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33) 이국적

― '가리봉동 거리는 사뭇 이국적', '말의 향연은 이국적' 다듬기

등록 2009.07.12 10:24수정 2009.07.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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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가리봉동 거리는 사뭇 이국적이다

 

..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서 구로동의 아랫동네가 되는 가리봉동 거리는 사뭇 이국적이다 ..  《공선옥-마흔에 길을 나서다》(월간 말,2003) 109쪽

 

 "구로동의 아랫동네가 되는"은 "구로동에서 아랫동네가 되는"이나 "구로동 아랫동네"로 다듬습니다. 보기글 첫머리는 "길 하나의 사이를 두고"라 하지 않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처럼 적으니 반갑습니다.

 

 ┌ 이국적(異國的) : 자기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특징적인

 │   - 이국적 정취 / 이국적 풍경 / 이국적 매력 / 이국적인 외모 /

 │     짙은 눈썹이 그녀를 이국적으로 느끼게 했다

 ├ 이국(異國) : 인정, 풍속 따위가 전혀 다른 남의 나라

 │   - 제주도는 이국의 정취를 풍기는 곳이다

 │

 ├ 가리봉동 거리는 사뭇 이국적이다

 │→ 가리봉동 거리는 사뭇 다른 나라 같다

 │→ 가리봉동 거리는 사뭇 다른 나라 느낌이다

 │→ 가리봉동 거리는 사뭇 낯설기만 하다

 └ …

 

 '다른 나라'입니다. 우리하고 같지 않으니 '다른 나라'입니다. '다른 말'입니다. 내가 쓰는 이 말하고 같지 않으니 '다른 말'입니다. 다른 생각, 다른 사람, 다른 뜻, 다른 길, 다른 책, 다른 밥, 다른 자리, 다른 마음입니다.

 

 생각해 보면, '다른-'을 앞가지로 삼을 수 있을 텐데, '다르다'를 뜻하는 '異-'만 앞가지가 되어 '이국'이니 '이질'이니 '이채'이니 '이본'이니 하며 수많은 낱말을 엮어냅니다.

 

 모든 '다른-'을 앞가지로 삼을 수 없다고 한다면, 몇 가지 흔히 쓰는 낱말들, 이를테면 '다른말'이나 '다른나라'나 '다른사람'이나 '다른뜻'쯤은 한 낱말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살피고 가꾸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 이국적 정취 → 다른 나라 같은 느낌 / 남다른 느낌

 └ 이국적 매력 → 나라밖 냄새로 사로잡는 힘

 

 써야 익숙해집니다. 쓰지 않으면 익숙하지 않은 말입니다. 익숙하지 않을 때에는 낯선 말입니다. 낯선 말이기에 더 안 쓰게 되고 더 멀어집니다.

 

 우리 스스로 '異(다른) + 國(나라)'이 낯익거나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면, 우리 스스로 '다른 + 나라'처럼 써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어사전 맞춤법을 살피면 '우리 나라'는 '우리나라'로 붙이고, '우리 말'도 '우리 말'로 붙이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 아닌 뭇나라를 일컬을 때에는 '다른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적도록 합니다. 나라밖 말 또한 '다른말'로 적을 수 없습니다. 또는, 뜻이 같지 않은 낱말을 가리킬 때에도 '다른말'로 적을 수 없으며, 뜻이 같은 낱말을 '같은말'로 적을 수 없도록 못박아 놓습니다.

 

 ┌ 이국적인 외모 → 다른 나라 사람 같은 얼굴 / 남달라 보이는 얼굴

 └ 이국적으로 느끼게 → 나라밖 사람처럼 느끼게 / 남달리 느끼게

 

 다르니 '다르다'고 말할 뿐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처럼 느끼니 '다른 나라 사람 같다'고 말할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 느낌을 고이 나타내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우리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낼 길을 헤아려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말을 가꾸고, 우리 힘으로 우리 글을 살찌워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깜냥을 빛내어 우리 넋을 키우고, 우리 슬기를 펼쳐 우리 얼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봅니다.

 

 

ㄴ. 이국적이었다

 

.. 백석의 시는 거의 사투리와 방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감칠맛 나는 말의 향연은 그리하여 이국적이었다 ..  《김담-그늘 속을 걷다》(텍스트,2009) 74쪽

 

 "백석의 시"는 "백석이 쓴 시"로 다듬습니다. '방언(方言)'은 토박이말 '사투리'를 한자로 옮긴 낱말입니다. 그러니 "사투리와 방언"이라 적으면 겹치기입니다. '방언'은 털어냅니다. '구성(構成)되어'는 '이루어져'로 손질해 줍니다.

 

 ┌ 감칠맛 나는 말의 향연은 그리하여 이국적이었다

 │

 │→ 감칠맛 나는 말잔치는 그렇기 때문에 남달랐다

 │→ 감칠맛 나는 말잔치는 그렇기 때문에 놀라웠다

 │→ 그리하여 감칠맛 나는 말잔치는 새로웠다

 │→ 그리하여 감칠맛 나는 말잔치는 새삼스러웠다

 └ …

 

 보기글을 쓴 분은 우리 말맛을 제대로 느껴 본 적이 없었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글쓴이뿐만이 아닐 테지요. 우리 둘레 수많은 사람들이 참다이 우리 말맛을 느껴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가운데 우리 말맛을 싱그럽고 알뜰하게 느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초중고등학교 국어 교사쯤 되면 우리 말맛을 느낄 수 있나요. 국어 교사가 아닌 분들은 우리 말맛을 느끼기 어렵나요. 대학교 국어 교수쯤 되어야 우리 말맛에다가 글맛을 느낄 수 있습니까. 대학교 국어 교수가 아니라면, 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 보지 않는다면 우리 말맛이나 글맛을 느끼기 힘든가요.

 

 ┌ 그리하여 감칠맛 나는 말잔치를 처음 느껴 보았다

 ├ 그리하여 감칠맛 나는 말잔치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 그리하여 감칠맛 나는 말잔치를 새삼스러 느껴 보았다

 └ …

 

 누구한테나 멋이 있고 맛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들 누구나 내 둘레 어느 사람한테든 멋과 맛이 있음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둘레 누구한테서나 느낄 멋과 맛을 지나치거나 흘려보내면서 우리 나름대로 일구고 북돋울 우리 삶맛이나 삶멋을 껴안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말맛을 찾으며 생각맛을 찾고, 생각맛을 찾으며 삶맛을 찾습니다만. 말멋을 느끼며 마음멋을 느끼고, 마음멋을 느끼면서 삶멋을 느낍니다만. 우리 스스로 우리 맛과 멋을 곱씹지 않는 가운데, 우리 힘으로 넉넉하게 이끌어 내거나 일으켜세울 맛과 멋을 놓아 버리고 맙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07.12 10:2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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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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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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