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정운찬.
12일 정운찬 총리가 지난 1988년 8월부터 2000년 9월 30일까지 (주)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설립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총리가 서울대교수 시절 고문(자문) 혹은 이사로 재직해 겸직의무 위반 의혹을 받는 회사는 예스24,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포스코청암재단, 예금보험공사 등 6개로 늘어났다. 야당 의원들 입에서 "자고 나면 하나씩 의혹이 터진다", "양파 껍질 벗겨지는 것 같다"는 탄식이 나올만한 숫자다.
총리실 "겸직 특례규정 신설 전 활동" - 최재성 "궁색한 비명일 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정 총리가 지난 1998년 외국계 기업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정보가 합친 한신평에서 설립등기이사로 활동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한신평은 1999년 한해에만 급여성 비용이 40억이 넘는 회사인데, 정 총리는 재임시 수령한 모든 보수 내역과 지분취득 유무를 스스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신평은 지난 1985년에 40여개의 금융기관이 출자하고,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경영해 온 영리기업"이라며 "겸직이 불가한데 무슨 이유로 법까지 어겨가며 직접 등기이사로 등재됐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한신평으로부터 보수나 지분을 받은 바가 없고,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교육공무원법상 19조 2항 겸직에 대한 특례규정은 지난 2002년 12월 5일 마련됐기 때문에 그 이전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신평 이사 활동은 법적 하자가 없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최 의원은 "총리실 해명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재반박했다. 그는 "교육공무원법 19조 2항이 적용되기 전 모든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4조 규정에 따라 예외 없이 영리기업의 사외이사 등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며 "교육공무원법은 오히려 국가공무원법에 예외를 둬 특혜를 준 법인데, 이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명이 맞느냐"고 정 총리를 비난했다. 또 "정 총리의 해명은 해명이라기보다는 궁상에 가까운 마지막 비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매일 새 의혹이 터져나오자 민주당은 정 총리를 반드시 국감장에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정부질문 때 하면 된다"고 맞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감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다. 교과위는 지난 7일 교육과학기술부 국감 때부터 이날까지 4일째 제대로 된 국감을 못하고 있다. 이날 역시 정운찬 증인 채택 문제로 1시간 늦게 시작된 교과위는 2시간 동안 여야 의원들 사이에 설전만 벌이다 헤어졌다.
여야 나흘째 '정운찬 증인' 공방... 야3당 '국정조사' 요구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를 들고 나와 "국회에서는 행정부가 법에 따라 일을 잘하는지, 그 일과 관련된 사람을 불러 질문한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고 있다"며 "국무총리를 증언대에 세우지 못할 게 없다, 성역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9일 여당의원들이 이강래 원내대표 등을 증인 신청하겠다고 엄포 놓은 데 대한 사과도 요구했다.
최재성 의원도 "정 총리 한 사람을 방탄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무너질 수 없다"며 "대한민국 35만 교육공무원, 95만 공무원들이 정 총리와 똑같이 회사 고문하고 돈 받고 하면 앞으로 어쩌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민주당에 힘을 실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한신평 의혹까지 새로 나왔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사람은 정 총리밖에 없다"며 "본인 동의만 있으면 관할 세무서에서 자료를 다 공개할 수 있다, 정공법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이 문제가 정치공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 총리가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역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왜 인사청문회 때 안 했느냐, 대정부질문 때 하자고 하는데, 지난번 봤듯이 문제가 드러나도 인사청문회나 대정부질문 때는 처벌을 할 수가 없다"면서 국감 증인 채택이나 국정조사로 풀자고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간사인 임해규 의원은 "정 총리 문제는 국회 정무위나 대정부질문을 통해 할 수 있다"며 "총리실에서 할 수 있는 답변은 그쪽에서 하고, 겸직 위반 등 문제는 교과부장관이 답할 수 있으니 국감을 진행하자"고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황우여 의원도 "지금 학부모 모임 등에서 교과위원들 세비 반납하고, 국회의장이 모두 교체하라는 성명서까지 나왔다"며 국감 진행을 주장했고, 권영진 의원은 "40도 고열에 시달리며 병원에 있다가도 국감장에 나왔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병원에 있지 왜 나왔느냐 싶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여야 공방은 낮 12시50분께 이종걸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오후에도 역시 교과위 국감은 속개되지 못했다. 다만, 여야는 이날 저녁 8시부터 국감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교과위 소속 야3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운찬 국정조사를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정운찬 감싸기로 국정감사를 파행시키고 있다"고 비난한 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고, 정 총리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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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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