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전북 작가들

유휴열, 김수자, 이정웅, 모용수

등록 2009.10.19 20:59수정 2009.10.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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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국내 처음으로 시작한 국제아트페어인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관에서 열다섯 번째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마니프(MANIF)는 '새로운 국제미술을 위한 선언과 포럼'을 뜻하는 프랑스 약어로, 새로운 전시문화를 선보이며 미술의 대중화와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 그리고 국제 경쟁력 강화와 실현에 이바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대표적 미술시장이다.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처럼 대부분의 아트페어가 화랑별로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화랑 행사라면, 마니프는 한 공간에서 작가별 작품전이 무리지어 펼쳐지는 군집개인전 형태를 띤다. 그로인해 화랑이 주도하는 아트페어의 경우 작가보다는 화랑 관계자들이 관람객을 맞이하지만, 마니프는 거의 모든 작가들이 항상 현장에 상주해 직접 작품설명을 하는 매력이 있다. 궁극적으로 마니프가 지향하는 '작가'와 '관객'의 만남이 실현되는 현장이다.

올해는 국내외 작가 165명이 참여했으며, 총 3개 영역으로 나눠 진행된다. 1층에 마련된 '메인1'에는 국내외 원로작가 28명이, 2층의 '메인2'에는 국내외 중진작가 49명이 초대와 공모형식으로 작품을 각각 전시하고 있다. 또한, 3층의 '비전'에는 주로 젊은 층에 해당하는 국내외 작가 70명이 엄격한 공모과정을 통해 작품을 출품했다.

도내에서는 '메인1' 전시장에 유휴열(60) 작가가 1997년 마니프 대상의 자격으로, 김수자(59) 작가가 2005년 마니프 특별상 자격으로 각각 초대를 받았다. 또한 '비전' 전시장에는 이정웅(43)과 모용수(42) 작가가 공모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유휴열 작가
유휴열 작가김상기

# 유휴열

완성된 결과물만을 논한다면 작가의 작품세계 일부를 건드린 것에 불과하다. 작가에게 있어 작품이란 생산되는 과정까지를 포괄하는 총체적 산물이다. 카탈로그에 작품만이 아니라 작업실 풍경을 담은 것도 그 때문이다. 작품만이 아니라 작업과정까지 봐달라는 얘기다.


이번에 선보이는 8작품 역시 이전부터 해오던 '생.놀이'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품마다 '장생도', '이상한 정물', '해 달 사람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이란 부제가 달리긴 했지만, 그것 역시 중요치 않다.

이번 전시 작품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전에 비해 색감이 더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작가는 예전 민화에서처럼 담채식으로 선을 살려가며 표현하길 원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이 너무 볼륨감이 있었고, 그걸 감소시키기 위해 색을 더한 것뿐이다. 그러니 색 역시 중요한 건 아니다.


형태 역시 큰 의미가 없다. 형태는 어느 순간 돋아나는 결과물에 불과하다. 대상을 바라보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과정이 중요하다. 작가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기식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동양철학의 정신,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볼수록 은은한 맛이 더해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김수자 작가
김수자 작가김상기

# 김수자

바느질은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 몰입 속에는 나도 있고 너도 있고, 혹은 나도 없고 너도 없다. 그래서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정화시킨다. 바느질 작업은 나를 다스리는 과정이다.

30년 넘게 바느질 작품을 해왔다. 지금에서야 작업방식의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어엿한 작품으로 인정받지만, '이게 그림이 되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으며 살아왔다. 남들이 붓을 드는 대신 작가는 드로잉 재료로써 실을 사용한 것뿐이다. 이제 와서 보면 김수자는 바느질 작품의 선구자인 셈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해온 삶을 기록하는 '일기'(日記) 연작이다. '일기-존재'나 '일기-자연'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작가는 그동안 삶에서 보고 느끼는 대상인 나뭇잎이나 옷, 의자 등을 표현해왔다.

작가의 작업은 바느질이 기본이다. 요즘에는 바느질에 페인팅이 결합된 작품이 많아졌다. 색실의 바느질 작업만으로 이뤄진 작품이 있는가하면, 광고전단지나 다양한 표정의 얼굴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있는 것이다. 일상 문제를 바라보던 작가의 시선이 삶의 존재감 영역까지 확장된 결과다. 부유하는 듯한 삶의 모습이 바느질 한 올 한 올에 담겨있다.

 이정웅 작가
이정웅 작가김상기

# 이정웅

여러 명이 모여 전시를 하다보면 두드러지는 작가가 있기 마련. 이정웅은 아마도 올해 마니프가 배출한 스타작가 중 한명이 될 듯싶다. 전시된 14점 중 가장 큰 120호 작품 '영원한 생명의 시-비파'를 서울시립미술관이 구입을 결정하는 등 절반 정도가 이미 판매됐거나 판매될 예정이다. 작금의 침체된 미술시장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선전이다.

작가의 작업은 가장 가까운 주변에 아무렇게나 쌓여져 있는 책, 그 버려질 폐 책과 종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물성을 발견하는 데에서 출발, 버려진 그 폐 책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밀도있는 노동력이 필요한 지난한 과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선보였던 실험적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이번 전시가 각별한 것은 그간의 실험들을 정리하는 마침표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러니 그 책의 단면을 모아 완성된 작품 안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겠는가. 작가는 그동안 그 단면만을 보여 왔었다. 그리고 처음, 이번 마니프에서 그 단면에 형태를 부여한 것이다.

작품은 작가가 지향했던 어떤 목적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아이가 고등학생인데 공부를 곧 잘해요. 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아이에게 선물하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어느 학부모처럼, 관람객의 관심이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것 같았다.

 모용수 작가
모용수 작가김상기

# 모용수

40대 초반의 나이지만 벌써 26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원광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요즘 작업에는 유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계란 건 없다. 정말 부지런히 작품을 위해 매진할 뿐이다. 하나은행 본점, 대전 MBC미술관, 서울아산병원, (주)웅진, 국립현대미술관 아트뱅크 등에 소장되고,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작품이 협찬되는 건 그간의 땀방울이 주는 선물이다.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2년여 전부터 유화작업을 하며 그리기 시작한 민화 속 등장인물 '까치호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전북예술회관에서 연 24회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과 같은 계열이다.

호랑이가 등장하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다. 해학적이고, 동심을 자극할 만큼 수수하다. 작가는 호랑이를 등장시켜 자신의 삶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 제목을 '그림여행'으로 잡은 것은 지난번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제주도 풍경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유화를 사용해 그렸지만, 그림의 전반적 느낌은 자신이 전공인 한국화 느낌 그대로다. 그 속에 조금도 이상할 것 없고 조금도 특별할 것도 없는 까치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여러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작품에 다가가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니프 #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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