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장 '호언장담', 주민들 '반신반의'

사업 또 미뤄지면 어떻게? "난 선출직, 아마 선거에서..."

등록 2009.10.07 15:04수정 2009.10.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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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거환경 개선사업

주거환경 개선사업 ⓒ 이민선

주거환경 개선사업 ⓒ 이민선

 

안양시가 안양9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6일 오후 8시 '신안중학교' 강당에서 '주거환경 개선사업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행정소송 패소로 사업이 늦어진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한다" 며 말문을 열었다.

 

안양 9동은 안양5동과 함께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 1심과 2심을 모두 승소해서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지정이 취소된 지역이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윤재윤 판사는 "지은 지 20년이 지난 건축물을 노후·불량 건축물로 판단, 노후불량 건축물이 해당지역 안에 50% 이상이면  정비계획 수립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기도 조례가 상위법령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위반 된다"고 지난 9월8일 최종 판결했다.

 

이 시장은 비록 소송에서 져서 개발이 늦어지긴 했지만 지구지정 절차를 다시 밟아서 주거환경개선지구로 다시 지정, 올 12월에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내년 3월까지는 보상을 마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안양시는 오는 12월에 보상 협의회를 구성해서 보상액 평가를 위한 사전 의견을 수렴하고 이주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이 '호언장담' 하며 확신을 심어주려 했지만 주민들은 반신반의 하는 눈치다. 주민들은 "반대 주민들이 다시 소송을 제기하면 어떻게 대응 할 것이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이 시장은 "다시 지구지정 취소 소송 가능성 있다. 이번 소송은 경기도 조례가 상위법인 도정법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결"이라며 "이번에는 경기도 조례 무시하고 전문변호사 자문을 받아가며 세심하게 지구지정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질타성 질문도 쏟아졌다. 주민들은 "1심 졌을 때 시장 자리 걸고 13개월 안에 보상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별 확신이 없어 보인다. 우리에게 확신을 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시장은 "2심 패소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사과한다. 3개월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틀림없이 내년 3월 안에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내년 3월까지도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라고 추가 질문하자 이 시장은 "난 선출직이다.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주민들이 다음 선거에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런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a  주거환경개선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 이민선

주거환경개선사업 ⓒ 이민선

 

보상가격에 관한 질문도 나왔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속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한 주민이 시장에게 "보상가격이 문제다. 내년 3월에 보상을 얼만큼 해 줄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나?"라고 질문했지만 안양시장은 "지금은 알 수 없다. 사업 시행자 지정되면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 한 푼이라도 더 주려고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설명회는 오후10시께 끝이 났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약 300명이다. 1년 전, 1심에서 패하고 난 이후에 했던 설명회에 비해 참석인원도 적고 분위기도 차분했다.  지난 2008년 11월,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설명회를 할 때는 주민들 약500명이 참석, 신안 중학교 강당이 꽉 찼었다.

 

당시 이필운 안양시장은 주민들에게 "13개월만 기다려 달라, 13개월 안에 사업을 재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책임 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이 시장 발언에 일부 주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9동 주민 김아무개씨는 "13개월만 기다리라고 하니 시원하기는 한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13개월만에 사업을 재개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주거환경개선사업 취소소송에서 주민들이 승리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각계에서 판단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번 판결로 노후 불량 건축물에 대한 판단 기준이 바뀌고 20년이 지났다고 무조건 노후 불량 건축물이라고 판단, 재정비 구역을 지정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 뉴타운 사업에 반대, 취소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도 이번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뉴타운 취소소송을 제기한 만안구 주민 서모씨는 "이번 판결이 앞으로 진행될 뉴타운 취소 소송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2009.10.07 15:0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주거환경개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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