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진영, DJ '대연합' 유언에도 '각개약진'

민주당-친노신당-중간그룹 등으로 분화... 내년 지방선거 계기로 다시 연합?

등록 2009.08.27 16:29수정 2009.08.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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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세력연대'(민주대연합)를 정치적 유언으로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등을 비롯한 민주개혁진영은 각개약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친노인사들이 '친노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은 '중간지대'인 시민정치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개혁진영의 구심점을 자임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조차 "이들이 하나로 가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민주세력 연대" 강조... 민주당- 친노신당 등 '반MB연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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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조건없는 등원 방침을 전격 결정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 3대 위기를 극복하고 언론악법 원천무효화를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7일 국회 등원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독주가 계속되는 한 민주세력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며 "절대 다수당에 맞서 야권 연대의 틀을 더욱 튼튼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친노신당의 창당 등 야권 분열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현재 친노신당 창당 논의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일부 친노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신당파는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당은 지역주의정당이며, 현재의 민주당은 수십년 역사 이래 최악의 상태"라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친노인사들이 아직 친노신당 창당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은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신당 추진 세력은 친노 그룹을 대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친노 그룹의 핵심 인사로 거론되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등은 현재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다. 친노신당과 민주당 모두에 일정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25일 미래연 주최의 '노무현 시민학교' 첫 강의자로 나서 "야당인 민주당이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이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자기개혁을 하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갈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지역적으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시민주권모임'을 만들어 시민정치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26일 여의도에서 운영위원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이 전 총리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전 총리는 "현실정치보다 시민정치를 하는 데 전념하려 한다"며 "시민주권모임이 민주개혁진영의 연대를 촉진시키거나 분열을 막아주는 허브(hub)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주권모임'에 유시민 전 장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용섭·백원우 민주당 의원,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치권 변화 양상에 따라 정당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한명숙 전 총리는 차기 대선보다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친노신당파들이 창당을 강행하면서 고민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민주개혁진영이 계속 각개약진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들이 '반MB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제각각 정치 행보를 펼 경우 민주개혁진영의 분열이라는 비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 등을 계기로 이들 세력간 '연합의 정치'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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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재야운동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27일 '민주통합시민행동' 발기인대회를 열기에 앞서 '민주대연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민주대연합 징검다리 '민주통합시민행동' 9월말 창립 예정

그런 가운데 과거 재야운동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민주통합 시민행동' 발기인대회를 27일 열었다. 민주개혁진영의 분열을 막고 DJ의 유훈인 '민주대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조직이다. 친DJ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창복 전 의원과 이해동 목사, 최영도 전 민변 회장, 효림스님 등이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근태·설훈·장영달 전 의원, 정찬용 전 수석 등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9월 말께 공식 창립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발기인대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세력이 반드시 대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우리는 그 대연합의 징검다리가 될 각오로 발기인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노장청 세대가 이념과 노선의 작은 차이를 넘어 민주대연합을 이루는 작업에 나선다면 우리는 작은 한 부분으로서 거기에 앞장서겠다"며 "이 운동에 찬성하는 각 부문의 대표들이 여건히 허락하는 한 이른 시일 안에 논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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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민주통합 시민행동(가칭) 발기인대회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인사말을 경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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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민주통합 시민행동(가칭) 발기인대회에서 '민주주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주제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대연합 #친노신당 #시민주권모임 #민주통합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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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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