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기업의 최고 기회는 사람을 얻는 것

등록 2009.09.12 18:24수정 2009.09.1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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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만 새로 입사한 직원이 12명이나 된다. 회사의 축적된 모든 잉여 가치는 직원을 충원하는 데 거의 다 쓴 셈이다.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2003년 거품이 꺼진 IT 업계의 불황이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지만,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좋은 인력의 유입이 현격하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이 업계와 관련된 대기업 SI 업체나, 중소 벤처 업체나 한결 같은 목소리로 쓸 만한 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좋은 인력의 유입이 사라진 IT 업계의 문제는 그 책임에 있어 업계 종사자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모험의 가능성이 사라진 IT 벤처기업

 

투자가 사라진 IT 벤처기업은 급격히 대기업의 하청 기업화되었고, 이제는 막노동판으로 인식될 만큼 그런 현상이 고착화되어 있다.

 

공공 부문의 분리 발주나 대기업 입찰 제한 같은 제도가 시행되어 그나마 명맥은 유지하지만, 공공 사업에서 중소기업이 자체의 기술과 인력만으로 사업을 수주해서 진행하게 되면 목숨은 부지하지만 벤처로서 가치와 가능성은 소멸해버릴 수밖에 없다.

 

공공 부문은 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로 많은 요구를 하고, 책임지지 않는 변경 요청과 철저한 상주 투입을 주문한다. 게다가 현실에 맞지 않는 감리는 이중적으로 업무량을 증대시키며 결국엔 프로세스 개선과 기술 혁신은 입발린 영업용 멘트로나 전락해 버린다.

 

IT 벤처기업은 자체 기술과 서비스의 재생산을 통한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모색할 여지는 사라지고, 대기업의 하청기업화를 선택할 것이냐, 공공 부문의 인력 도급화를 선택할 것이냐 하는 두 가지 선택을 강요 받아 왔다.

 

누구를 탓할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결국 창조와 상생의 정신

 

자신만이 먹고사는 문제를 벗어나 자신을 둘러싼 공동체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공의 가치와 미래의 비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혁명과 석유문명의 발전, 민주화와 산업화를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우리 민족의 긴 역사를 놓고 보았을 때에도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한반도 남쪽에서만.

 

개인의 힘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생산량의 증대와 과소비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지 불과 30년 만에 전 세계 경제와 생존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금융에 기대어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의탁하라고 강요하는 금융 마케팅 이외에 불확실한 미래를 보장해줄 만한 뚜렷한 개연성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사회도 정치도 그냥 이대로, 제발 이대로, 내 집값만 올라라를 외치면서 점차 보수화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의대에 못 가서 공대를 간다고 하지만, 의대에 가기 싫어서 공대에 간 마지막 세대로서 나는 사람의 창조성과 역사의 진보성을 믿는다. 절제된 생산과 공공을 위한 창조, 상생을 위한 분배와 인간 존엄의 정치.

 

이를 위해서 나는 IT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또한 우리 회사와 같은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경제의 주역으로 올라서서 돌이킬 수 없는 대세를 형성해야 불확실한 공동의 미래가 좀 더 다수의 행복을 위한 미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요즘 삼국시대의 신라 왕권을 둘러싼 권력 쟁투를 다루는 한 사극이 시청율 40%를 넘기면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도 중요한 이슈인 여성 권력과 잘 알려져 있지 않던 화랑의 이야기 등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재미를 더하지만, 이 사극에서도 역시 권력 본질의 문제로 사람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거상 호설암의 경영정신에서도 첫 번째로 사람을 얻는 것이 최고의 기회라 했고, 수많은 경영학 성공담에서 사람의 이야기가 빠지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종사하고, 내가 커나가야 할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한 분야인 이 IT 업계에서 어찌하여 이토록 사람을 키우고 관리하고 유입하는 문제에 대해서 방치하였을까. 아니 방치하다 못해 스스로 인력 양성의 메커니즘을 파괴해 버렸으니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SI 대기업을 비롯한 포털, 쇼핑몰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싹쓸이식 경력직 채용과 정상적인 협력체계를 부정하는 프리랜서 기용, 기술력 있고 가능성 있는 신입 및 초급 기술자들에 대한 불인정, 근무 연수나 쓰잘데기 없는 자격증을 따지는 고급, 특급의 구분 그리고 비현실적이고 불공정하며 과도한 계약 실적과 경력 평가, 갑을간의 불공정한 계약 및 저작권 관련 문제 등등….

 

눈앞의 손익과 관행에 얽매여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아 이 업계 자체를 산송장처럼 만들어 버리고 있는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도 살아남아 고지를 점령한 자가 전쟁에서 승리하듯이, 이러한 현실에서도 살아남아 성장하는 회사라야 결국은 저러한 문제를 건드려보기도 하고, 우리 공동의 미래의 좀 더 나은 가치를 위해서 무언가라도 할 수 있는 회사가 되지 않겠나.

 

이렇게 우리 회사의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신입들을 뽑아 가혹하게 훈련시키며, 조금 성장한 후에 떠난다 하더라도 웃으며 떠나보내고, 출구유속보다 입구유속이 빠르면 당연히 물은 차고 넘칠 수밖에 없는 거라 위로하며, 최고의 기회를 선사해줄 사람들을 모으고 기다리고 있다.

2009.09.12 18:24ⓒ 2009 OhmyNews
#IT벤처기업 #벤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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