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과의 첫 만남

[서울.강화여행 ④] 북한산 등반(836.5m)

등록 2009.07.07 20:52수정 2009.07.0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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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북한산 등반 북한산과의 첫 만남...바로 위 꼭대기가 백운대 정상...공사중이라 태극기 앞에 서보지 못했다..

북한산 등반 북한산과의 첫 만남...바로 위 꼭대기가 백운대 정상...공사중이라 태극기 앞에 서보지 못했다.. ⓒ 이명화

▲ 북한산 등반 북한산과의 첫 만남...바로 위 꼭대기가 백운대 정상...공사중이라 태극기 앞에 서보지 못했다.. ⓒ 이명화

 

'가까이에 있는 산은/항상 아내 같다/바라보기만 해도 내 것이다/오르면 오를수록 재미있는 산/더 많이 변화를 감추고 있는 산/가까이에서 더 모르는 산/그래서 아내 같다/거기 언제나 그대로 있으므로/마음이 놓인다/어떤 날에는 성깔이 보이고/어떤 날에는 너그러워 눈물난다

칼바위 등걸이나 벽이거나/매달린 나를 떠밀다가도/마침내 마침내 포근히 받아들이는 산/서울 거리 어디에서도/바라보기만 하면 가슴이 뛰는 산/내 것이면서 내가 잘 모르는 산 -이성부의 '삼각산'-


오산리 기도원에서 깨어 일어나 새벽예배에 참석, 기도원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오늘은 우리 한국의 수도 서울, 서울을 대표하는 북한산을 만나러 간다. 정발산역(일산)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에서 내렸다가 갈아타고 수유리에서 내려서 120번 버스를 기다렸다.


서울은 무슨 일 한 가지 하려해도 복잡한 교통, 거리 등으로 인해 하루 일이다. 시간다툼이다. 120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우이동에서 내린다. 여기서 북한산 등산 입구까지 가려면 한참의 거리라 택시를 탄다. 택시를 타고(1인당 1,500원')도선사 주차장에 도착, 산행로에 들어선다. 아침 일찍 나왔건만 벌써 11시 정각이다.

 


도심속의 천혜의 자연공원

 

a 북한산 거대한 뿔처럼 돋은 암봉들...

북한산 거대한 뿔처럼 돋은 암봉들... ⓒ 이명화

▲ 북한산 거대한 뿔처럼 돋은 암봉들... ⓒ 이명화


매연 가득한 서울 시내 공기와는 전혀 싱그러운 바람, 초록 숲에 드니 숲 향기 향기롭고 맑다. 숲에 드니 계곡물소리 환하고 초록 숲길엔 바라까지 살랑살랑 불어 길도 좋아라. 도심 한가운데 도시에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자연공원, 웅장하고 수려한 삼각산은 서울의 진산 인만큼, 서울의 자존심이요, 서울 시민들에겐 더없이 좋은 쉼터가 아니겠는가.


바삐 돌아가는 도시의 생활과 문명의 이기가 낳은 공해와 소음과 매연 속에서 이 산에만 들면 맑디맑은 공기와 푸른 숲과 계곡에 깊이 잠길 수 있어 얼마나 좋은가. 일상 속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이 숲에 풍덩 빠져들면 어느새 몸과 마음에 가득 쌓인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불티처럼 날려 사라질 덧없는 욕심일랑 씻어 가곤 하겠지.


하지만 북한산은 그리 넉넉하기만 한 산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산행으로 알겠다. 거대한 뿔처럼 우뚝우뚝 높이 솟은 봉우리들만큼이나 그 속내는 녹녹치 않다.

 

a 북한산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북한산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 이명화

▲ 북한산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 이명화


북한산(삼각산)은 5악에 포함되는 명산에 들며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서울 은평구, 종로구, 성북구, 강북구, 경기 고양시 덕양구로 펼쳐져 있는 산으로, 북한산의 주봉우리는 백운대(836.5m)와 인수봉(810m), 만경대(800m)로 높이836.5m의 산이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최고봉 백운대와 그 동쪽의 인수봉, 남쪽의 만경대의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삼각산으로 더 잘 알려진 산이다.


등산로는 바윗길로 계속된다. 하루재(11:40)에 도착, 영봉, 백운대, 백운대 탐방지원센터 삼거리이다. 시원한 바람 높아 상쾌하다. 11시 55분,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 앞, 계곡물 소리 크고 맑다.

 

a 북한산... 아으~힘들게 오르는 비탈 바위...

