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정재수의 무덤어릴 적, 아버지한테 들었던 이야기 속의 주인공, 효자 정재수의 발자취를 따라서 갔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따라 고갯마루를 몇 개나 넘었던가? 구미에서 상주시를 거쳐 충북 옥천군, 보은군, 또 다시 경북 상주시 화서면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힘든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목마다 얼마나 뜻 깊은 걸음 걸음이었는지 모릅니다.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손현희
"어! 자기야 이 이야기는 나도 아는 얘긴데? 나 어릴 때 아버지가 들려줬던 얘기거든, 그때 아버지가 나중에 책까지 사가지고 오셔서 이 이야기를 읽기도 했었어. 아버지한테 이야기를 듣고 또 책으로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아~ 그런데 이 사람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살았었구나.""그랬구나. 옛날에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하던데, 난 기억이 안 난다. 살아 있다면 우리보다 네 살 많으니까 아마도 나중에 책에 실렸나 보다. 그나저나 우리 이번에 여기 한 번 가볼까? 꽤 뜻 깊은 일이지 싶은데."
"그래그래. 그러자! 정재수가 갔던 그 길을 따라서 한 번 가보자!"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줬던 옛날이야기 속 주인공을 찾아서 며칠 앞서 남편이 느닷없이 '효자 정재수'를 찾아보라는 것이었어요. 다른 말은 해주지도 않고 무턱대고 찾아서 한 번 읽어보라는 거예요. 그저 가슴이 뭉클하다는 말과 함께…. 남편이 시키는 대로 검색창에서 '정재수' 이름 석 자를 치니까 백과사전에 실린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띄더군요.
그 글을 읽자마자 무릎을 탁 치고 말았어요. 그랬어요.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이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서 펑펑 목 놓아 울던 생각이 떠올랐답니다. 그때 병치레가 잦았던 아버지 걱정에 어린 마음에 혹시라도 아버지가 죽을까 몹시 걱정하면서,
"아빠! 아빠는 이렇게 죽으면 안 돼? 알았지?"하면서 아버지 목을 끌어안고 한참 동안 서럽게 울기도 했었지요. 그랬어요. 뜻밖에 알게 된 '효자 정재수'라는 사람의 이야기는 내가 잘 알고 있던 것이라 그러기도 했지만 10살 어린 나이로 추운 겨울 눈 속에서 아버지를 살리려다 숨지고 만 이야기가 그저 옛날이야기 책에 나오던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보다 네 살 위이고 실제로 가까운 상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저며 왔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린 이틀 동안 계획을 잡고 길을 떠납니다. 오로지 정재수가 넘어가던 고갯길을 따라 그 발자취를 밟아보고자 했던 거였어요.
10살 어린 나이로 아버지와 함께 숨진 정재수 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