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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어카 추석 보름달 환한 밤 9시 26분,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 김민수
한가위 보름달이 환합니다.
보름달만 바라보면 그저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 싶은데, 늦은 밤 도심의 거리에서 만난 리어카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한가위 보름달 휘엉청, 리어카 주인은 어디로 건 것일까?'
늦은 밤, 명절이라도 별볼일 없는 고3 수험생 딸이 가방이 무겁다며 마중나와달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수험생은 명절이라고 마음 편하게 쉴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명절이 슬플 것 같습니다. 무거운 마음, 그러나 한편으로는 딸내미 마중을 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싶어 밤거리를 나섭니다.
그런데 텅 빈 거리에 재활용품을 담은 리어카가 서 있습니다.
주인은 어디로 가고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명절이 되면 더 슬퍼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었습니다.
추석명절에도 나와 리어카를 끌며 골목골목을 누벼야 했을 이들, 고향에도 가지 못했을 노숙자들, 그리고 가고 싶은 고향을 가지 못했을 수많은 서민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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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거리, 주인 없는 리어카 추석, 밤 9시 33분, 보름달 환한데 리어카 주인은 없다. ⓒ 김민수
오늘 뉴스에 수많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되신 분께서 용산참사희생자 유족들을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족들은 추석 전에는 장례라도 치르고 싶어했는데 결국, 싸늘한 냉동고에 시신을 둔 채로 추석을 보내게 되었군요.
"나도 옛날에 가난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당신들 맘 잘 알아요."
누가 했던 이야기를 재탕했다지요.
알긴 개뿔, 옛날에 가난하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나도 보릿고개를 겪었는데, 6.25를 겪은 세대 치고 굶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 잘못입니다. 미안합니다. 내 탓입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결국 사과는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네요.
명절이 되면 차라리 일상보다 더 슬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리어카 주인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추석날도 쉴 수 없어 폐지를 모으러 나왔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리어카만 덩그러니 길거리에 버려두고 어디로 가버렸습니다.
어느 선술집에서 막걸리라도 한잔 하시면 좋으련만, 추석명절에도 이 골목 저 골목 힘겹게 리어카를 끌며 다녀야 하는 삶의 무게가 힘겨워 절망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한가위 보름달이 유난히도 슬퍼 보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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