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353)

― '사하라에서 불어오는 열풍의 영향이라고' 다듬기

등록 2009.10.26 16:33수정 2009.10.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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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풍의 영향

 

.. 동행한 일본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프리카의 사하라에서 불어오는 열풍의 영향이라고 했다 ..  《소노 아야코/오근영 옮김-왜 지구촌 곳곳을 돕는가》(리수,2009) 49쪽

 

 '동행(同行)한'은 '함께 간'으로 다듬고, '일본인(-人)'은 '일본사람'으로 다듬습니다. '이유(理由)'는 '까닭'으로 손보며, "아프리카의 사하라"는 "아프리카 사하라"로 손봅니다. '열풍(熱風)'은 '뜨거운 바람'으로 손질해 줍니다.

 

 ┌ 영향(影響) :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일

 │   - 부정적 영향 / 영향을 받다 / 지대한 영향을 끼치다 /

 │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

 │     기압골의 영향으로 한차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

 │     내 삶의 행동 양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장면

 │

 ├ 열풍의 영향이라고 했다

 │→ 뜨거운 바람 영향이라고 했다

 │→ 뜨거운 바람 때문이라고 했다

 │→ 뜨거운 바람 탓이라고 했다

 └ …

 

 어떤 효과나 작용이 미치는 일을 놓고 '영향'이라고 한다지만, "영향을 미치다"라는 말투를 으레 쓰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말뜻을 곰곰이 살피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셈입니다만,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줄 느끼거나 깨닫거나 알아차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런 글을 쓰는 저조차도 국어사전을 뒤적여 한자말 '영향' 말풀이를 찾아보기 앞서까지는 으레 "영향을 미치다-영향을 끼치다" 같은 말을 써 왔으니까요. 아닌게 아니라, 국어사전에는 "영향을 미치다-영향을 끼치다"라는 보기글이 하나씩 실려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자말 '영향'을 안 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쁜 영향(← 부정적 영향)"이나 "크게 영향이 된 모습(←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장면)"처럼 적으면 잘 어울리거든요.

 

 이 보기글에서도 "열풍 영향"이나 "뜨거운 바람 영향"으로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자말 '영향'까지 손질해서 "뜨거운 바람 탓"이나 "뜨거운 바람 때문"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 사하라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 탓이라고 했다

 ├ 사하라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사하라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어서 그렇다고 했다

 └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이 보기글에서는 '탓'이나 '때문'을 넣으면 토씨 '-의'는 저절로 떨어집니다. "열풍의 탓"처럼 쓰는 분도 틀림없이 있겠지만, "열풍의 때문"처럼 쓰는 분은 없습니다. "열풍 때문"이라고만 적습니다. 이렇게 '때문'을 쓰면서 토씨 '-의'가 군더더기였음을 깨닫고, 이렇게 깨달은 다음에는 다른 어느 낱말을 넣더라도 토씨 '-의'를 괜시리 붙이지 않아도 됨을 차근차근 익힙니다.

 

 ┌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

 │→ 아이는 부모한테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많이 배운다

 │→ 아이는 어버이를 많이 따라하기 마련이다

 └ …

 

 처음부터 빈틈 하나 없이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버이한테서나 이웃한테서나 말과 글을 배웁니다. 책으로 글을 익히거나 학교에서 말을 익힙니다. 이때 옳게 '영향 받기'도 하지만 그릇되이 '영향 받기'도 합니다.

 

 옳게 영향 받으면서도 옳지 못한 쪽으로 말글이 어그러지는 때가 있으며, 그릇되이 영향 받았으나 스스로 옳은 쪽으로 말글을 가다듬는 때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식으로만 받아들여 아무 낱말과 말투나 대충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과 글이란 지식이 아닌 삶임을 깊이 곰삭이면서 차근차근 배우고 추슬러 나가는 사람이 있고요.

 

 ┌ 기압골의 영향으로

 │

 │→ 기압골 영향으로

 │→ 기압골 때문에

 │→ 기압골이 움직여서

 │→ 기압골이 찾아들어

 └ …

 

 오늘날 우리가 쓰는 말이란 어떠할까 돌아봅니다. 요즈음 우리가 나누는 글이란 어떠한지 헤아립니다. 우리 말은, 참된 모습을 차근차근 갖추는 말입니까? 우리 글은, 올바른 길을 뚜벅뚜벅 걷는 글입니까?

 

 우리는 어떤 생각을 우리 말에 담고 있는가요? 우리는 어떤 마음을 우리 글에 싣고 있는가요? 날마다 내 이웃하고 주고받는 말에는 어떤 느낌과 넋을 담고 있지요? 늘 끄적이며 인터넷이나 책이나 언론매체로 글줄을 나누는 자리에서는 어떤 뜻과 얼을 싣고 있나요?

 

 내가 내 이웃과 내 스승과 내 어버이한테서 '영향 받아' 내 말과 글을 이루었듯, 내 말과 글은 또다른 누군가가 '영향 받아' 누군가가 당신 말과 글을 이루는 데에 밑거름이 되곤 합니다. 옳게든 그르게든, 사랑스럽게든 얄궂게든,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우리는 우리 이웃한테서 어떻게 영향을 받으며, 우리는 우리 이웃이 어떤 영향을 받도록 하고 있을까요. 말이든 글이든, 생각이든 마음이든, 그리고 삶이든 매무새이든.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0.26 16:33ⓒ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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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토씨 ‘-의’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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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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