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30) 주관적

―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주관적인 편견' 다듬기

등록 2009.07.05 17:43수정 2009.07.05 17:43
0
원고료로 응원

 

ㄱ.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 그러나 경험이 많은 조류학자라면 새들의 행동을 그렇게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  《알도 레오폴드/송명규 옮김-모래 군의 열두 달》(따님,2000) 44쪽

 

 "새들의 행동(行動)을"은 "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이나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로 손보고, "해석(解析)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는 "풀이하면 위험한 줄을 안다"나 "읽으면 잘못인 줄을 안다"로 손봅니다. 그나저나, '새학자'라 하면 안 되는가 생각해 봅니다. '새'라 하면 헌 것이 아닌 새 것하고 헷갈린다 하지만, '조류'라 하여도 '鳥類'와 '潮流'와 '藻類'를 다루는 학자가 있는 만큼, 이때에도 똑같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어차피 헷갈리게 되는 낱말인데 '새학자'로 이름을 붙인 다음, '철새학자'와 '텃새학자'와 '들새학자'처럼 어떤 새를 다루는 사람인지를 나누어 보면 어떠할는지 궁금합니다.

 

 ┌ 주관적(主觀的) : 자기의 견해나 관점을 기초로 하는

 │   - 주관적 판단 / 주관적인 견해 / 사태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다

 ├ 주관(主觀)

 │  (1) 자기만의 견해나 관점

 │   - 주관이 뚜렷하다 / 주관이 없다 / 주관을 세우다

 │  (2) 외부 세계현실 따위를 인식, 행위, 평가하는 의식과 의지를 가진 존재

 │

 ├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 제멋대로 풀이하면

 │→ 멋대로 생각하면

 │→ 마음대로 생각하면

 │→ 함부로 보면

 │→ 대충 살피면

 │→ 아무렇게나 바라보면

 │→ 어설피 바라보면

 └ …

 

 어느 한 사람 눈길이라 할 때에 쓰는 '주관-주관적'이요, 여러 사람 눈길이라 할 때에 쓰는 '객관-객관적'입니다. 두 낱말은 함께 쓰입니다. 언제나 나란히 움직입니다. 맞서는 낱말이며, 한동아리가 되는 낱말입니다.

 

 워낙 익히 쓰기 때문에 섣불리 두 낱말을 털어내자고 말할 수 없습니다. 깊이 헤아리지 않고서는 두 낱말을 함부로 풀어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익히 쓰게 된 낱말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알맞는가를 '내 눈'과 '모두 눈'으로 차근차근 파헤쳐 본다면, 우리 스스로 한결 알맞거나 어울리는 싱그러운 말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주관적 판단 → 혼자 생각

 ├ 주관적인 견해 → 한 사람 생각 / 내 생각

 └ 사태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다 → 일을 제멋대로 헤아리다 / 일을 내 깜냥껏 풀이하다

 

 이 보기글에서는 "멋대로 바라보는" 일, 그러니까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대충 바라보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멋대로-내멋대로-제멋대로'를 넣으면 잘 어울립니다. '함부로-대충-아무렇게나'를 넣어도 썩 어울립니다. '마음대로'와 '내키는 대로'를 넣어도 괜찮습니다. 새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말하는 일을 가리키니까, '멋모르고'라든지 '어설피'라든지 '섣불리'를 넣어 보아도 됩니다.

 

 ┌ 내 눈 / 내 생각

 └ 남 눈(남들 눈) / 남 생각(남들 생각)

 

 국어사전 보기글에 실린 "주관적 판단"과 "주관적 견해"란, "내 눈"이나 "내 눈길"이나 "내 눈썰미"나 "내 생각"이나 "내 생각주머니"쯤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객관적 판단"이나 "객관적 견해"라 한다면, "남 눈"이나 "남들 눈"이나 "사람들 눈"이나 "여느 사람들 눈"으로 풀어낼 수 있을 테지요.

