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 제2의 드레스덴 엘베계곡 꼴 되나?

비대위 "고속도로 건설 시작되면 유네스코 본부에 통보할 것"

등록 2009.10.12 15:01수정 2009.10.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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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동구릉 구리-포천고속도로 건설로 몸살을 앓을 위기에 놓인 구리시 소재 동구릉 전경.  맨 왼쪽 위로부터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문종의 현릉, 문조의 수릉이다.

동구릉 구리-포천고속도로 건설로 몸살을 앓을 위기에 놓인 구리시 소재 동구릉 전경. 맨 왼쪽 위로부터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문종의 현릉, 문조의 수릉이다. ⓒ 송영한

▲ 동구릉 구리-포천고속도로 건설로 몸살을 앓을 위기에 놓인 구리시 소재 동구릉 전경. 맨 왼쪽 위로부터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문종의 현릉, 문조의 수릉이다. ⓒ 송영한

 

지난 6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대한 검토에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2006년 엘베강에 현대적 다리를 놓게 되면서 위험유산에 올랐고 다리건설이 강행되자 위원회는 드레스덴 엘베계곡을 사상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독일정부는 "드레스덴 행정법원이 다리건설이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현재 항소심 지행 중)"며 "추가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삭제를 연기해 달라"고 통사정하였으나 물거품이 되고 말아 독일정부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곧이어 이틀 뒤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조선왕릉 40기를 "조선왕릉이 유교문화의 영향 아래 중요한 장례전통과 풍수사상을 간직하고, 그 건축과 경관은 동아시아 무덤 건축 발전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며 나아가 그곳에서 현재도 왕릉 제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보고를 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러나 얄궂게도 조선왕릉은 지금 드레스덴 엘베계곡과 같은 운명을 맞게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있다.

 

40기의 조선왕릉 가운데 최대 왕릉군으로 9기의 왕과 비의 능이 들어서있는 구리시 동구릉은 조성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가 잠들어 있는 건원릉이 있어 더욱 뜻 깊은 왕릉군이다.

 

일찍이 태조는 이곳에 자기의 음택을 정하고 서울로 돌아가던 중 고개마루에 쉬면서 "이제 모든 근심을 잊었다"고 토로해 그 고개가 망우(忘憂)고개로 불렸으며, 중국의 사신은 동구릉의 형세를 보고 "조산(造山: 사람이 만든 산)이 아니라면 이는 천작지구(天作地久:하늘이 내린 곳)"라며 감탄했다는 명당으로 이름나 있다.

 

그러나 (주)서울북부고속도로는 동구릉 주변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지역(경계로부터 500m)에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허가지역에 노선을 설계하는 것도 모자라  그 안에 영업소 건물까지 설계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신청을 냈다. 문화재청은 이를 부결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마자 이렇게 부대끼기 시작하면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던 문화계 인사들은 "문화재청이 이에 앞서 국토부가 토지세목고시까지 한 서울외곽도로 휴게시설도 현상변경 허가지역 4구역 안에 있다며 현상변경신청을 부결한 바 있으므로 1.2.4구역에 걸쳐있는 민자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현상변경안 부결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환영했다.

 

세계문화유산의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지난 8월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여주군 세종대교 주변에 설치하겠다고 밝힌 '여주보'가 세종대왕릉(英陵)과 효종대왕릉(寧陵)에 맞닿아 있어 세계문화유산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또한 문화재위원회도 세계문화유산인 종묘(宗廟)와 170m 거리에 122m의 고층빌딩을 세우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에 역시 "세계문화유산 취소가 염려 된다"고 밝혔으며 일부 문화계인사들은 "서울시가 이대로 강행할 경우 유네스코본부에 알릴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사업체인 (주)서울북부고속도로는 9월 28일 위험물 저장소를 없애고 영업소 높이를 약간 낮추며 갈매도당굿 전수관을 조금 비켜가는 눈가림 수준에서 민자고속도로 노선을 설계변경 해 문화재청에 재심의를 요청, 14일 문화재위원회가 재심의를 하기로 예정돼 있다.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구리시 통과 반대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 백현종 위원장은 "조선왕릉이 제2의 드레스덴 엘베계곡 꼴이 돼 우리나라가 독일과 같이 국제 망신을 당하고 국가위신이 실추되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 갈림길에 서있는 만큼 문화재위원회가 현명한 판단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만약 현상변경안이 통과돼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시작한다면 부득불 이 사안을 유네스코 본부에 통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구리넷(www.gurinet.org)에도 보낸 기사 입니다.
#동구릉 #민자고속도로 #송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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