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남소연
천 후보자의 골프여행을 폭로한 일이 대표적이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2일 일요일 밤, 박 의원은 청문회를 준비하는 보좌관들 앞에 불쑥 나타나 자료를 하나 툭 던졌다고 한다. 그 속에는 천 후보자의 출입국 기록 등이 담겨 있었다.
박 의원 보좌관들은 밤새 자료를 분석해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다. 인사청문회 당일 천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게 된 '박경재 부부와 동반 골프여행' 폭로는 이렇게 나왔다.
천 후보자 아들의 호화 결혼식도 사실상 박 의원이 스스로 만든 작품이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보좌진이 "지난 5월 천 후보자 아들이 결혼식을 올렸다"는 단순한 보고를 올리자, 박 의원은 "언제, 어디서 결혼식을 했고, 누가 참석했는지 다 알아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결국 보좌관들은 천 후보자 아들 결혼식 청첩장까지 구해와야 했다. '조그만 교외 결혼식'이 사실은 연예인, 유명인사들이나 애용하는 'W호텔 결혼식'이었다는 사실도 이렇게 밝혀졌다.
만약 천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박 의원은 더 많은 추가 사실을 폭로했을지도 모른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 의원측은 천 후보자의 지난 85년 교통사고 전력까지 검토해 자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박 의원 주변에서는 이런 정보력이 '성실함'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박 의원은 언제 어디서나 '김대중 평화센터' 로고가 박힌 조그만 수첩을 들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의원총회나 회의 때 발언을 하러 나서는 박 의원의 손에는 항상 이 수첩이 들려 있다.
이 수첩 속에는 박 의원이 갖고 있는 정보와 일정, 메모, 단상 등이 깨알같은 글씨로 촘촘히 박혀 있다. 틈날 때마다 메모를 잊지 않는 박 의원의 이 '수첩' 속에서 천 후보자를 낙마 시킨 정보가 흘러나왔다.
'장내투쟁' 희망 본 민주당... 등원 투쟁 탄력 받을 듯이번 인사청문회로 박 의원은 '청문회 스타 의원' 반열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사청문회를 지켜 본 수많은 네티즌들이 박 의원의 홈페이지를 찾아 격려의 글을 남기고 있다.
민주당도 적지 않은 이익을 얻었다. 박 의원의 '선전'으로 민주당의 등원론은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달 26일 6월 임시국회가 열린 뒤에도 장외투쟁에 집중하던 민주당은 지난 12일 전격 등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들은 지도부의 등원 결정에 반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박 의원의 활약은 '등원론'에 큰 힘을 실어줬다. 장내에서도 효과적인 투쟁이 가능하다는 적절한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정세균 대표도 15일 의원총회에서 "천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낸 민주당 법사위 위원들에게 국민 여러분께서 큰 박수를 보내시는 것 같다"면서 "소수지만 정말 잘 해줬다는 평가를 받아서 민주당의 신뢰를 쌓는 데 크게 기여하신 법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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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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