 

 이야기흐름을 돌아보고 이야기자리를 살피면, 때와 곳에 걸맞는 낱말을 슬기롭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언제나 똑같이만 써야 하는 '주관적'이나 '객관적'이 아니에요. 늘 다르게 쓸 수 있는 우리 말입니다. 또한, 똑같은 때와 곳이 한 번도 없을 우리 삶이기 때문에, 한결같이 조금씩 다르게 풀어내어 적을 수 있는 우리 말이기도 합니다.

 

 이때에는 이렇게 쓰면 되지요. 저곳에는 저렇게 쓰면 되고요. 이때에는 이러한 말투로 우리 생각을 드러냅니다. 저곳에는 저러한 글투로 우리 넋을 보여줍니다.

 

 ┌ 내 생각은 말이지 / 사람들 생각은 말이지

 ├ 나는 이렇게 본다 / 사람들은 이렇게 본다

 ├ 내 깜냥으로는 / 사람들 깜냥으로는

 ├ 내가 바라볼 때에는 / 사람들이 바라볼 때에는

 └ …

 

 우리 말은 틀에 매이지 않는 말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말은 늘 달라지며, 언제나 새롭게 펼칠 수 있는 말이라고 느낍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고여 있는 글이 아니라, 언제나 싱싱하고 튼튼하고 야무지게 움직이는 글이라고 느낍니다. 우리가 함께 나눌 글이라면 답답하거나 꽉 조여진 글이 아니라 넉넉하고 따사로우면서 너그럽고 살가운 글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 빛깔을 고이 헤아리면서 알뜰살뜰 나누면 한결 즐거우리라 봅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말 빛깔을 좀더 맑게 다스리면서 우리 얼을 꾸준히 갈고닦는다면 더욱 즐거우리라 봅니다.

 

 

ㄴ. 주관적인 편견

 

.. 필자의 이런 생각에 대해서 혹자는 그것은 주관적인 편견이고, 특히 최근에 와서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정부 당국의 태도가 많이 달라져 가고 있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 ..  《김남주-시와 혁명》(나루,1991) 169쪽

 

 "필자(筆者)의 이런 생각에 대(對)해서"는 "글을 쓰는 내 이런 생각에"나 "글쓴이가 이렇게 생각한다 할 때에"로 다듬어 봅니다. '혹자(或者)'는 '어떤 이'나 '누군가'로 손보고, '특(特)히'는 '더구나'로 손보며, '최근(最近)'은 '요사이'로 손봅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남북관계에서"로 고쳐 주고, "정부 당국(當局)의 태도(態度)가"는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이"로 고쳐씁니다. "이의(異意)를 제기(提起)할지도"는 "다른 말을 할지도"나 "아니라고 할지도"로 손질합니다.

 

 ┌ 주관적인 편견이고

 │

 │→ 내 생각일 뿐이고

 │→ 내 좁은 생각이고

 │→ 내 얕은 생각이고

 │→ 내 치우친 생각이고

 │→ 내 모자란 생각이고

 └ …

 

 누구나 좁게 보기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넓게 보는 사람이 있으나, 아직 모를 때에는 좁게 볼밖에 없습니다. 아직 모르면서도 넓게 본다면 대단한 눈썰미입니다. 그러나 제법 안다 할지라도 좁게 보는 사람이 있으며, 퍽 알면서도 좁은 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너른 세상이지만 조금도 너르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가 많이 배우고 알고 읽고 만나고 했어도 눈길이 좁습니다. 세상이 좁다고 느끼면서도 이 좁은 테두리에서 마음 깊은 데에서 우러나는 샘물 같은 넋을 돌보거나 추스른다면, 우리들 눈결과 눈높이는 한결 그윽하면서 넉넉할 수 있습니다.

 

 오늘 치우친 눈이라 하여 내일도 치우친 눈이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모자란 눈이라 하지만 내일은 꽉 차거나 야무진 눈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애쓰는 삶이라면. 우리 스스로 힘쓰는 삶이라면. 우리 스스로 온마음 바치며 주먹 불끈 쥐는 삶이라 한다면.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07.05 17:43ⓒ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5. 5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