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말리는 냄새 땜에 더워 죽겠다

[냄새나는 글] 바닷가 사람들의 말 못할 고통과 딜레마

등록 2009.06.30 21:06수정 2009.06.3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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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장맛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잠시 비가 그치기라도 하면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습기로 아주 죽을 맛이다.


특히, 습기가 많고 무덥다보면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리기 일쑤다. 이렇다보니 땀 냄새는 물론 집안에서도 습기로 인해 생기는 곰팡이 냄새로 진동을 한다.

나도 모르게 윗도리가 축축해지도록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기 위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바닷가를 찾았다.

생선말리는 냄새 맡아 보셨나요? 안 맡아봤으면 말을 마세요

멸치 건조장 해수욕장 가는 길에 위치해 있는 멸치 건조장. 이곳에서 나는 것으로 예상되는 역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멸치 건조장해수욕장 가는 길에 위치해 있는 멸치 건조장. 이곳에서 나는 것으로 예상되는 역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김동이

바닷가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고 때로는 바닷물에 몸을 담가가며 땀을 식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코끝을 자극하는 역한 냄새가 자연스레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게 무슨 냄새지?"
"이거 생선냄새 아녀?"
"생선냄새? 그 냄새가 이렇게 역겨워?"
"뭐 말리나 본데? 야! 빨리 창문 닫아라"



더워 죽겠는데 도저히 차 창문을 열고 갈 수가 없어 창문을 올리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 때 길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큰 창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멸치 냉풍 건조장"이라고 간판을 내건 걸 보니 냄새의 근원이 아닌가 생각됐다.


'지금이 멸치 말린 때인가?'

시기상으로는 멸치가 아닌 다른 생선을 말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냄새는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 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화장실 냄새가 낫다 싶을 정도의 역겨운 냄새가 뜨거운 바람을 타고 날아와 허기도 날려버릴 정도였다.

건조장이 없는 집에서는 왜 냄새가 나지? 그 원인은?

수산물 시장에서 생선 말리는 풍경 수산물 시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냄새가 나더라도 생선을 말릴 수밖에 없다. 상인들도 이 냄새가 싫다고 말하지만 생계가 달렸고, 또 이제는 어느정도 냄새에 익숙해져 그나마 괜찮다고 말한다.
수산물 시장에서 생선 말리는 풍경수산물 시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냄새가 나더라도 생선을 말릴 수밖에 없다. 상인들도 이 냄새가 싫다고 말하지만 생계가 달렸고, 또 이제는 어느정도 냄새에 익숙해져 그나마 괜찮다고 말한다.김동이

냄새의 근원지였던 건조장을 뒤로 하고 바닷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똑같은 냄새가 집에서도 나는 게 아닌가! 건조장과는 한참을 떨어져 있는데 냄새가 나다니 이상했다.

"뭐야? 여기서 왜 아까 그 냄새가 나지?"
"글쎄, 이 근방에도 또 건조장이 있는 거 아녀?"
"없는데? 혹시 수산물 시장 쪽에서 날아 온 냄새인가?"
"뭐 그럴 수도 있지. 거기는 건조장이 아니더라도 그냥 말리는 사람들이 많잖아"


하긴 그럴 만도 했다. 태안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신진도 수산시장에서는 싱싱한 활어도 있지만, 포와 반건조 수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각 점포마다 항구길을 따라 생선을 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수산물 시장 단골집의 한 상인은 "우리도 활어만 팔면 좋은데 이것저것 찾는 손님들이 많아 팔아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말린 생선도 해야 되니께"하며 "여기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가끔 생선 냄새가 싫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적응이 돼서 그나마 괜찮어"라고 말하며 코를 막는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이 상인은 또 "냄새가 싫다고 안 말릴 수는 없잖여. 생계가 달린 일인디"하며 냄새는 싫지만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바닷가 사람들은 냄새와 생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수산시장에서 매일 생선 냄새를 맡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런데 평소에는 비린 생선 냄새를 맡아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오죽 하겠는가.

하여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난 집안의 모든 창문을 닫아 버렸다. 차라리 냄새보다는 더운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창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창문을 열자마자 바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무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려 주었고, 등줄기를 타고 내리던 땀도 어느새 말라버릴 정도로 시원해졌다. 물론, 이로 인해 역겨운 생선 냄새는 다시 맡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무더운 여름 무더위를 피하고 땀 냄새에서 벗어나자니 문을 열어야 하고, 생선 말리는 역겨운 냄새를 피하자니 문을 다시 닫아야 하고 지금 난 딜레마에 빠져있다.

덧붙이는 글 | '냄새나는 글' 응모글


덧붙이는 글 '냄새나는 글' 응모글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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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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