북한산... 아으~힘들게 오르는 비탈 바위... ⓒ 이명화

▲ 북한산... 아으~힘들게 오르는 비탈 바위... ⓒ 이명화

인수봉이 잘 조망되는 경찰산악구조대 앞에 서서 쉬며 올려다본다. 깎아지른 듯한 인수봉 높은 암봉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 여럿이 보인다. 멀리서 보는 인수봉은 손이나 발을 디딜 만한 작은 군더더기조차 없이 솟은 봉우리 끝에서 아래로 미끄럽게 뻗어 내린 모양이다.


무엇이 저토록 높은 직벽 봉우리를 타고 사람들을 오르게 하는 것일까.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붙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봉우리 높은 꼭대기까지 저들을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 인수봉에 오르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 아래 바위에 두 사람이 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손에는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미끄러운 비탈을 내려오는 사람 있어 아슬아슬하다. 무모하고 위험해 보이는 행동이다. 인수봉 앞, 계곡 옆 바위 그늘에 앉아 휴식한다. 계곡 길을 끼고 오르는 산행길이다. 까치소리, 새소리 물소리에 섞여든다. 계곡을 끼고 계속 올라간다.


직각의 높고 가파른 바위계단 길을 거대한 바위 옆을 끼고 로프를 잡고 올라간다. 계곡이라 빛이 잘 들지 않아 그늘진 벼랑타기 길이다. 한쪽엔 벽 같은 높은 계곡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우렁차다. 어느 한 곳도 포근하고 넉넉한 모습을 드러내보여 주지 않는 높고 깊고 가파른 길이다.


북한산 백운산장, 48년간 지켜온 할머니

 

a 북한산 백운산장 앞 뜰...

북한산 백운산장 앞 뜰... ⓒ 이명화

▲ 북한산 백운산장 앞 뜰... ⓒ 이명화


떨어지는 폭포 그리고 또 계곡이어지고...끝도 없다. 그러고 보니 이곳 북한산을 오르면서 아이들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험한 산길에 어린아이들이 오기엔 무리일 듯싶다. 힘든 산행 길에 드디어 백운산장에 도착했다. 12시 40분이다. 백운산장 앞에 놓인 탁자 앞에 앉아 땀을 식힌다.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의 상쾌한 바람이 높다.


뜰에 놓인 나무탁자를 마주하고 앉아 산장에서 파는 맛있는 국수 한 그릇과 사온 김밥과 함께 맛난 점심식사를 한다. 힘들게 올라오는 산행 길, 지칠만한 지점에서 만나는 백운산장, 고맙기도 하다. 참 좋은 곳에 산장 있어 좋다. 고개 들어 올려다보니 백운봉 정상이 보인다. 백운산장에는 48년 동안 산장에서 산장기기로 살고 있는 아주머니가 있다.

 

a 북한산 백운산장 할머니...참 고우시다...

북한산 백운산장 할머니...참 고우시다... ⓒ 이명화

▲ 북한산 백운산장 할머니...참 고우시다... ⓒ 이명화


예전에 우연히 tv에서 북한산 백운산장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았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지만 연세 70세 답지 않게 정정하고 얼굴빛이 살아있다. 자녀 중 막내가 38살이란다. 씨할아버지 때부터 있어왔고 이곳에서 48년을 보냈다 한다. 산장에서 지내시고 낮엔 산행하는 사람들 있어 걱정하지 않지만 저녁이면 적적하단다.


지금은 파는 물건을 사람을 사서 운반하고 있지만 옛날엔 일일이 다 가지고 올라왔기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숙박도 가능하다. 침낭은 본인이 가지고 와야 하고, 숙박료는 5000원이다. 많은 산꾼들이 올라오며 내려가면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산장에서 쉬어 간다. 바람이 차다 못해 으실으실 춥다. 충분히 쉬고 다시 목적지인 백운봉으로 간다.

 

웅장하고 수려한 북한산

 

a 북한산 위문...백운대 가는 길...

북한산 위문...백운대 가는 길... ⓒ 이명화

▲ 북한산 위문...백운대 가는 길... ⓒ 이명화


낮 1시 5분이다. 걸음걸음마다 난해 한 길이다. 드디어 정상 바로 아래 위문, 위문에서 백운대로 올라간다. 나무계단 지나 바윗길, 바위 안부 위로 더 높은 봉우리들이 위로 펼쳐져있다. 1시 20분 북한산 정상이다. 정상 위 높이 펄럭이는 태극기에 발길 닿아 점찍고 와야 하는데 마침 정상부근엔 공사 중이다. 아깝다. 높고 넓게 펼쳐진 바위를 올라본다. 앞에 뒤에 보이는 주변 상봉우리들의 수려함과 위용이 대단하다.


