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모스크 정문. 타일의 푸른 빛이 하늘 색과 잘 어울린다.
김은주
터미널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았습니다. 노란 색의 낡은 택시들이 터미널 앞에 길게 줄을 서 있고 기사들은 서로 자기 택시를 타라고 호객행위를 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오직 택시 기사들만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한편으로 낯설기도 했습니다. 아직 어둑어둑한데 오직 홀로 깨어서 삶의 전장으로 나와 아우성을 치는 택시 기사들의 삶에 대한 열기가 이스파한의 분위기와 겉돌아서 조금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이란에서는 모두들 먹고 살만한가,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장사꾼들도 붙들고 늘어지거나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사면 사고, 말고 싶으면 말라는 식으로 다소 느긋하게 보였고, 키쉬 섬에서는 오후 세 시가 되면 칼같이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돈 버는 데 그다지 관심 없는 사람들처럼 보여서 석유가 많이 나오니까 악착같이 안 벌어도 먹고 살만한가보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외적인 존재들이 택시 기사들입니다. 택시 기사들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가 남다릅니다. 그래서 가끔 바가지를 씌우는 기사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택시를 타고 나서 가격을 흥정하면 안 되고, 타기 전에 가격을 결정하고 나서 타야 한다고 합니다.
낡은 택시 한 대를 잡아탔습니다. 자그마한 남자가 운전하는 택시 안에서 이스파한을 보았습니다. 도로는 넓게 잘 뻗어 있고, 보이는 건물들은 조각품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가로수도 잘 가꾸었습니다.
저 멀리서 빛나는 이맘 모스크의 푸른빛은 인상적이었으며, 화려하고 섬세한 체헬소툰 궁전의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어느 곳에 눈을 줘도 정신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스파한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고 이스파한을 한 바퀴쯤 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분위기로 봐서 기사가 길을 못 찾는 것 같습니다. 문맹이라서 길 대장에게서 건네받은 명함을 읽을 줄 몰랐던 것입니다. 영어도 모르고 글자도 못 읽으면서 돈 벌 욕심에 우릴 태웠던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와 기사 사이에는 바디랭기지가 의사소통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바디랭귀지의 달인인 하나라도 힘을 쓸 수 없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천하의 하나라도 무슨 수로 뜻을 모르는 호텔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새벽에 이스파한 시내를 몇 바퀴 돌아야 했습니다. 사실 난 공짜로 이스파한을 드라이브해서 좋았는데 길 대장은 나와 입장이 달라서 그런지 택시기사가 길을 못 찾고 헤매는 걸 보고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호텔로 전화해서 기사와 연결시켜주었습니다. 호텔 사람과 기사가 이란어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마침내 우리가 묵을 숙소로 찾아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스파한에서 3일간 묵을 것입니다. 여행일정 중 가정 오래 묵은 지역입니다. 그만큼 볼 게 많다는 뜻이겠지요. 마슐레에서는 여유롭게 쉬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스파한에서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구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3일이라는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파한을 다 돌아보기에는 모자랄 수도 있기에 계획을 잘 짜서 열심히 구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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