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인의 숭고한 정신은 참다운 교훈"

백제인의 충절 기리는 오성문화제전 열려

등록 2009.10.01 09:33수정 2009.10.0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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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인의 충혼이 서린 오성(五聖)인의 우국 충절을 기리는 제18회 오성문화제전이 9월 30일 오전 11시 군산시 성산면 소재 오성산 산정에서 500여 명의 시민과 관계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a  행사가 시작되기 전의 제단. 다정문화연구소 회원들이 헌공다례 예행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의 제단. 다정문화연구소 회원들이 헌공다례 예행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이날 행사는 봉제선언을 시작으로 신위 봉안 제례악에 이어 백제시대 다섯 성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문동신 군산시장이 초헌관으로 나서 예를 올리고, 우리 전통 차를 연구하는 다정 문화연구소 회원들의 헌공다례, 헌시낭독, 헌화, 오성인의 혼 풀이, 종제 선언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용왕굿 보존회 회원들에 의해 진행된 신위 봉안은 오성산 산정에 묻힌 다섯 성인의 혼을 묘에서 행사장까지 모시는 행사인데, 하얀 천은 산 사람이 레드카펫을 밟고 행사장에 걸어 들어가듯 성인들 혼이 행사장에 도착하는 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오성인의 혼에게 바치는 헌시낭독에 이어 임귀성 군산문화원 예도 원장이 한을 품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위로해준다는 혼 풀이 춤을 선보이고, 12명 회원의 환량무 시연이 있었는데, 잠시 숙연한 기운이 감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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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안

군산시와 옥구군이 통합되기 전 오성제전을 기획했다는 이종예 군산시 주민생활지원국장은 "처음엔 오성인의 정신과 충절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계획했는데 관광에 너무 치우치는 것 같아 아쉽다"며 "학생들이 애국심을 가질 수 있는 택견이나 활쏘기 대회 등을 병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부 행사는 개식사, 국민의례, 제전위원장의 대회사 시장의 격려사, 군산시의회 의장의 축사에 이어 한량무 시연 등 선열들의 호국정신과 애국충절을 기리고, 시민의 정서 함양과 화합을 통해 지역의 대표적 문화예술로 자리 잡는 계기를 마련하는 행사로 열렸다.

a  격려사를 하는 문동신 군산시장. 고향 발전을 위해 애향심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격려사를 하는 문동신 군산시장. 고향 발전을 위해 애향심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 조종안


문동신 군산시장은 격려사에서 "아무쪼록 오성문화제전이 아름다운 전통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화합과 단결을 촉진함으로써 군산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시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오성문화제전위 이복웅 위원장(군산문화원장)은 "올해에는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때문에 지난해 열렸던 각종 문화행사가 축소되어 안타깝다"며 "나라를 지키고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오성인의 숭고한 정신은 군산시민의 자랑이요, 전 국민의 참다운 교훈"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열여덟 번째를 맞는 오성문화제전은 백제 의자왕 20년(서기 660년) 13만 대군의 나당연합군 침공 시 조국수호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바친 오성인들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매년 이맘때 오성산 산정에서 열리고 있다.


오성산(五聖山)과 당나라 장수 소정방

a  오성산 올라가는 길. 산이 높지 않으면서도 숲이 우거지고 공기가 맑아, 가벼운 등산이나 산책하기에 적합하다.

오성산 올라가는 길. 산이 높지 않으면서도 숲이 우거지고 공기가 맑아, 가벼운 등산이나 산책하기에 적합하다. ⓒ 조종안


최고봉이 해발 227m인 오성산 정상에 오르면 1990년에 완공된 하굿둑과 멀리 군산 시가와 충남 서천이 채만식의 탁류가 연상되는 금강과 함께 한눈에 들어오고, 한없이 펼쳐진 산과 들, 산기슭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인가의 평화로움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공격할 때에 오성산에 군사들을 머물게 하였는데 안개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다섯 노인을 만나 그들에게 사비성(부여)으로 가는 길을 묻자 다섯 노인이 대답하길 '너희가 우리나라를 치러 왔는데 어찌 길을 가리켜 줄 것이냐'하고 크게 꾸짖었다 한다.

이에 몹시 화가 난 소정방은 그들을 모두 칼로 베었는데 나중에 자기 나라로 물러갈 때 이들의 충성스런 행동을 훌륭하게 생각하여 오성산 위에 장사지냈다고 한다. 해서 오성인이 묻힌 오성산은 백제인들의 애국심을 통해 진정한 나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행사 때마다 낭송 되는 고(故) 이병훈 시인의 헌시를 소개한다. 후배들과 술자리는 물론 작품 감상도 함께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자연 회복과 인권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생명의 존엄과 자유를 노래한 시인이었다. 대한민국문화훈장 받음(1995년)

님들이여 오늘을 기뻐하소서

님들의 충절은 살아있습니다.
여기 오성산 정상 높이에 살아 있습니다.
무성한 소나무들로
철쭉 진달래 오색 찬란한 꽃들로
새들로 새들의 춤과 노래로
철 철이 살아 있습니다.

님들의 충절은 흐르고 있습니다.
백마강을 돌아 논뫼 강경앞을 돌아
금강 아래로 아래로 내리며
거대한 물길로 커 오르고 있습니다.
역사의 몸짓들이 뚜렷하게 살아 올라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님들 앞에 모인 우리는 정성을
백제의 슬기에 담아
여기 잔치를 마련했으니 기쁨으로 받으시고
저 아래를 굽어 보옵소서

서해 넘치는 풍어와
뻗어나는 공단
바야흐로 벼이삭이 무르익어 누렇게
넘실거리는 들녘을 굽어 보옵소서
이 모두 님들의 충절에 이은
이 고장의 알뜰한 소출이 아니겠습니까
사해로 열린 길
곳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들어 북석거리는 번영의 현장을
애정의 눈으로 굽어보옵소서
그리고
오늘을 기뻐 하옵소서

이경아 시인 낭송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성인대제 #백제 #오성산 #당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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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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