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성피부염 진단 받고, 전용 샴푸를 쓰고 있는 남편. 거품을 내고 3분간 있어야 한단다. 마사지 해주면 좋고.
최은경
그러나 원체 병원, 약, 한약에 대해 믿음이 없는지라 남편 반응은 영 시큰둥. 원래는 안 그랬는데, 결혼하고 나서부터 피부가 좀 이상해져서 건조해졌다나 라는 둥의 핑계로 시작해서 병원가야 별 것 없다는 자가진단까지. 어디 핑계없는 무덤 있겠는가마는 왜 하필 결혼하고 부터인데? '결혼하고부터'라는 남편의 말이 영 걸려(사실 내 잘못이 아닌데) 그날부터 각종 민간요법을 들이대며 때아닌 내조를 하겠다고 나선 나.
아무리 남자들만 있다고 해도. 특히 내 입장에선 결혼까지 했는데, 그러고 다니는 게 마치 내 흉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남편의 비듬이 마치 내 비듬이라도 되는양 민간요법을 설파하고 나설 수밖에. 왜 가라는 병원은 안 가서, 이 고생을 시키는 거야.
민간요법이라고 해봐야 특별한 건 없고, 녹찻물로 머리를 감거나, 식초물로 머리를 감는 거 그리고 머리를 감으면 충분히 말리라는 것 등이다. 그러나 모든 민간요법이 그렇듯, 머리 감는 시간이 두 배나 늘은 만큼 공을 들여서인지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우리 부부의 의욕도 점점 꺾였다.
그러던 중 결정적 사건이 터졌다. 어느 날 보니, 당시 20여 개월 된 딸아이 종아리에 수포같은 게 잡혀 흉터처럼 남아있는 게 아닌가. 병원에 갔더니, 무좀 균 같은 게 옮아서 생긴 피부염 같단다. 다행히 생긴 지 오래됐고 그동안 자연치유 되어 거의 나아가는 중이라고. 순간, 다시 발동이 걸리는 나.
"무좀? 에잇, 발톱 무좀이면 우리 남편이 범인 아냐. 내가 병원에 가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말 안 듣더니 결국..."상황이 이쯤되니 남편도 뭔가를 깨달았는지(엄마도 아내도 못 바꾸는 남자, 애는 바꾼다더니), 자진해서 피부과에 가서 발톱 무좀과 떡가루 같은 비듬, 지루성피부염을 박멸(?)시킬 약을 처방받아 치료 중이다.
비담도 아니고 '비듬남'은 좀 억울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