세서리인가

[取중眞담] 강희락 출석요구 입장이 '오락가락'

등록 2009.04.09 21:55수정 2009.04.0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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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희락 경찰청장이 지난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지난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강희락 경찰청장이 지난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강희락 경찰청장의 성매매 관련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들의 태도가 오락가락이다. 이들이 과연 국회의원과 여성위 위원의 본분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강희락 청장의 문제 발언이 보도된 직후, 여성위 여야 3간사는 합의를 통해 강 청장에 대한 국회 출석요구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없이 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 것.

 

지난 3일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는 강 청장은 지난 6일 신낙균 여성위원장실을 찾아 여성위의 출석요구안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반발한 위원장을 비롯한 3당 간사들은, 8일 여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 청장에 대한 출석요구안을 결의해 반드시 강 청장을 출석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8일 열린 전체회의에는 한나라당이 빠졌고,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출석요구안도 처리할 수 없었다. 돌연 한나라당 여성위원들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같은 사안으로 경찰청장을 또 출석시켜 같은 질의를 벌이는 것은 강 청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한나라당 여성위원들의 불참 이유다.

 

행안위에 나왔으니 여성위 안 나와도 된다?

 

경찰 총수가 '성매매는 재수 없으면 걸린다', '나도 공보관 시절 접대 많이 해봤다'고 말했을 때 경찰청장을 불러 조사를 벌여야 할 상임위원회는 어디일까.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 의지가 희박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불법을 단속해야 할 경찰 간부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경찰청을 소관으로 하는 행안위가 현안질의를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성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성매매 근절을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여성위원회에서 성매매를 '재수 없으면 걸리는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성매매 단속 주체 경찰청장의 성 의식을 검증하고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촉구해야 한다.

 

이런 일이 중요하고, 언제라도 해당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겸임위원회이긴 하지만 여성위가 상임위원회로서 국회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행안위에서 다뤘다'는 이유로 강 청장 출석에 반대하는 것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의 책무를 져버리는 것인 동시에 여성위원으로서의 자격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일이다.

 

지난 3일 대부분의 한나라당 소속 행안위원들이 강 청장을 강도 높게 추궁한 것을 보면, 여당 내에서도 강 청장 발언의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성접대에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안일한 사고를 하는 분이 어떻게 성상납 관련 수사의 총책임자가 될 수 있는지 납득을 못하겠다"면서 "이렇게 해서 어떻게 무너진 공직기강을 확립하겠느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도 "도대체 강 청장은 여성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느냐"면서 "청장의 발언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마초 신드롬'에 빠진 사회 지도층의 반인권, 반여성적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위를 타 상임위의 액세서리로 만들지 마라

 

a  강희락 경찰청장과 강청장의 성매매알선행위 및 성매매 관련 발언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사회단체회원들이 사퇴를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과 강청장의 성매매알선행위 및 성매매 관련 발언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사회단체회원들이 사퇴를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유성호

강희락 경찰청장과 강청장의 성매매알선행위 및 성매매 관련 발언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사회단체회원들이 사퇴를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유성호

발언 자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매매와 관련된 인식에 문제를 분명히 드러낸 경찰청장에 대한 현안질의를 벌이지 않겠다는 것은 행정부 감싸기로 밖에 볼 수 없다.

 

또 행안위에서 다뤘기 때문에 여성위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여성위 고유 역할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여성들은 여성을 남성의 액세서리쯤으로 여기는 시각을 매우 싫어한다. 그런데 여당 여성위원들은 스스로를 타 상임위의 액세서리로 만들었다.

2009.04.09 21:55ⓒ 2009 OhmyNews
#강희락 #여성위원회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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