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로 지친 딸, 참치죽 먹어라

등록 2009.04.23 11:17수정 2009.04.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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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간고사로 지친 큰 애가 먹고 기운을 차린 참치죽.

중간고사로 지친 큰 애가 먹고 기운을 차린 참치죽. ⓒ 김은주

중간고사로 지친 큰 애가 먹고 기운을 차린 참치죽. ⓒ 김은주

 

요 며칠 동안 큰 애가 짜증이 많아졌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반항기에 접어들어서 그러니 초장에 잡아야 한다, 뭐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어려움을 나름대로 느끼고도 있었지요.

 

그런데 이런 건 엄마로서 부족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큰 애는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를 얼마 안 남겨놓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고, 그게 원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잘했지만 공부할 분량도 많아지고 또 더 어려워진 중학교 시험에서는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도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있고, 주변 사람들의 방응도 신경이 쓰이고 해서 이래저래 압박감이 큰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험이 얼마 안 남아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인데 목구멍이 부어 버렸습니다. 지나치게 과로했을 때 목이 붓고 또 그 주변이 허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중학교 올라와서 밤 늦게까지 학원 다니느라 피로하고 또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피곤하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었으니 하긴 안 아픈 게 오히려 이상하지요.

 

목은 좀 심각하게 부어 있었습니다. 부은 부위가 꽤 넓게 퍼져 있고, 또 그 주변이 헐기까지 했으니 고통이 이만저만한 게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서 요 며칠간 대답도 잘 안 하고, 짜증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난 딸이 아픈 것도 모른 채 초장에 잡겠다고 벼르고 있었으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로와 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큰 애는 봄철의 불청객인 춘곤증 때문인지 입맛까지 잃어 먹는 것도 영 신통찮았습니다. 하긴 목구멍이 부었으니 뭘 삼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아이에게 뭔가 맛있는 걸 해먹여서 원기를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먹고 싶은 것 없냐고 물었습니다. 완전히 입맛을 잃은 모습이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큰 애는 참치 죽을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참치 죽은 예전에 아이가 자기가 공부하는 자습서에 있는 레시피를 보고 끓여서 맛있게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먹은 참치죽이 정말 맛있었던 모양입니다. 하긴 참치죽이 아니라도 큰 애는 죽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큰 애가 아기 때 아픈 적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목이 부었었습니다. 그때 나는 쇠고기와 야채를 함께 넣은 쇠고기 죽을 끓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아프면 무조건 죽을 먹고 싶어 해서 웬만하면 죽을 만들어줬지만 바쁠 때는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죽을 사와서 먹이기도 하고, 죽 집에서 끓인 제대로 된 죽을 사와서 먹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아이가 완전히 입맛을 잃고 또 목구멍까지 부은 상황에서도 죽이 먹고 싶다고 하는 게 별로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죽을 끓이기 위해 먼저 재료를 모았습니다. 가장 먼저 쌀을 불렸습니다. 쌀은 2시간 정도 물에 불렸다가 끓여야 하기 때문에 미리 씻어서 불렸지요. 그리고 집에 있던 애호박과 감자, 양파와 당근을 잘게 다져놓았습니다. 그리고는 텃밭에 가서 부추를 조금 베어와 다듬고 잘게 썰었습니다. 사실 부추는 안 넣어도 되지만 색깔을 예쁘게 하고 또 참치의 비린 맛을 잡아줄 것 같아 레시피에는 없지만 특별히 넣었습니다.

 

레시피에는 대신 브로콜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도 내가 부추를 넣는 용도로 브로콜리가 이용되는 것 같습니다. 감자의 흰색과 당근의 붉은 색, 이런 색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초록이 필요한데 브로콜리의 초록빛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브로콜리도 나름의 향을 갖고 있는데 아마도 그 향이 참치의 동물성 냄새를 중화시키는 역할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브로콜리를 따로 사러가기도 귀찮아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추로 대신했는데 큰 애 입맛에는 오히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참치 죽 레시피

① 쌀 1/2컵을 씻어서 불리기

② 참치 1/4컵, 당근, 양파, 감자, 브로콜리, 조미 김 준비

③ 참기름 두른 냄비에 불린 쌀을 넣어 살짝 볶다가 물 3컵을 넣고 끓이기

④ 물이 끓으면 당근, 양파, 감자, 참치를 넣어서 약한 불에서 끓이기

⑤ 쌀이 퍼지면 브로콜리, 조미 김, 깨 넣고 구운 소금으로 간하고 마무리

쌀이 어느 정도 불었을 때 참기름을 솥에 좀 뿌리고 쌀을 살짝 볶았습니다. 볶은 쌀에 물을 많이 넣고 기다렸다가 쌀이 끓을 때 준비해둔 야채를 넣고 밥이 퍼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금 간을 하고 부추를 넣어서 색깔의 구색을 맞추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그릇에 죽을 담고 위에 김 가루와 깨를 뿌려서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시험 스트레스와 춘곤증으로 입맛을 잃었던 큰 애는 참치죽을 두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기운을 좀 되찾았는지 대답도 잘하고 좀 명랑해졌습니다.

 

봄이라서 사람들이 다 입맛도 없고, 거기다 춘곤증 때문에 피곤하고,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모두 지쳐 있는데 이런 때 맛있는 죽 한 그릇 만들어 먹으면 기운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치죽 #중간고사 #목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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