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은 결혼하면 부인한테 맞추고 살 자신 있어요?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등록 2009.11.04 11:13수정 2009.11.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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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못 보던 엄마가 찾아왔습니다. 살이 쫙 빠졌습니다. 가뜩이나 살이 없는 엄마인데 얼굴이 영 상했습니다. 마음고생은 내가 더 하는 것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저는 날로 얼굴이 피고(살이 찌고), 그 엄마는 정 반대입니다.   


"잘 지내? 카드 돌리는 일은 할만 해?" 
"나 이제 안 해. 글쎄 카드 늦게 배달했다고 민원 들어오면 그 벌금을 나한테 물으라는거야. 이번에 추석 때 좀 늦게 받은 사람이 민원을 넣었어. 30만원을 월급에서 깐단다. 앞으로 그런 인간 안만나리라는 보장이 어딨어? 치사하고 드러워서 안해."   

"뭐 그런 미친놈이 다 있어? 아니 지가 그 카드 며칠 안 썼다고 죽어? 그런 놈은 콱 그냥!@#$%^&*" 
"신랑 쥐꼬리 만한 월급 받아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얼마 전에는 더 열 받는 일도 있었어"   

"무슨 일?" 
"글쎄 우리 둘째 딸 학원에 같이 보내는 엄만데 내가 저녁에 뭘 해 먹냐고 고민하니까 한다는 말이 '어머 그걸 왜 엄마 혼자 고민해요? 남편이랑 같이 만들어 먹어야지' 하는 거야. 그 집 남편은 6시면 집에 들어와서 같이 부엌에서 밥 한다는 거야. 어찌나 열 받던지" 

"야! 그 여자 누구야? 재수 똥 튀기는 소리만 골라하고 있네. 그런 여자 말을 믿냐? 무슨 남자가 6시에 들어와서 밥을 해? 그 남자 혹시 백수 아냐?" 
"아니야. 회사 다닌데" 

"무슨 회사 다니는 인간이 6시에 들어온다는게 말이 돼? 요즘 회사가 얼마나 살벌한데? 그 남자 틀림없이 백수일거야. 그리고 내가 보기에 그 여자 뻥 아니면 엄청 과장 했을거야." 
"뻥은 아닌 것 같아. 남편이 무지 잘한대. 그리고 자기는 설거지 하기 싫으면 중1짜리 아들한테 설거지 시킨다기에 착한 아들이라고 했더니 부엌에 텔레비전이 있어서 아들이 좋아한다잖아. 텔레비전이 부엌에 있는 집, 부자 아냐?"   


"가지가지 한다. 야, 그 집 부엌에 있는 텔레비전은 아마 1960년대 11인치 뭐 그런 거 고물하나 갔다 놓았을 거야. 그것도 마구 쳐야 겨우 나오는 텔레비전일 걸?" 
"아니야. 그 엄마 역삼동에 산대. 요즘 역삼동에 새로 지은 아파트는 부엌에 텔레비전 있대"

"그런 여자 말 듣지마. 웃기지도 않은 여자네. 왜 남의 속을 뒤집고 지랄이야? 어쩌면 그 남자 의처증이 있어서 일찍 들어오는지도 몰라? 아니면 밤 12시만 되면 돌변해서 마누라 티 안나게 패는 그런 인간일 수도 있고, 어쨌든 사람 속은 모르는 거야." 


와, 얼굴도 모르는 그 잘난 척의 아줌마 때문에 아무래도 1kg은 살이 쪘을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열받아서 마구마구 먹었거들랑요. 오늘 질문하시는 분의 고민은 뭘까요? 슬쩍 들어보니 동창회에 안 나가신다네요. 크. 저와 비슷한 사람이 있습니다. 일단 이 분의 고민을 듣고 다시 뵙지요. 

[질문] 

저는 잘하는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데도 속으로는 잘난 척을 많이 합니다. 어떤 사람은 상대하기도 싫어 무시하거나 피하고, 동창회는 제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가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리는 게 많아졌습니다. 수년 전부터 남편과는 각방을 쓰고 있고 남편은 저의 말과 행동에 불만이 많아 제게 상처를 줍니다. 어떻게 마음을 잡고 살아야 할까요?

[법륜스님 법문]

a  즉문즉설하시는 법륜스님

즉문즉설하시는 법륜스님 ⓒ 권영숙


운명을 바꾸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

질문하신 걸 보면 고치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결심이 안서면 자기 운명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운명을 바꿀 만큼의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우선 여러 가지 문제 중에 하나를 골라서 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그게 뭐냐면 오늘부터 남편한테 고개를 숙이고 참회를 하세요. 영원히 하라는 게 아니라 백일만 해 보세요. 남편에게 숙이는 게 안 되면 다른 것도 어렵습니다.

지금 잘난 것도 없는 데 잘난 척하고 있잖아요. 겉으로는 잘난 게 없는데 속으로는 잘난 척 하려니까 내 꼬락서니를 다 아는 동창회는 가기가 싫은 것입니다. 남편 역시 내 꼬락서니를 다 아니까 피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남편한테 나를 먼저 숙이는 공부를 해 보세요. 

수행삼아 남편한테 숙이는 연습을 해봐라 

남편이 훌륭한 인격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말고 '우리 남편은 부처님입니다. 우리 남편 말씀은 다 옳습니다. 저는 남편의 종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남편한테 백일 정도 수행 삼아 숙여 보는 거예요. 그리고 남편이 어떤 말을 하던 "예 알겠습니다." 하고 항상 생글생글 웃으세요. 

