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장 시간문제"-"그랜드바겐은 배제논리"

민주평통, 진보-보수 한반도 전문가 20여 명 초청 토론회

등록 2009.11.08 16:34수정 2009.11.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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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왼쪽 두번째)이 발제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윤덕민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왼쪽 두번째)이 발제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윤덕민 교수. ⓒ 황방열


"북한의 핵 무장은 시간문제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면 우라늄탄이 될 것이다. 그랜드바겐은 마지막 평화적 해결시도다. 그 다음에는 우리도 핵억지력을 생각해야 하는 단계로 갈지도 모른다. 미국과 중국도 가만히 있는데, 한국이 마지막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원 교수)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데 압박으로 북한 굴복시킬 수 있나. 그랜드바겐은 네오콘의 주장이다. 그게 선핵폐기론이 아니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따로 주장할 필요도 없다. 남북한 사이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도 거의 없다. 우리가 북한의 체제 보장을 해 줄 수 있나."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코리아미래재단은 지난 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의 젊은 한반도문제 전문가 20여 명을 초청해 '북핵문제 해법과 남북관계 발전방향'을 주제로 '제3차 남북관계 전문가 대토론회'를 열었다. 역시 '그랜드 바겐'이 핵심적인 논란거리였다.

"보즈워스가 평양에만 가면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덕민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보즈워스가 평양에만 가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냐"면서 "미국의 해결 동력이 우리 기대하는 것만큼은 아니고, 중국도 평화적인 비핵화 원칙만 이야기하면서 6자회담만 열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먼저 이니셔티브를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뢰할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을 국제사회가 조율된 목소리로 일관되게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그랜드 바겐'이 나오게 된 문제의식과 배경, 향후 구상 등에 대해 설명했으나, '그랜드 바겐'의 상징어이자 핵심이었던 '원샷딜'과는 거리가 있었다. 북한의 핵에 강경대응과 보상을 반복하는 방식이 아닌 '한방협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그 뒤 정부쪽 설명에서 이 부분은 빠졌다.

윤 교수도 '원샷딜'이나 이를 연상시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보수진영은 이를 '그랜드 바겐의 진화'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그랜드 바겐이 별 준비 없이 제기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샷딜'은 어디 갔나... 그랜드 바겐의 진화? 즉흥성의 증거!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랜드 바겐이 기본적으로 '선 핵포기론'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의 호의적인 공조를 얻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도 "'패키지 딜'은 북한 배제가 아니지만, 그랜드 바겐의 5(남한, 미, 일, 중, 러)+1(북한)은 다자체제가 아니라 배제의 논리"라면서 "이것이 그랜드 바겐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물리적 해결의 길을 열어놔야 북핵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제성호 중앙대 교수도 "그랜드 바겐이 타결되지 않고 진전이 없으면 유엔안보리 제재 안에서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등을 통해 북핵상황을 관리하는 플랜B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쪽은 현재의 남북관계 현황과 해결방안을 놓고도, 기본적인 인식에서부터 차이를 드러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지난 10월 초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을 거론하면서 "현 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북경제공동체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경협과 북중경협은 경쟁관계인데, 남북경협이 약화되는 부분을 중국이 재빠르게 차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현 정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대한 '협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선수임에도 관중처럼 행동하는 소극성, 북한 조문단이 왔을 때 보여준 정부의 대화 회피, 외교보다는 국내정치에 집착하는 근시안적 사고 등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의 대북정책에 필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실력"이라면서 "반복되는 부처간 혼선,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정책 담론, 북한이라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자극적 발언의 배후에는 정책 목표의 부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협상 두려움'에서 벗어나야"..."북, 남북관계 국제관계로 보는 MB정부 알았을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정낙근 정책개발실장은 "지금처럼 가만히 있으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안하고 있는 것도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는 북측에게 뒷돈거래가 불가능함을 분명히 학습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며 "북한은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국제관계로 보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또 "비핵화를 '과정'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조기 개최해 반보 앞선 현실적 목표치를 제시해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대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문화적 교류에 관한 정부 정책의 변화를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민간단체 교류협력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조금씩이라도 밤새 물을 흘리면 수도의 동파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은 한국 사회에서 보수-진보를 가르는 핵심적인 기준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양측은 '인식론'적인 수준에서 차이점을 드러내면서도 이같은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뜻을 같이했다.

앞서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개회사에서 "이런 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다양한 견해들을 잘 정리해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께 보고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랜드바겐 #민주평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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