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영어보다 자국어를 중시한다

신우성의 '미국 . 일본 교육 현장' 탐방기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등록 2009.09.17 10:14수정 2009.09.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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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영어보다 자국어를 중시한다

"국어는 그 자체가 그 나라의 문화, 역사, 가치관, 이념이다.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 영어가 필요하겠지만 영어교육에만 비중을 두고 국어교육을 홀대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나라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어학자가 한 말이 아니다.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책임지는 우리나라의 정부 관료가 하는 말도 아니다. 물론 대학 총장이 한 말도 아니다. 이 말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이케노보오 부대신이 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왜 가슴 아프게 다가올까.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과 관련된 말 중 가장 중요시되고 이슈화되었던 게 '영어'다. 국어는 안중에도 없이 영어몰입식 교육이니 뭐니 하면서 영어교육강화방안만을 쏟아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각 지자체는 너도나도 영어마을을 만들어 수십억의 돈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돈을 쏟아 부었지만 영어마을은 적자이고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영어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어릴 때부터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영어를 들려주고 배우게 한다. 그렇다고 영어를 우리 국어보다 중요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 국어 속엔 그 나라만의 역사와 가치관, 문화의 숨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도 영어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영어보단 일본어 교육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모습이다.

일본에는 '독서마을', 한국은 적자투성이 '영어마을'

MB정부 초창기에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 우뚝 서기 위해선 영어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일환으로 영어몰입식 교육도 나왔다. 그러나 일본의 경쟁력은 영어에 있는 게 아니라 독서력(언어력)에 있다고 말한다. 그 일환의 하나로 일본은 읽기 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시작해서 우리나라의 초중고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아침독서운동도 독서력을 키우기 위한 하나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에선 독서마을을 선포하여 책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독서마을은 한 정치가의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이 되자 독서마을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일본이 책읽기 운동에 열중하는 이유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독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나 교육 관료들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영어에 두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사고이다.

쓰기 교육에 열중하는 미국, 그럼 우리는?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어문학사
우리나라의 교육은 특징이 없다. 책읽기는 학습을 위한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한때 일선 교육청에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도서관 리모델링이나 개선사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하드웨어 쪽엔 투자를 했지만 도서관을 운영할 소프트웨어 쪽엔 소홀했다. 사서교사가 없는 도서관은 여전히 책을 빌려주고 반납 받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쓰기교육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읽기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면 미국은 쓰기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선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까지 쓰기 교육과정을 두고 쓰기 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한다. 대학도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하버드, MIT, UMASS대 등 여러 대학에서 학부과정은 물론 대학원과정에도 쓰기과정을 두고 있다. 정부에선 쓰기 교육에 투자를 하고 연수를 시킨다.

쓰기의 종류도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선 글쓰기 하면 논술을 생각하지만 미국에선 논쟁하는 글, 광고문, 감상문, 기사문과 실용문의 작성법까지 가르친다. 우리는 시험 대비용의 글을 초단기적으로 훈련을 하지만 미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이 쓴 글은 하나하나 첨삭을 해준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나라도 학생들에게 글을 쓰게 하고 첨삭지도를 해주면 되지 않느냐 하는 반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과정상 이건 불가능하다. 만약 쓰고 첨삭과정을 거치고 읽게 하다 보면 교과진도는 어느 세월에 끝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점수에 목매게 하는 우리 교육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 글을 쓰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글쓰기는 사고능력 향상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면 사고능력이 신장되고 학업능력도 향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선 끊임없이 고쳐 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은 신우성이 쓴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속에 들어 있다. 저자는 미국과 일본을 탐사 취재하여 미국 글쓰기교육과 일본의 독서교육을 인터뷰를 통해 그 현황을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취재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갈 방향의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 신우성 지음 / 값 18,000원


덧붙이는 글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 신우성 지음 / 값 18,000원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 하버드, MIT, UMASS대와 일본 독서전문가들이 전하는

신우성 지음,
어문학사, 2009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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