겉으로만 순종하고 속으로 순종을 안 하면 비굴하게 구는 거고 마음을 내서 스스로 고개를 숙이면 겸손한 것입니다. 수행자는 비굴하지 않고 당당해야 하고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합니다. 그러니 남편에게 겸손하게 스스로 숙이세요. 명상하듯이 만 배 절하듯이 수행하는 마음으로 남편한테 숙이면 됩니다. 사실 말은 쉽지만 실제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자꾸 숙이고 순종하면 백일쯤 지나면 남편이 부인을 조금 다르게 생각할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남편에게 먼저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잘났다는 우월의식도 못났다는 열등의식도 버려라 

그리고 내가 못났다 하는 열등의식을 가지지 말고 내가 잘났다 하는 우월의식도 가지지 마세요. 내가 어디 가서 중요한 일을 해야 하고 이름이 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현실에서 그게 되지 않으면 열등의식이 생기고 기분이 나빠 다시 그곳에 가기 싫어지는 거지요. 

그냥 나는 길거리의 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길가의 풀은 남이 쳐다보든 말든, 상관없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떨어뜨리고 다시 자랍니다. 자꾸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살이가 피곤해지는 거예요. 존재 자체는 열등하거나 우월한 존재가 없습니다.

당당하기 때문에 숙일 수 있고, 겸손할 수 있다

부처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당당함이 있어야 합니다. 당당하기 때문에 숙일 수가 있고 겸손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이 "나의 제자들아,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라. 비굴하지 말고 당당해라."라고 하셨습니다. 당당한 것과 겸손한 것은 같이 갑니다. 천하에 걸릴 것 없이 당당하면 아주 어린아이에게도 거지한테도 숙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다시 말씀드리면 참선으로 한철 나는 것보다도, 하루 천 배씩 백일기도 하는 것보다도, 남편에게 숙이는 마음을 내는 게 훨씬 수행을 잘 하는 것입니다. 남편이 잘나서 숙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내 수행을 위해 내 공부를 하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번 숙여보세요. 얼굴은 못났지만 누가 나한테 와서 잘하고 상냥하게 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생긴 거와 관계없이 상대가 귀여워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마음에서 멀어지면 부부라 하더라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집니다. 함께 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숙이는 게 목적이에요. '이 정도나 숙였는데도 아직도 나를 소, 닭 쳐다보듯이 쳐다보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나는 다만 숙일 뿐입니다. 그렇게 공부를 먼저 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남편한테 숙이고 참회해라" 

제가 법문을 고를 때 정말 심사숙고 합니다. 특히 남편한테 참회하라거나, 숙이라거나 이런 법문 말고, 부인한테 참회하라거나 숙이라는 법문을 찾아보려고 무지 애를 쓰는데 거의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대체로 절에 오시는 분이 여자분들이고 질문도 여자분들이 하다보니 제가 듣기 안좋은 법문이 많습니다. 남자분들의 경우는 직장생활에 대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어쨌든 이 분도 괜히 물으셔서 본전도 못찾으셨네요^^

'함께 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숙이는 것'이 목적이라는 스님 말씀에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마음이 돌아봐집니다. 

저도 남편한테 숙이는 것이 잘 안됩니다. 숙인다고 하면서도 도대체 '언제까지 숙이라는거야? 이 정도 숙이면 너도 숙여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마음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얼마전에는 급기야 '에이, 내가 미쳤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 숙이고 살게?'라는 마음이 들어서 배째라는 심정까지 들었구요. 

그때 저는 막다른 골목에 선 사람처럼 법사님께 "나 수행같은거 안해요!"라고 말했습니다.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여자분들이 '스님은 왜 만날 여자한테만 숙이라 하느냐'라는 항의를 백배 천배 이해 + 공감합니다.

남편을 이해하는 것은 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런데 말이죠. 남편과 같이 안 살 마음을 내고, 안녕히 계십시오 할 것이 아니면 남편을 이해하는 편이 내가 덜 괴로운 일이라는걸 알고 나면 스님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스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지만 당신한테 물어오는 사람한테 이익이 되라고 가르치지, 뭐하러 남의 남편한테 이익되게 가르치겠냐 하시잖습니까. 

스님이 우리더러 상대에게 맞추라는 것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남을 이해하면 내가 덜 괴롭고, 답답한 가슴이 편해지니까요.

저 아무래도 도가 트려나 봅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남편을 보면 가슴이 답답한지^^ 이하 생략~

일산과 분당에서 법륜 스님 법문 직강이 있다는데 같이 안가실래요?
제가 가서 과감하게 손들고 질문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말이죠?

"그렇게 말씀하시는 스님은 결혼하면 부인한테 맞추고 살 자신 있으세요?"

법륜스님은 뭐라고 하실까요? 전 사실 알아요. 아마 이러실거예요.

"내가 그럴 줄 알고 결혼 안했지롱~~~~"

법륜스님 '날마다 웃는집' 강연회 

11월 6일(금) 오전 11시 / 덕양구 민방위 교육장(화정역 1번출구)
문의 : 일산정토법회 011- 9928 - 2804 

11월 6일(금) 저녁 7시 / 분당 JS웨딩 컨벤션(미금역 1번출구)
문의 : 분당정토법회 010 - 3660 - 2628 

a  법륜스님 전국 순회 강연

법륜스님 전국 순회 강연 ⓒ 권영숙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날마다 웃는집 #즉문즉설 #법륜스님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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