그림 속에서 보아온 수묵화 속의 거침없이 솟은 산봉우리들 같다. 남편은 위로 쳐다보는 것 만해도 아찔하고 오금이 저린다며 바위안부에 자리 잡고 아예 앉아버렸다. 최고 봉우리 근처에라도 올랐다가 내려가고 싶어서 나는 혼자서 바위 끝에 있는 난간과 밧줄을 잡고 올라가본다. 방금 저 아래서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또 다시 펼쳐져 있다. 주변을 둘러싼 산새들이 우뚝우뚝 높이 솟아 아찔하다.

 

a 북한산 백운대 정상 주변...

북한산 백운대 정상 주변... ⓒ 이명화

▲ 북한산 백운대 정상 주변... ⓒ 이명화


높은 바위 봉우리들이 멀리멀리 펼쳐져 아득히 먼 산들과 힘찬 능선을 잇대고 있다. 최고 봉우리 근처까지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는 등산로가 흙길 거의 없는 바위투성이 험로였던 만큼 내려가는 길 역시 험하긴 마찬가지다. 1시 45분, 위문이다.

 

올라온 것과 반대편 나무계단 길로 쭉 내려가다가 대동문, 북한산대피소, 북한산탐방지원센터 삼거리에서 흙길 한번 없이 이어지는 바윗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내려갈수록 계곡물 소리 크고 힘차다. 가파른 계곡 길 흐르는 물소리조차 츠츠츠~...빠른 리듬이다.


마치 복잡한 서울도심의 교통처럼, 각박한 서울생활 속의 바쁜 일상처첨 물소리조차 빠르고 바쁜 듯 하다. 좀 수월한 길인가 싶었는데 길은 꽤 멀고 험하다. 한참을 걷고 또 걸어 대동사 약수터(3:05)아래, 넓게 찰찰 흐르는 차가운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몸을 쉰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금방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원효봉, 백운대 갈림길 나오고 우린 옆에 원효봉을 끼고서 계곡 아래로 내려간다. 바위봉우리로 된 원효봉엔 비탈에 생을 기대선 나무들이 아슬아슬하게 붙어 서 있다. 흙도 없는 바위에 어떻게 저렇게 한 생을 잇대고 있을까.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 작은 땅, 작은 보금자리를 악착같이 지키고, 얻기 위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웅장하고 수려하나 넉넉한 모성 아쉬워~

 

a 북한산 백운대 정상 올라가는 바윗길...

북한산 백운대 정상 올라가는 바윗길... ⓒ 이명화

▲ 북한산 백운대 정상 올라가는 바윗길... ⓒ 이명화


계곡에서 사람들 목소리 웅성웅성 들려온다. 거의 다 온 것일까. 계곡 탐방로 앞 보리사에 도착하니 오후 3시 45분이다. 음식점들과 상가들이 즐비하고, 계곡에선 파라솔을 펴고 물놀이 하는 사람들 보인다. 공무수행차가 마침 앞에 지나가는 것을 손을 흔들어 세워 얻어 타고 내려간다.


차를 타고도 10분은 족히 더 가는 거리, 걸어서 간다면 제법 먼 길인 것 같다. 북한산을 벗어나서 멀리서 바라보니 우뚝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손짓하는 것 같다. 웅장함과 수려함을 함께 갖춘 모습이다. 한 번 와서 북한산의 면면을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언젠가 등산길에 서울서 왔다던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북한산은 등산코스가 많고 일주일을 산행해도 다 못 돌아볼 것이라 했던 기억이 난다.


섬렘과 기대로 만났던 북한산(삼각산)과의 첫 만남은 웅장하고 수려한데다 남성적인 역동성과 근력 있어 젊어 보였으나, 따뜻하게 감싸 안는 자애적인 모성과 끌어안는 넉넉함과 느긋함과 여유로움은 볼 수 없었던 첫 인상이었다. 첫 만남의 긴장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내게 있어 북한산의 첫 인상은 그랬다.

 


산행수첩

1.일시: 2009년 6월 22일(월).흐림

2.산행기점: 도선사 주차장

3.산행: 4시간 45분

4.진행:수유역3번출구-도선사입구120번버스 종점-택시(1,500원)-도선사입구주차장(11:00)-하루재(11:40)-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인수암 11:55)-백운산장(12:40)-점심식사 후산행(1:05)-위문(725m, 1:20)-정상으로 가는 바위-위문하산(1:45)-대동사약수터(3:05)-보리사(3:45)

5. 특징

①도선사입구(120번 버스종점)-도선사:시멘트 도로

②백운산장: 1박: 침낭지참, 5000원

③백운대주변: 급경사 등산로임

2009.07.07 20:52ⓒ 2009 OhmyNews
#북한산 #백운산장 #백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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