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 강 무이코 국제 앰네스티 동아시아담당 조사관.
권박효원
한국의 이주노동자는 내국인과 차별을 받지 않는다. 법에 따라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를 당하면 배상도 받을 수 있고,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단체행동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사업장을 3번만 변경할 수 있고 2달 안에 재취업하지 않으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성희롱·폭력·임금차별 등을 당해도 쉽게 직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앰네스티 측과 인터뷰한 필리핀 출신 A씨는 크리스마스 하루 휴가를 요구했는데, 결국 휴가 다음날 바로 해고당했다.
스리랑카 출신 B씨는 작업 중 발가락 5개와 손가락 2개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지만 12일째 되는 날 사장이 해고하겠다고 협박하자 다시 출근을 했다. 그러나 그는 서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사장은 고용비자를 취소했다.
E-9 비자를 받은 여성들은 계약과 달리 미군에게 술을 팔아야 하고, 그렇게 해서 받은 월급도 매니저에게 빼앗긴다. 필리핀 출신 C씨는 클럽에서 가수로 일하는 줄 알고 한국에 왔지만 고용주는 남자고객들과 성관계를 가질 것을 강요했다. C씨가 이를 거부하자 고용주는 그를 때리고 욕하면서 "필리핀으로 보내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그러나 앰네스티 측을 만난 출입국관리소와 법무부 관계자들은 "인신매매 케이스를 한 건도 접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출입국관리소는 왜 이 여성들이 도망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한국에서 인신매매는 좁은 의미로 이해된다"면서 "경찰은 여성들이 성관계를 강요당하기 전에 도망치면 인신매매가 아니라고 생각해 수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왜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몰랐나앰네스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보고서에서 앰네스티는 "대한민국 정부가 단속정책을 계속 시행함에 따라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주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가 조사 과정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와 이주노동자들은 단속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은 지역주민들 뜻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앰네스티 측이 만나본 이주노동 활동가나 고용주들은 오히려 "이주노동자 단속 때문에 지역경제가 나빠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마석 집중단속과 관련, 출입국관리소는 앰네스티 측과의 면담에서 "구급차를 대기시켜두었고 다친 사람이 없기 때문에 후송된 사람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앰네스티는 마석이나 다른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사건들을 보고서에 기록했다.
앰네스티 측이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D씨는 마석 단속 과정에서 지붕에서 떨어져 양다리를 다쳤다. 단속반원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웠고 5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데려갔다. 앞서 2008년 9월 버마 출신 노동자 D씨가 외국인보호소에 이송되던 중 가슴통증을 호소했으나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결국 단속 13시간 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출입국관리소는 앰네스티 측에 "체불임금을 돌려받으려는 이주노동자들을 결코 강제출국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앰네스티가 마석 단속에서 체포된 이주노동자 7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모두 체포 일주일만에 본국으로 강제출국됐으며 출입국 직원들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