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시장에서 생선 말리는 풍경수산물 시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냄새가 나더라도 생선을 말릴 수밖에 없다. 상인들도 이 냄새가 싫다고 말하지만 생계가 달렸고, 또 이제는 어느정도 냄새에 익숙해져 그나마 괜찮다고 말한다.
김동이
냄새의 근원지였던 건조장을 뒤로 하고 바닷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똑같은 냄새가 집에서도 나는 게 아닌가! 건조장과는 한참을 떨어져 있는데 냄새가 나다니 이상했다.
"뭐야? 여기서 왜 아까 그 냄새가 나지?"
"글쎄, 이 근방에도 또 건조장이 있는 거 아녀?"
"없는데? 혹시 수산물 시장 쪽에서 날아 온 냄새인가?"
"뭐 그럴 수도 있지. 거기는 건조장이 아니더라도 그냥 말리는 사람들이 많잖아"하긴 그럴 만도 했다. 태안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신진도 수산시장에서는 싱싱한 활어도 있지만, 포와 반건조 수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각 점포마다 항구길을 따라 생선을 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수산물 시장 단골집의 한 상인은 "우리도 활어만 팔면 좋은데 이것저것 찾는 손님들이 많아 팔아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말린 생선도 해야 되니께"하며 "여기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가끔 생선 냄새가 싫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적응이 돼서 그나마 괜찮어"라고 말하며 코를 막는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이 상인은 또 "냄새가 싫다고 안 말릴 수는 없잖여. 생계가 달린 일인디"하며 냄새는 싫지만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바닷가 사람들은 냄새와 생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수산시장에서 매일 생선 냄새를 맡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런데 평소에는 비린 생선 냄새를 맡아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오죽 하겠는가.
하여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난 집안의 모든 창문을 닫아 버렸다. 차라리 냄새보다는 더운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창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창문을 열자마자 바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무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려 주었고, 등줄기를 타고 내리던 땀도 어느새 말라버릴 정도로 시원해졌다. 물론, 이로 인해 역겨운 생선 냄새는 다시 맡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무더운 여름 무더위를 피하고 땀 냄새에서 벗어나자니 문을 열어야 하고, 생선 말리는 역겨운 냄새를 피하자니 문을 다시 닫아야 하고 지금 난 딜레마에 빠져있다.
덧붙이는 글 | '냄새나는 글'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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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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