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식날품을 팔던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분들입니다.)
차승만
장님 할아버지와 소년, 혹은 휠체어 탄 엄마와 아들지팡이를 짚은 장님 할아버지가 한 손을 소년의 어깨에 얹은 채 정체된 차량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키 작은 소년은 차량 하나하나를 찾아다니며 노크하듯이 애처로운 사연을 눈빛에 담아 보낸다. 이따금 동전 한 닢이 손에 쥐어진다. 그리고 휠체어 탄 엄마와 그 휠체어를 미는 아들로 구성된 또 한 팀이 한 차선 넘어 온갖 매연을 들이마시면서 위태롭게 적선을 바라고 있다.
'애기바퀴 썰매'를 탄 지체장애우바퀴가 너무 조그마해서 보이질 않는다. 그 위에 널짝 하나를 얹은 채 앉아 썰매처럼 손으로 도로 바닥을 밀며, 과속으로 질주하는 도로 위를 헤집고 다닌다. 오싹오싹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 몇 분 어간에도 수도 없이 벌어진다.
슬리퍼를 손에 끼고 도로를 힘껏 밀면 썰매는 미끄러지며 차선들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작은 바퀴 위의 널짝에 앉아있는 자세라 차량 안에 있는 운전수를 쳐다보기도 힘들다. 정말 이따금 한번 씩 십 페스웨스(백 원) 혹은 이십 페스웨스짜리 동전이 도로 위로 휙 던져진다. 그걸 주우러 가는 동안 다음 차량들이 주행을 시작하며 또 다시 아찔한 순간이 이어진다. 고단하고 눈물겨운 삶은 도로 위에서 생과 직면해야하는 그 숱한 '도로 위의 동업자 혹은 경쟁자'들과 매한가지지만 사고가 날 확률은 이들이 덤터기로 가져간 것 같다.
'생은 가혹하기를 넘어서서 매정하고 비정하고 치사하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배반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애기바퀴썰매를 탄 친구들의 하루다.
풀라니족, 동정심의 경제학가나에서 사지 멀쩡하게 건강한 거지로 목숨을 연명하는 사람들이 딱 한 부류가 있는데 바로 플라니부족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것 같아 아직 섣불리 단언해선 안 되지만 적어도 아크라 시내에서 이들의 삶의 방식엔 분명히 암울한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처음 이들을 도로 한복판에서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하기엔 피부 빛이 유독 초콜릿 색깔을 띤 아이 몇 명이 거리 한복판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긴 곱슬머리였고 소년의 머리도 여느 가나의 아이들과는 달리 길게 자라있었다. 눈은 아주 크고 영롱하게 보였고 모두 다 정말 어찌나 예쁘고 잘생겼는지 그들이 거리에서 구걸을 한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혼자 짐작으로 누군가 아랍권 혹은 아시아권에서 온 외국인이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저지른 채 달아나버린 희생양들인가 생각하며, 그 짐작되는 국가의 사람들을 상대로 혼자서 비난했었다.
그런데 나를 경악시킨 건, 이들의 엄마와 아빠는 저쪽 어딘가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으며 아이들만 도로 한복판에 보내서 동냥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풀라니족, 매혹적인 피부빛과 유독 반짝이는 크고 맑은 그리고 신비로운 눈빛을 가진 부족이다. 이 기가 막힌 자녀교육, 오로지 동정심을 이용하여 자녀들에게 '동냥의 현장교육'의 가혹함만을 되물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동전을 주는 것을, 나는 그 후부터 멈추고 말았다.
식품점에서 나오고 차에 올라앉은 나에게 풀라니족, 역시나 눈망울이 너무 맑은 소년 한명이 다가온다.
"돈…돈…밥 먹게 돈…"
"학교로 가! 학교로! 너희들은 학교로 가야해! 알았어? 학교 가서 공부해야 해!"
미안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부모를 향한 원망의 마음을 그 소년은 읽지 못한 듯, 나에게 쓰디 쓴 한 마디를 휙 던지고는 사라졌다.
"그러니깐, 그 '공부'라는 것 사먹게 동전 좀 주란 말이에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그 '공부'라는 것 사먹게 동전 좀 주란 말이에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