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상승, 정부와 서울시 합작품
 보금자리 주택, 분양=로또 현상 낳을 것"

[인터뷰] '부동산 전문가'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등록 2009.08.28 15:23수정 2009.08.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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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선대식

"'분양=로또'가 되는 일이 벌어져,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7일 정부가 야심차게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의 평가는 가혹했다. 집값이 서민들에겐 부담스럽지만, 주변 시세보다 30~50% 싼 보금자리주택에 많은 투기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매제한을 5년에서 7~10년으로 확대하고 5년 이상 거주를 의무화해 투기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창흠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전매제한은 짧아질 수 있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부동산 공급 확대 위주의 정책은 결국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난 23일 내놓은 전세 대책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변 교수는 지적했다. 정부가 할 일은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전세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많은 저가 주택을 사라지게 만들어 전세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27일 오전 세종대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나눈 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거센 비판을 가했다. 특히, 그는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부동산 양극화는 부동산 폐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줬던 2006년 하반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정의 토지정의센터장을 맡고 있는 변 교수는 언론 기고·책 출간 등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대표적인 진보성향 부동산 전문가다.

"부동산 양극화, 2006년 집값 폭등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 야기"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선대식
변 교수는 2009년 집값 폭등에 대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부동산 양극화로 수도권과 지방이 가진 서로 다른 부동산 문제가 모두 심화되고 있다"며 "수요가 촉진되어야 할 지역은 계속 침체고, 집값이 떨어져야 할 지역은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정부가 양도세를 줄여줘도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줄지 않고 있다. 반면, 집값이 떨어져야할 수도권 주택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이 올라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또한 '강남 불패 신화'가 더욱 공고히 되고 비수도권 주민들의 박탈감은 커졌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주택가격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지지층의 눈치를 봐야하는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되돌리기 어렵다"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몇 안 되는 '카드' 중 하나인 대출 규제 역시 이미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담보인정비율)가 높지 않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변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명확하게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집값 급등이 큰 문제가 아니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를 되돌릴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정부는 집값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제대로 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7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한국의 집값 급등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 변 교수는 "소득 수준 대비 집값 등 여러 가지 지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집값에는 거품이 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경우, 소득대비 주택가격 지수가 10을 넘는데, 10년간 소득을 한 푼도 안 써야 주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률을 20%라고 하면 집 한 채 사기 위해 50년을 꼬박 벌어야 한다. 또한 외국의 한 컨설팅사 조사에서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세계 2~5위 수준이었다. 이게 정상적인 주택 가격인가?"

다음은 변창흠 교수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 집값 잡아야할지 말아야할지 판단 못해"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선대식

-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나?
"분명히 과열이다. '경기가 회복되니까 집값도 회복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세계 경제는 생각보다 침체되지 않은 것뿐이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최근의 집값 상승은 소득 증대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정책과 저금리로 인해 유동자금이 풍부해져 집값이 오른 것이다.

특히 강남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이는 정부와 서울시의 합작품이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대해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재건축 규제를 풀어버렸다. 여기에 서울시의 '한강변 르네상스' 구상에 따라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하면서 한강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크게 올랐다."

-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이 '부동산 불패신화'를 부추겼다는 것인가?
"그렇다. 정부는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를 감면하면서 '집을 여러 채 구입하면 죄악이 아니라 국가를 살리는 길'이라며 집 구입을 권장했다. 정부는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세 부담과 심리적 부담 모두 덜어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IMF 사태' 때 폭락했던 집값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폭등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강남 주택을 사들였다. 지방 거주자뿐만 아니라 해외교포들까지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이 폭등할 것이라는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믿음 속에서 집을 사들인 것이다."

- 현재의 집값 상승은 집값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하반기 상황과 어떻게 다른가?
"2006년엔 경기가 비교적 괜찮았다. 당시는 소득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올랐다. 또한 정부가 집값을 잡아야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다양한 투기 억제 수단이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쓸 수 있는 카드를 스스로 거의 다 폐기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뒤집지 않으면 마땅한 수단이 없다. 대출 규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 DTI나 LTV가 높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규제완화 정책을 되돌려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지지 기반의 눈치를 보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정부는 현재 집값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서로 다른 효과를 가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집값이 폭등하고 다른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이 그대로다."

