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문의가 권하는 '녹색 아가'로 키우기

[아가와 책 112] 앨런 그린의 <그린 베이비>

등록 2009.04.23 21:42수정 2009.04.2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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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그린베이비>

책 <그린베이비> ⓒ 한울림

다른 서평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에코맘'이 되고 싶은 독자다.

알파맘이다, 베타맘이다, 엄마를 칭하는 여러 호칭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굳이 '에코맘'이 되고 싶은 이유는 내 아이에게 건강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창 분유가 마치 '새로운 엄마 젖의 대용품, 가슴을 드러내고 먹이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아기 음식'으로 광고되던 해에 태어난 나는 언니 동생과 마찬가지로 모유 대신 분유를 먹고 자랐다. 그 이유에서일까?

20대가 되고서 알레르기 천식과 가려움 등으로 심하게 고생을 했으며, 현재도 몸 상태가 조금만 안 좋으면 금방 이런 증세가 나타나곤 한다. 어린 시절 무공해 청정 지역인 제주도에서 자랄 때는 없었던 증상인데 특히 서울로 이사를 오고 나서 나타나기 시작해 지금도 완치되지 못했다.

먹을 것부터 시작해서 살고 있는 환경까지 내 몸을 변화시키는 요소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환경에 살고 있는 한, 내 아이에게만큼은 깨끗하고 좋은 환경 속에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주어 행복한 삶을 조성하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뱃속에서부터 아이는 환경적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이를 낳기 전부터 엄마는 자기 몸을 깨끗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깨끗이 한다는 건 겉모습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아이에게 공급되는 혈액, 아이의 몸을 형성할 여러 세포, 이 모든 것은 엄마로부터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엄마들의 얘기나 책을 보면, '임신했을 때 라면을 많이 먹었더니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다'는 말을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임신 중의 엄마는 먹는 것부터 시작하여 해로운 환경을 될 수 있으면 멀리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소아과 전문의인 저자는 소아 천식과 음식 알레르기의 핵심 요인은 자궁에서 생긴다고 말한다. 임신 아홉 달 동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는 과일, 채소, 통곡식, 유익한 배양균이 들어 있는 요구르트 등을 섭취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알레르기 요소가 적다고 한다.


충격적인 실험 결과도 있다. 소아과 진료를 하면서 환경실무그룹의 탯줄 혈액 연구에 참여한 저자는 아기 탯줄에서 수은, 내화제,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 물질이 무려 200개나 들어 있음을 발견했다. 탯줄 혈액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이 그대로 섬세한 아이의 몸에 전달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

아이 방도 환경적으로 조성하라

저자는 집과 아기방을 생태적으로 바꾸라고 권한다. 요람, 기저귀, 장난감, 옷 등의 아이 물품을 구입할 때에 조금만 더 신중하게 고려하면 된다. 아기 침대와 같은 목공 제품은 포르말린 처리가 되지 않은 친환경 나무로 만들어진 걸 구입한다. 옷도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이렇게 환경적인 제품을 구입하려면 일반 제품보다 좀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굳이 새것을 구입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쓰던 것을 물려받아 잘 닦고 햇볕에 말려 소독하면 더 친환경적이 될 것이다.

책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무척 많은데, 그중 하나 놀라운 것은 아이 옷이 엄청난 화학 처리와 농약으로 범벅된 면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면화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다른 작물보다 20배나 되는 독한 농약 살포가 이루어지며, 이렇게 재배된 면으로 옷을 만드는 공정에서 염료 처리와 탈색 등 엄청난 화학 공정이 이루어진다.

이런 유해성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싶다면 물려받은 옷들을 잘 빨고 손질해서 입히면 된다. 옷이 사용되는 동안 해로운 성분들이 많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옷을 빨 때에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일반적인 세제에는 몸에 나쁜 화학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세제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니 그 성분을 공부하여 아이에게 해롭지 않은 것을 고르면 된다.

방향제, 살충제, 함부로 사용하지 마세요

흔하게 사용하는 방향제와 살충제에도 엄청난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뿌리는 살충제가 해충 그 자체보다 우리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책에서는 생태적인 살충제 만들기를 권하는데, 제법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개미를 없애려면 비눗물을 개미가 지나다니는 길에 뿌리면 된다. 설탕과 붕산으로 만든 미끼를 쓰면 바퀴벌레도 쉽게 박멸할 수 있다. 붕산은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살충 효과가 있고 시판되는 살충제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먹으면 해로우니 동물과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집에서 세제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좋다. 베이킹 소다는 냄새를 없애고 물을 연수로 만든다. 욕실용 연마제로도 사용 가능하며 가스레인지 등을 닦을 때도 유용하다. 레몬즙은 표백과 탈취의 효과가 있으며 식초도 살균 소독 기능이 있다. 이 둘은 섬유 유연제 대신 사용해도 옷감을 부드럽게 만든다.

아이에게 생태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란 참 멀고도 험한 길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해로운 요소들이 가득한 게 바로 우리 아이가 자라고 있는 이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육아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부터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을 도입해 실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린베이비 - 생태적으로 아이 키우기 - 임신.출산.육아

앨런 그린 외 지음,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옮김,
한울림어린이(한울림), 2009


#육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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