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어른들도 "좋다"고 했다. 여행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환한 얼굴이었다. 남편이 파키스탄 사람이라는 김은미(36)씨는 "이런 기회를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여행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남편이 일 때문에 함께 오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요즘 '남북 이야기'를 꺼내자 말도 말라는 표정으로 변했다. 김씨는 "요즘 남편이 TV만 보면 전쟁 날 것 같다고 난리"라면서 "그럼 비행기 타고 너희 나라 가면 되지 않겠냐고 하면, 요즘 파키스탄도 전쟁 아니냐. 오도 가도 못할 것이라고 한다며 걱정한다"고 전했다.
다른 엄마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조선족 용혜광(34)씨는 "요즘 너무 불안하다. 전쟁 날까 너무 무섭다"면서 "참 작은 땅에서 서로 갈라져 이렇게 서로 싸우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중국 출신 김동선(35)씨도 "이러다 전쟁 나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역시 "많이 불안하다"는 몽골 출신 바이갈마(39)씨의 이어진 말은 너무 당연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는 "싸우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양쪽이 힘을 합하면 세상에서 1등 나라가 될 것 같은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른에게나, 어린이에게나, 이렇듯 언제나 '결론'은 간단한 것이다.
김지나영 어린이 "남한 잘못도 있고, 북한 잘못도 있고"
일행은 도라산 평화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평화의 메시지'란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곳에서 어린이의 '결론'도 확인하고 싶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평화란 너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아직 나이 어린 그들 그림은 대부분 '추상화'였다.
그러다 알아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다. 남한과 북한이 축구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기대와는 달리 어린이는 '기어코' 스코어를 적었다. 1:0. 물론 '이쪽'의 승리였다. 기어코 새벽에 일어나 '남북 대결'을 아까 도라산 전망대에서처럼 심각하게 바라보던 어린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 때나 지금이나 북한은 '우리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저 어린이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4대 의무를 기꺼이 짊어질 것이다.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그리고 국방의 의무 … 갑자기 미군 흑인 병사의 사회적 위치가 떠올랐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사회였다. '다문화가정'은 이제 정말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듯 풀어나가야 할 일이 늘어나고 있는데, '역주행'이라니, 전쟁이라니 … 다시 평범한 '교훈'으로 돌아올 차례였다. 초등학교 5학년인 김지나영(11) 어린이가 그린 그림이 그랬다.
"오늘, 신기하고, 슬프고, 무서웠어요. 요즘 뉴스를 보면 남북이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아요. 한쪽에서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한 잘못도 있고, 북한 잘못도 있을 거예요. 전쟁이 나면 좋을 사람이 있나요? 누가 좋겠어요? 나는 평화를 사랑해요."
이날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공개기념식'에 참가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기자에게 경기 아이누리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특별한 만남'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나눔을 주문했다.
먼저 김 지사는 "외국인 부모가 한국말이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그 자녀들도 성장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면서 "그런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여행을 통해 함께 놀고 친구도 사귀어 가면서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라고 경기 아이누리를 소개했다.
이어 김 지사는 "다문화가정이 사회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있고, 또 일부 소외된 가정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라면서 "이런 현실에서 다문화아이들이 경기 아이누리를 통해 한국 사회가 자신들을 인정해준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김 지사는 "홈페이지 응원 메시지 클릭 10회가 모이면 다문화가정 어린이 1명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을 수 있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며 "우리 어린이들이 넓은 세상에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데,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