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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팝나무 꽃 ⓒ 안병기
▲ 이팝나무 꽃
ⓒ 안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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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이팝나무 가로수마다
흰 꽃이 피었다
눈부신 밥꽃이다
마치 무채를 잔뜩 썰어 넣은
무밥 같다
어렸을 적엔
이맘때가 되면
꽁보리밥과
무밥을
번갈아 먹는 것으로
간신히 춘궁기를 넘기곤 했다
아무 맛 없이
그저 심심하기만 할 뿐인
무밥보다는 차라리
좀처럼 씹히지 않는
꽁보리밥이 나았다
그러나 기억이란
아무리 뼈아픈 것일지라도
세월이 흐르고 나서
뒤돌아보면
내장 속에서 벌써
소화돼버린 지 오래인
한 그릇의 밥이다
활짝 피어난 이팝나무 꽃을
바라보고 섰노라니
난데없이 시장기가 엄습한다
꽁보리밥이
별식처럼 당기는
점심 무렵.
2009.05.07 14:2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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