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수호자 자처한 '부자정당'들?
한나라-선진-친박 '3각 동맹', 민주당 압박

"비정규직법 1년 6개월 유예" 합의... 민주당 "3당 야합" 반발

등록 2009.07.02 17:35수정 2009.07.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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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어제 우리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은 합법적인 것이고 추미애 위원장이 따로 연 회의야말로 불법"이라며 추미애 환노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왼쪽은 성윤환 의원.
국회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어제 우리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은 합법적인 것이고 추미애 위원장이 따로 연 회의야말로 불법"이라며 추미애 환노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왼쪽은 성윤환 의원.남소연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맞선 가운데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가 한나라당과 공조를 선언하고 나서 민주당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2일 오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는 공식 발표를 통해 "비정규직법 시행을 1년 6개월 유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애초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2년간 유예하자는 입장이었다. 또 자유선진당은 1년 6개월간, 민주당은 6개월간 유예하자고 맞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의 1년 6개월 유예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민주당을 포위한 여야 '3각 동맹'이 이뤄지게 됐다. 한나라당 조원진 간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이 제안한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3당이 합의를 한 이유는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원진 "환노위 법안상정은 적법... 추미애 물러나라"

어제(1일) 오후 국회 환노위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147건 법안을 기습 상정하려 했던 조 간사는 이날도 추미애 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조 간사는 "지금까지 추 위원장은 상임위원장 역할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철학만을 고집하며 독단과 아집으로 위원회를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 위원장의 오만한 행동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단이 사퇴촉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추 위원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환노위원장 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환노위원장 직무 대행과 법안 상정도 적법한 절차라고 강변했다. 2일 밤 9시 추 위원장이 소집한 상임위 회의가 오히려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조 간사는 "법안 상정은 국회법 50조 5항에 따라 위원장이 직무를 기피, 거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말했다. 이어 "밤 9시 추 위원장이 소집한 회의는 '하루에 2번 위원회를 열 수 없다'는 국회법이 있기 때문에 무효"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친박연대과 '3자 동맹'으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조 간사는 "지금 하루에 2000명씩 해고되고 있는데 민주당은 해고를 당해 어려움을 겪는 실직자, 비정규직의 아픔을 느껴야 한다"며 "말 한마디 못하고 길거리로 내쫓기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을 생각해서라도 민주당은 회의장에 나오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요구했다.

자유선진당도 한나라당을 거들고 나섰다.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공개 브리핑을 통해 "2년 전 여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근로자, 노조, 기업 누구도 원치 않는 비정규직법을 우격다짐으로 만들어놓고 계속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입만 열면 사회적 약자 운운하는 사람들이 지금 피눈물 흘리는 비정규직을 왜 외면하고 있느냐"면서 거듭 민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2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미애 환노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2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미애 환노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남소연

김재윤 "인간적 신뢰 저버린 한나라당, 3당 합의는 야합"

하지만 민주당은 '3각 동맹'을 "야합"으로 맹비난하며 나홀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더 이상 소모적인 기간유예 논쟁을 중단하고 차별시정제도 개선을 비롯한 사후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거듭 요구했다.

한나라당을 편들고 나선 자유선진당을 향해서도 독설을 날렸다. 김 대변인은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해 나몰라라 외면하던 자유선진당은 '말리는 시누이'와 다름없다"면서 "도대체 자유선진당은 정체가 뭐냐, 여야를 넘나드는 국회안의 리베로냐"고 비난했다.

환노위 김재윤 간사도 언론을 통해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만큼 이를 유예하는 것은 헌법에도 맞지 않고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유예안을 갖고 절대 대화하지 않을 것이며, 3당 합의는 야합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경한 뜻을 밝혔다.

김 간사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도 "(환노위 기습상정과 관련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청했는데, 공개적인 사과가 없으면 그 어떤 협상과 회의도 일체 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인간적 신의도 정치적 신뢰도 다 저버렸다"면서 "양의 탈을 쓴 늑대일 뿐"이라고 여당을 비난했다.

'3각 동맹'에 포위된 민주당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소수야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이 같은 편에 서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기습 상정 시도 직후 낸 논평에서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법시행이 잘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불법적인 해고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이라면서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발벗고 나서서 해고를 선동하고 해고불안을 가중시키는 시행유예 논란을 아직도 접지 않고 있는데 대해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이날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신당은 이번 비정규직법의 논란이 시행유예냐, 아니냐로 가는 것을 결코 반대한다"며 "시행유예 논란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또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가 합의했다고 하는 1년 6월 유예안은 말할 가치가 없다"며 "민주당이 말하는 6개월 유예안 등 그 어떤 비정규직법 유예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민주당 김재윤, 민주노동당 홍희덕,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비정규직 해고 조장하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당 김재윤, 민주노동당 홍희덕,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비정규직 해고 조장하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남소연

6자 회담-7당 대표회담... 정치권, 비정규직 해법 찾기 '물밑 접촉' 

한나라당-자유선진당-친박연대와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물밑 접촉은 이뤄지고 있다. 한나라당 김정훈-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만나 교착 상태에 빠진 비정규직법 처리를 위해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이 내놓은 국회내 '비정규직 특위 설치'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민주당에게는 3당 원내대표-정책위원장이 만나는 '6자 회담'을 제의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원진 간사의 '기습 상정 시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6자 회담 제의를 거절하고 있다.

이날 진보신당도 비정규직법 해결을 위해 '7당 대표회담'과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비정규직법 #3당 합의 #야합 #조원진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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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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