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조건없는 등원 방침을 전격 결정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 3대 위기를 극복하고 언론악법 원천무효화를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소연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7일 국회 등원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독주가 계속되는 한 민주세력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며 "절대 다수당에 맞서 야권 연대의 틀을 더욱 튼튼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친노신당의 창당 등 야권 분열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현재 친노신당 창당 논의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일부 친노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신당파는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당은 지역주의정당이며, 현재의 민주당은 수십년 역사 이래 최악의 상태"라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친노인사들이 아직 친노신당 창당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은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신당 추진 세력은 친노 그룹을 대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친노 그룹의 핵심 인사로 거론되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등은 현재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다. 친노신당과 민주당 모두에 일정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25일 미래연 주최의 '노무현 시민학교' 첫 강의자로 나서 "야당인 민주당이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이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자기개혁을 하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갈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지역적으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시민주권모임'을 만들어 시민정치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26일 여의도에서 운영위원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이 전 총리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전 총리는 "현실정치보다 시민정치를 하는 데 전념하려 한다"며 "시민주권모임이 민주개혁진영의 연대를 촉진시키거나 분열을 막아주는 허브(hub)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주권모임'에 유시민 전 장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용섭·백원우 민주당 의원,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치권 변화 양상에 따라 정당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한명숙 전 총리는 차기 대선보다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친노신당파들이 창당을 강행하면서 고민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민주개혁진영이 계속 각개약진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들이 '반MB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제각각 정치 행보를 펼 경우 민주개혁진영의 분열이라는 비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 등을 계기로 이들 세력간 '연합의 정치'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