"'강남 불패 신화'는 공고히... 비강남 주민은 상대적 박탈감 느껴"

- 최근 IMF에서 "한국의 집값 상승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시점에 실질소득 감소나 고용기회 축소에 따라 집값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거다. 외국의 대도시들도 2008년 하반기 이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집값이 50~60% 떨어졌다. 그런데 우리만 크게 오르고 있는 거다.

서울의 경우,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Price Income Ratio) 지수가 10을 넘는다. 10년간 소득을 한 푼도 안 써야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률을 20%라고 하면 50년을 벌어야 한다. 또한 외국의 한 컨설팅사 조사에서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세계 2~5위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소득수준이 세계 2~5위인가? 이게 정상적인 주택 가격인가?"

- 정부는 '최근 집값 급등은 국지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지적인 가격 상승으로 주택가격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비정성적인 상황이다. 집값이 오르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촉진되어야 할 지역은 계속 침체고, 집값이 떨어져야 할 지역은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양도세를 줄여줘도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그대로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양도세를 감면해도 효과가 없다.

반면, 집값이 떨어져야할 수도권 주택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높은 집값 탓에 자가 보유율이 낮아 주거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오히려 집값이 올라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또한 '강남 불패 신화'가 더욱 공고히 되고 비수도권 주민들의 박탈감은 커진다."

- 결국 이명박 정부 지지 기반인 강남 지역 주민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양도소득세와 같이, 강남 거주민들에게 가장 부담이 많은 세제를 없앴다. 강남 지역은 신규 주택 공급 방법으로는 재건축밖에 없는데, 재건축 규제가 집중적으로 풀렸다.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와 강남 주민들이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다."

-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나?
"중요한 변수는 정부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다. 정부가 현재 집값 상승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집값 상승세를 꺾기 어렵다. 경기 회복에 대한 심리적 요인이 더욱 커진다면, 부동산 가격 폭등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폭등이 수도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주택에는 과도하게 거품이 형성되어 있어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상적이지 않은 주택가격은 언젠가는 떨어진다. 2000년대 중반 다른 나라의 주택 가격이 서울보다 더 올랐지만, 모두 떨어졌다. 결국 소득수준이나 공급-수요 관계를 보더라도 거품을 지탱하기 어렵다."

"보금자리 주택, '분양=로또' 현상 야기할 것"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 아파트에 돈이 몰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 아파트에 돈이 몰리고 있다.선대식


- 오늘(27일) 정부가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집값을 떨어뜨리고 저렴한 주택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제대로 시행하면 된다. 또한 좀 더 근본적으로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성이 강한 주택을 지으면 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서울 인근의 양호한 녹지를 파헤치면서까지 주택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서민들 입장에서 싸지 않다. 또한 전매제한 기간이 있긴 하지만, 최초분양자가 시세차익을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분양=로또'가 되는 현상이 발생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은 집값 상승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 최근의 전세난이 심각하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뉴타운·재개발 등으로 인해 기존 전세 주택, 특히 저렴한 소형주택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에 집중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공급을 달린다. 주택 멸실은 최근 3년간 10만호지만, 공급은 6만호에 불과하다. 서민들이 갈 만한 저렴한 주택이 없다. 이들이 무리해서라도 아파트 전세로 가려 하니, 전세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 정부에서는 전세자금 대출 확대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나?
"전세자금 대출은 전세금이 오른 것을 충당하기 부족할 뿐더러,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오피스텔을 주택 용도로 쓰게 한다는 계획은 상업용지를 부족하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세금이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저렴한 소형주택이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근본적인 대책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집 주인이 전세금을 크게 올려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 기존 세입자의 주거 안정권이 보장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도 필요하다."
#부동산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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