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세균, '광복절 만남' 이뤄질까

민주당, 국정기조 전환 등 5대 요구안 제시

등록 2009.08.13 15:00수정 2009.08.13 15:00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4월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 조찬회동을 위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지난 4월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 조찬회동을 위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 청와대 제공

지난 4월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 조찬회동을 위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 청와대 제공

지난 7월 22일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이후 시작된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광복절 기념식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악법 무효'를 주장하며 지난달 28일부터 장외투쟁에 돌입한 정 대표는 17일째 전국을 순회하며 가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는 "언론장악 기도를 포기하라"며 연일 비난하는 중이다.

 

따라서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될 제64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정 대표가 참석하게 된다면 '어색한 만남'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작년 광복절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야당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며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에서 따로 행사를 열었다.

 

만약 광복절 행사장에서 두 사람이 마주친다면 지난 4월 6일 조찬회동 이후 4개월여 만의 만남이 된다.

 

정세균, 청와대에 메시지... "올해 기념식에는 꼭 참석하고 싶다"

 

하지만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현 정국에서 정 대표가 선뜻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리라는 기대는 높지 않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사퇴서를 쓰고 휴가도 반납한 채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청와대와 야권의 관계가 최악에 놓인데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의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청와대가 계속 묵살해 왔기 때문이다.

 

13일 정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작년에는 건국절 논란으로 참석 못했지만, 올해 광복절 기념식에는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 중요기념식에 야당 대표로서 참석하고 싶다는 뜻이지만, 다른 메시지도 담겨 있다. 청와대-여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올해도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다.

 

정 대표는 광복절을 이틀 앞둔 이날 간담회에서 ▲ 국정기조 전환 ▲ 인사 쇄신 ▲ 부자감세-4대강 사업 포기 ▲ 민생예산 확충 ▲ 남북관계 회복 '5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광복절 경축사에 민주당의 제안이 담긴다면 정 대표도 참석할 뜻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과 인적쇄신을 한다고 하면서도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어 야당 대표로서 국정 전반에 관한 5가지 요구사항을 제안한다"면서 "이제는 이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역사 계승 방안을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 됐다, 하루 빨리 국민통합을 이루고 역사를 보는 안목을 제대로 갖추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2008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2008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2008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행정안전부는 이날 광복절 기념식이 15일 오전 10시 애국지사와 3부 요인, 주한외교단 등 각계 대표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정부 조사로 새롭게 확인된 독립유공자 192인 중 5명의 후손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광복절 경축사를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 철학으로 삼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과 개헌 등 정치개혁 방향, 대북 메시지 등이 담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취임 후 두번째 맞는 이날 광복절 행사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정국은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와대의 태도로 볼 때 국정기조 전환이나 부자감세-4대강 사업 포기, 남북관계 회복 방안 등 민주당 5대 요구안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대신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에 대한 일방적 홍보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에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운영 목표로 내세운 '깜짝쇼'로 한 차례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따라서 올해 광복절 행사 이후에도 청와대-여당과 야당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 장외투쟁 속 '전략적 국회 참여'

 

한편 민주당은 미디어법 장외투쟁 가운데서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적극 준비하는 등 원내투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헌재 판결 전까지 혹은 100일이라는) 특정 시한을 정해서 장외투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민심이고, 국민적 수요가 있다면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국회 (안팎) 병행 투쟁을 선언했기 때문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선택적, 전략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또 헌재 법률 투쟁 수위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회의록 수정제출 요구를 거부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난하면서 "주말까지 확실한 조치가 없으면 의사국장과 국회의장단을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09.08.13 15:00ⓒ 2009 OhmyNews
#광복절 #정세균 #이명박 #이강래 #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