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8일 오전 국회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턴키 입찰과 관련한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남소연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사업에 대형 건설사들이 나눠먹기식 담합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증명해 줄 구체적인 정황이 폭로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민주당 이석현(안양 동안갑) 의원 폭로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은 올해 5~6월에 걸쳐 서울 프라자호텔과 삼계탕집, 서초동 한정식집 '삼정승' 등에서 여러 차례 모임을 하고 4대강 턴키 1차 사업(15개 공구)을 분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나눠먹기식 담합'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인 현대건설이 주도했다고 한다.
현대건설 등 6개사는 4대강 턴키 1차 사업 대상지인 전국 15개 공구 중 호남 영산강 2개 공구를 금호·한양 ·남양 등 호남 연고 건설사에 떼주기로 하고, 나머지 13개 공구를 일부 대기업 건설사가 나누기로 논의했다. 현대건설 등 6개사가 각각 2군데씩 맡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끼어들어 2군데씩 나눠먹기가 어려워지자, 대우건설이 낙동강 공구 1곳을 양보해 13개 공구를 총 8개사가 맡아 시공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등 8개사의 담합은 9월 입찰 결과 그대로 반영됐다. 현대건설(한강 제6공구 및 낙동강 22공구), 삼성물산(한강 4공구), GS건설(낙동강 18공구 및 금강 6공구), SK건설(낙동강 20공구 및 금강 7공구), 대림산업(낙동강 23공구 및 한강 3공구), 대우건설(낙동강 24공구), 포스코건설(낙동강 30공구), 현대산업개발(낙동강 33공구) 등이다.
롯데·두산·동부 등 담합 소외 건설사들, 컨소시엄 구성해 치열한 '물밑 싸움' 8개 건설사의 담합에도 삼성물산이 입찰에서 1곳 밖에 선정되지 못한 이유는 다른 건설사들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건설사들끼리 치열한 물밑 싸움이 벌어졌던 셈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담합에서 소외된 롯데건설과 두산건설, 동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건설, SK건설, 삼성물산이 맡기로 한 공구 6곳에서 입찰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두산·롯데·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삼성물산에게 맡겨진 낙동강 32공구 1곳을 겨우 건졌다.
현대건설 등 8개사는 담합에서 소외된 롯데건설 등이 반발하자 올해 6월 29일경 서초동 팔레스호텔에서 조찬모임을 하고 '담합 백지화'도 논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담합은 그대로 진행됐다.
호남 기업이 맡기로 한 영산강 2공구 및 6공구 2곳에서도 눈꼴 사나운 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애초 이곳은 금호산업, 남양건설, (주)한양 3개 기업이 나눠먹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 규모가 큰 영산강 6공구(3000억 원)를 서로 갖겠다고 고집을 부려 담합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진짜 입찰경쟁이 벌어졌고, 영산강 6공구는 (주)한양에게 낙찰됐다. 나머지 영산강 2공구(1400억 원)는 호남 기업이 아닌 삼성중공업이 차지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담합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담합으로 낙찰률을 높여 국민 세금이 수조 원이나 낭비되고 초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을 독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오늘 폭로된 담합 사실을 공정거래위가 신속히 조사해 검찰에 고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법무장관은 공정위가 고발하는대로 검찰총장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도록 지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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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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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건설사 배불리기' 드러나 현대·삼성·GS 등 삼계탕집 모여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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