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유전유죄' 전략을 아느냐?

삼성특검 1년의 비밀

등록 2009.05.07 10:57수정 2009.05.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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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5월 29일로 다가왔다. KBS는 재판부가 '무죄'결론을 내렸다는 성급한 보도를 내놓았다가 재판의 독립성과 신뢰를 위협하였다는 역풍을 만났고, 중치 막힌 사람처럼 언론은 고요하기만 하다. 삼성특검의 기만성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파렴치한 삼성특검에 대하여 법원은 과연 제대로 처신하여 왔을까? 언론의 비판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재판의 독립성과 신뢰를 위협하는 진정한 적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삼성특검, 대국민사기극의 서막

출발점은 차명재산들에 대한 비자금의혹이었다. 삼성특검은 문제의 차명재산의 출처와 사용처를 규명하지는 않고, 오히려 (증거라고는 전혀 없이) 상속재산이라고 단정하여 면죄부를 부여하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은밀한 목적이 숨어 있다. 첫째, 비자금의혹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둘째, 세금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의혹의 당사자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며, 그런 점에서 삼성특검은 분명 '대국민사기극'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국민사기극의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언론들은 간과하였다. 비자금의혹을 덮는 일이라면 모를까 세금으로부터의 해방은 삼성특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세금해방'의 과업을 위해서 또 다른 주인공들이 무대 위로 등장한다.

상속세는 소멸되었다는 거짓말

첫 번째 주인공은 국세청이다. "차명재산은 상속재산"이라는 삼성특검의 기만적인 결론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물론 '특검을 특검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검의 업무에 관해서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 특검의 결론은 국세청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특검의 수사결과대로라면, 국세청은 차명재산들의 명의이전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마땅하다. 국세청으로서는 상속재산으로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차명재산(?)들의 뿌리는 모르지만, 명의가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사망시 납세의무가 성립되지만, 증여세는 재산의 명의변경시 납세의무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조작된 양도소득세, 숨겨진 증여세

두 번째 주인공은 법원이다. 특검은 왜 양도세포탈혐의로 기소하였을까? '상속받은 재산'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함이다. 차명재산들은 1988년 고 이병철 회장의 사망으로 취득한 것이고(상속세는 소멸?), 그 일부를 2000년 전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포탈하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상속재산이라는 증거가 없는 이상 상속세도 양도세도 없다. 차명재산들은 (설사 선대로부터의 유산이라 하더라도) 고 이병철 회장의 사망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 제3자에게 매각하는 순간 '증여'로 취득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하였다. 포탈한 양도소득세가 없는데도 말이다. 증여세를 은폐하기 위하여, 특검은 상속프레임을 조작하였고, 법원은 그 기만의 프레임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특검 주연, 국세청․법원 조연, 언론은 들러리

양도세 포탈혐의는 시퍼렇게 살아 있는 증여세를 죽은 상속세와 바꾸기 위한 특검의 기만전술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렸고, 그때서야 특검의 그늘에 숨어 있던 국세청은 양도세를 부과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삼성특검이 대국민사기극이었다면, 국세청과 법원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집행유예라는 형량에만 집착하여 유죄판결의 의미를 간과한 언론들 역시 사기극의 들러리로 전락하였다. 그런 언론이 이 회장이 왜 상고를 포기하였는지 어찌 알겠는가! 상고기간이 경과한 2009년 1월 이건희 회장은 조용히 나머지 차명재산들을 실명전환(?)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삼성특검을 계기로 대한민국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탈세극의 전말이다.


법원 민영화를 위한 법원의 독립성

부패권력을 규명하는 특검에서, 범죄를 단죄하는 법정에서, 5천만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쇼가 벌어지고 있다. 피고와 검찰은 물론 정부도 법원도 국회도 모두가 주역이자 공범들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잘난 법원의 독립성을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기상천외의 세상이다. 더 이상 분노하지도 못하는 싸늘한 침묵의 시대. 어느 작가의 이야기처럼 "그리고 아무 말도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공인회계사 오순정-


덧붙이는 글 -공인회계사 오순정-
#촛불 1년 #삼성재판 #대법원 #KBS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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