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 108배순례단은 용산참사 현장 분향소 앞에서 108배를 했다. 108배는 세 구간 오체투지에 해당하는 수였다.
지요하
천주교 신자들 중에는 내 글에 대해 오체투지가 불교 수행법이라며, 천주교 신자로서 불교 식을 따르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108배도 예불 방법이라며 비난을 할 것이다. 그들의 속내는 오체투지 순례의 이유와 목적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임이 뻔하다. 불교 식을 따른다는 비난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 그들은 '차라리 십자가를 지고 가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만약 그런 고행을 택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이런저런 말로 비난을 할 것이다.
오체투지는 가장 낮은 자세이다. 온몸으로 하는 기도이다. 가장 겸손한 자세를 무수히 반복하며 나아가는 고행 속에서 참회와 속죄, 그리고 참된 기원이 절절히 발현한다. 그것이 설령 불교의 수행 방법이라 하더라도, 그것 역시 하느님 안에 존재하는 행위이다. 인간이 절대자 앞에 지속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경천(敬天) 행위이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지혜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것에 굳이 종교적 관점을 결부시킨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장 안타까워하신 '율법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느님은 종교를 구분하는 인간들의 낮은 사고범위 안에 계시지 않는다. 천주교 신자인 우리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하느님께 바치는 오체투지 기도를, 인간들의 종교적 관점을 결부시켜 하느님께서 거부하실 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